언론에 민감한 북, 모란봉악단 보도엔 '잠잠' 왜?
전문가들 "어렵게 복원된 북중관계 해칠 우려에 수위 조절하는 듯"
최근 남한의 언론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는 북한이 12일 모란봉악단이 베이징 공연을 불과 3시간 앞두고 철수한 것과 관련, 남측 언론의 여러 추측성 보도에 대해 '무반응'으로 일관하고 있다.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 집권이후 북한이 남북관계 등과 관련한 남측 보도에 신속하게 반응하며 자신들의 입장을 정당화하는 반박·해명 보도를 내보냈던 점에 미뤄 이 같은 ‘무반응’은 그간의 행태와 차이를 보이고 있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 대해 북한 전문가들은 모란봉악단 철수 사안이 중국과 직접적으로 연관돼 있는 만큼, 어렵사리 복원된 북중관계를 더욱 해칠 수 있다는 우려에 따라 북한이 보도에 신중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실제 북한 대남선전매체인 ‘우리민족끼리’는 지난 11일 기사를 통해 “남조선의 언론들이 우리 공훈국가합창단과 모란봉악단의 중국도착소식을 상세히 보도했다”면서 “(남측) 언론은 모란봉악단의 배우들이 군복차림에 잘 손질된 단발머리를 하고 세련된 화장을 선보이며 빼어난 미모를 자랑했다고 하면서 ‘북판 소녀시대’라는 별칭으로도 불리운다고 전했다”고 남한 언론 보도에 즉각 반응했다.
12일에도 ‘중국대륙을 뜨겁게 달구는 모란봉악단’이라는 제목으로 “남조선 언론들이 공훈국가합창단과 모란봉악단의 중국방문공연을 앞을 다투어 보도하고 있다”며 모란봉악단과 관련한 남한 언론 보도 내용을 자세히 소개한 바 있다.
그러나 이후 모란봉악단의 공연 취소 소식과 취소 배경에 대한 남한 언론의 후속 보도에 대해서는 일절 반응하지 않고 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통일전략연구실장은 14일 ‘데일리안’에 “북한이 어떤 문제에 대해 반응을 보이는 데 시간이 걸리는 경우가 있는데, 모란봉악단 철수와 관련해서는 당장은 아니더라도 우리민족끼리 등 대남선전매체를 통해 조만간 입장을 밝힐 가능성은 있다고 본다”며 “그러나 이 문제는 중국과 관련이 돼 있기 때문에 북한이 이를 크게 이슈화하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고 견해를 밝혔다.
정 실장은 또 “북한이 남측 언론에 대해 그동안 굉장히 민감하게 반응했고, 이번 남북당국회담에 남측 언론이 동행했을 때도 노트북을 검열하는 등 지나친 모습을 보였는데, 이번 모란봉악단 단장이 김정은의 옛 애인이라는 등 근거 없는 이야기를 언론이 하고 있는 상황임에도 별다른 반응이 없다”며 “이런 부분에까지 대응하면 오히려 김정은의 이미지가 나빠질 수 있어 무대응으로 나올 가능성도 있다”고 부연했다.
안찬일 세계북한연구센터 소장 역시 북한이 중국을 의식해 모란봉악단 철수와 관련한 보도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일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안 소장은 “북한은 이미 공고한 내년 5월초 제7차 당대회에서 중국식 개혁개방을 경제노선을 대안으로 내세울 가능성이 있는데, 이런 상황에서 북한도 중국과 맞서는 것이 유리하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을 것”이라며 “노동신문 사설 등을 통해 입장을 항변할 수는 있으나 장성택 처형을 전후로 한 대결적 북중관계로 가는 것을 김정은도 원하지는 않기 때문에 수위를 조절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북한이 아직 뉴스 보도를 통해 반응을 보이지 않은 것뿐이지 이미 다른 형식으로 이미 모란봉 악단 철수와 관련, 항변했다고 볼 수 있다”고 주장했다.
북한이 지난 13일 조선중앙TV를 통해 김일성주의와 주체사상에 관련된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을 내보내면서 ‘사대주의를 반대한다’는 내용을 여러 차례 강조했고, 이는 중국에 대한 반발을 의미하기 때문에 이미 중국에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했다고 볼 수 있다는 게 안 소장의 설명이다.
이밖에 안 소장은 “모란봉악단 철수는 최고존엄인 김정은이 결정한 문제기 때문에 북한이 이것을 계속해서 변명하는 식의 보도를 내보내기까지 시간이 걸릴 수도 있고 영원히 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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