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만난 일 극우, 위안부 합의 폄하하고 '물타기' 극성
"위안부 한국이 만든 허구" 황당 주장에 "강제연행 아니다"며 논점 흐리기도
일본이 극우세력을 총동원해 위안부 문제와 관련한 한일 외교장관 회담 결과를 의도적으로 깎아내리고 있다. 특히 위안부 문제의 핵심인 강제 동원에 대한 책임 등 불리한 점이 부각되지 않도록 물타기를 시도하며 공세적 방어에 나서고 있는 모양새다.
혐한 단체인 ‘재일 외국인의 특권을 허용하지 않는 시민 모임’(재특회)은 이번 회담의 결과를 부정적으로 평가하며 깎아내리기 급급했다. 사쿠라이 마코토 재특회 대표는 지난 28일 “이제까지 아베 총리는 물론 보수파 지식인들이 입을 모아 위안부 문제는 날조라고 주장했는데, 아베 총리가 한국에 사과를 했다”며 “일본을 위해 징병돼 싸운 조상의 명예에 진흙을 묻히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또한 200여명의 우익세력들은 29일 총리공관 앞에 모여 ‘굴욕적 외교 합의’라는 일본 극우세력의 정서를 대변했다. 이들은 “선조들의 명예와 자존심에 상처를 주는 합의에 강력히 반발한다”며 “위안부는 한국이 만들어낸 허구”라는 황당한 주장을 폈다.
일본 극우단체인 ‘행동하는 보수 행동’은 “이번 일은 일본의 명예를 깎아 내린 것”이라며 “이번 합의에 대해 국민의 목소리로 단호하게 노(NO)라고 외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해당 단체는 내달 10일 이번 회담을 규탄하는 국민 대행진을 개최할 예정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현재 일본의 보수 정치인과 보수 언론도 극우세력과 비슷한 반응을 보이며 회담 결과를 폄하하고 있다.
하라다 요시아키 자민당 국제정보위원장은 회담 결과가 발표된 이후 “양국의 관계개선이 필요하지만 관계를 악화시킨 것은 한국이다. 일본이 일부러 한국에 가 타협할 필요가 없었다”고 주장했고, 극우 정당으로 분류되는 ‘일본의 마음을 소중히하는 당’의 나카야마 교코 대표는 “아베 외교 최대의 오점”이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특히 일본 정치권과 언론은 위안부 문제의 핵심인 위안부 동원의 강제성이나 합의 이행과 관련해 물타기에 나서고 있다.
하시모토 도루 전 오사카 시장은 29일 트위터에 “군의 관여라는 문언이 들어갔어도 그것이 강제연행을 가리키는 것은 아니라는 의미가 현재 국민 다수에 스며들었다”고 주장했다.
이는 앞서 일본 정부가 합의문에 ‘위안부 문제는 당시 군의 관여 하에 다수의 여성의 명예와 존엄에 깊은 상처를 입힌 문제’라며 아베 총리의 사과를 표명한 것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 보인다. 그는 실제 “‘군의 관여’에 관해 반성과 사죄를 한다면 세계 각국도 반성과 사죄를 해야 한다”며 위안부 강제 동원에 대한 일본 정부의 책임을 희석시키고 있다.
아울러 요미우리 신문은 “위안소는 주로 민간이 경영했다”며 “이 문제를 이해하려면 성매매를 둘러싼 시대적 배경을 알 필요가 있다”고 강조하는가 하면, “일본이 위안부 문제로 국제사회의 비판을 받아온 배경에 ‘일본군이 많은 여성을 강제연행해 위안부로 삼았다’는 오해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밖에 산케이 신문은 29일 기사를 통해 “한일 간 공식적 공동문서로 남기지 않았으니 합의를 이행할 때까지 두고 봐야 한다”, “기부금 10억엔을 바로 지급하지 않아도 된다”며 합의 내용에 대해 물타기를 시도했다.
이에 대해 외교관련 정부 고위관계자는 “역사상 처음인 일본의 위안부 문제 책임 인정에 대해 성과 깎아내리기는 물론 왜곡, 비난만 하고 있는 일본 극우세력의 반응을 보면 이번 회담의 진정한 의미가 보인다”며 “위안부 할머니들을 설득해야 하는 등 남은 과제가 있지만 (이번 합의는) 역대 정권에서 처음으로 일본 정부의 사과를 받아내는 등 외교적으로 상당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윤병세 외교부 장관은 30일 외교부 출입기자단과의 간담회에서 “오해를 유발할 수 있는 일본 측의 언행이 없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윤 장관은 “합의의 성실하고 신속한 이행이 중요하고, 합의가 순항할 수 있도록 하는 노력이 필요하다”며 “이번 합의로 신뢰가 선순환하는 계기가 되기를 희망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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