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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답하라 1988 평민당' 되고픈 안철수에 없는 3가지


입력 2016.01.10 20:36 수정 2016.01.10 20:44        고수정 기자

①DJ같은 리더십 ②확실한 호남 기반 ③참신한 인재

당시 여소야대 시초 창당 성공한 정치인은 YS-DJ뿐

1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국민의당' 창당발기인대회에서 안철수, 김한길 무소속 의원과 한상진 창당준비위원장이 손을 맞잡고 들어올리고 있다. ⓒ데일리안 홍효식 기자
1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국민의당' 창당발기인대회에서 안철수 무소속 의원과 한상진 창당준비위원장이 대화를 나누고 있다. ⓒ데일리안 홍효식 기자
안철수, 김한길 무소속 의원이 1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문회화관에서 열린 '국민의당' 창당발기인대회에서 발기인들에게 인사를 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효식 기자

정치권 안팎에서 총선의 ‘핵’으로 떠오른 안철수신당 '국민의당'이 1988년에 ‘응답’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현 정치판처럼 야권이 분열된 상황에도 총선에서 ‘제1야당’이라는 타이틀을 거머쥔 평화민주당을 벤치마킹해야 한다는 것. 일각에서는 안철수 신당이 ‘평민당 프로젝트’를 가동하고 있다고도 한다.

평민당은 1987년 통일민주당에 참여했던 동교동계 인사들이 탈당, 당시 김대중 의원을 총재 및 대선 후보로 추대함과 동시에 창당됐다. 대선에서는 쓴 맛을 봤지만, 이듬해 ‘일여다야’로 치러진 4월 26일 13대 총선에서 70석(지역구 54석·전국구 16석)을 차지했다. 이는 여소야대의 시초다.

다만 1988년은 민주화 두 거목의 ‘양김 시대’다. 지금의 정치 상황과 다른 점이 많다. 하지만 안철수 신당이 제2의 평민당과 같은 성과를 얻기 위한 조건은 총선은 물론 한국 정치사에 필수 요소일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조건 ① 김대중 같은 리더 혹은 리더십

DJ는 투철한 신념과 의지가 있던 사람으로 평가된다. 자신을 죽이려했던 박정희·전두환 전 대통령을 용서하고 화해했다. 특히 설득해서 복종하게 만드는 ‘카리스마’, 사생결단식 리더십으로 동교동계로부터 현재까지 존경심과 충성심을 얻어내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는 안철수 무소속 의원이 신당을 이끌면서 DJ와 같은 리더가 되거나 리더십을 갖춰야 한다는 이유로 꼽힌다. 창당으로 성공한 사람이 DJ와 김영삼 전 대통령뿐이라는 것도 한 몫 한다.

‘동교동계 막내’ 설훈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5일 ‘데일리안’과 통화에서 “당시 상황과 지금 상황을 비교하기에는 많이 다르다”며 “안 의원이 혼자 당을 끌어 본적이 없어 리더십을 판단하기는 이르다”고 말을 아꼈다. 다만 “평민당에는 강력하고 출중한 리더가 있었기 때문에 제1야당이 될 수 있었던 것”이라며 ‘카리스마 있는 리더’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진중권 동양대 교수도 지난해 12월 22일 ‘노유진의 정치카페’에서 “평민당(이 승리할 수 있었던 상황) 같은 경우에는 DJ라는 카리스마적인 인물이 지역을 확실하게 잡고 있었다”고 했다.

안 의원은 그간 ‘우유부단한 정치인’이라는 지적을 받았다. 정치권에선 이를 조롱하는 별명인 ‘간철수’가 나오기도 했다.

이 같은 시선을 의식한 듯 안 의원은 지난해 1월 “제가 우유부단한 사람이라고 알려진 것에 억울해하는 게 아니라 그걸 제대로 관리 못 한 제 역량의 탓이라 생각한다”고 했다. 지난해 12월 23일 정책네트워크 내일 송년회에서도 “새정치의 불씨를 활활 태워 정권교체의 길을 밝히겠다. 강철수(강한 안철수)의 길을 가겠다”고 다짐했다.

조건 ② 확실한 호남 지지 기반

평민당은 4개의 지역당이 치른 야권 분열 상태에서 호남이라는 확실한 지지 기반을 바탕으로 수도권에서도 선전했다. 그 결과 평민당이 제1야당이 되고 4개의 교섭단체가 탄생했으며, 여소야대 정국이 시작됐다. 이후 DJ가 이끌거나 승계한 정당이 호남 의석을 싹쓸이하다시피 해왔다.

현 정치권에선 국민의당과 더민주, 천정배 무소속 의원의 국민회의가 ‘호남 정당’이라 외친다. 이러한 경쟁 구도에서 안 의원은 신당을 통해 DJ의 정치철학과 정신을 계승하겠다는 뜻을 밝히며 호남의 민심을 더욱 강하게 끌어안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여론조사에서 호남 민심은 안철수 신당을 향해 기운 듯 한 모습이다. 하지만 더민주가 오차범위 내에서 접전을 벌이는 설문도 있고, 지지율은 유동적인 탓에 뚜껑을 열어보기 전까진 단언할 수 없다.

김철근 새정치전략연구소장은 통화에서 “평민당은 호남 민심이 하나로 뭉쳐 수도권까지 영향을 줬기 때문에 제1야당 등극이 가능했던 것”이라며 “국민의당도 제1야당이 되려면 호남민심, 지역기반이 튼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조건 ③ 인물 그리고 인물

인물은 곧 경쟁력이다.

이번 총선에서 현역 의원의 교체를 열망하는 경향이 강하다. 현 정치에 신물 난 상황에서 기성 정치인, 새롭지 않은 인재에는 눈길이 가지 않는다는 것이다. 실제 한국일보가 최근 한 여론조사에서 ‘현역 의원이 아닌 다른 후보에 투표하겠다’는 응답이 52.4%로 집계됐다. 여야는 이를 토대로 ‘새 인물 영입론’을 주창하고 있다.

과거 평민당도 재야 세력을 대거 등용했다. 1988년 2월 문동환 목사 등 재야인사 98명을 영입해 당을 재정비했고, 민주화를 열망한 국민의 많은 선택을 받았다.

신지호 연세대 객원교수는 통화에서 “안철수라는 색을 지우고 새로운 인물을 영입해야 한다”며 “안철수 신당이 여론조사에서 높은 지지율을 얻는 게 기성 정당에 대한 국민의 환멸이 담겨 있는 것이다. 하지만 안 의원과 참모의 역량만으로는 정치권 변화는 어려울 듯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미지·콘텐츠 차별화를 강조했다.

설 의원은 “평민당에는 호남을 중심으로 출중한 재야 민주 인사가 참여했기 때문에 승리할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김 소장도 “폭넓은 인재영입과 각계 다양한 전문가 그룹 세력을 등용해야 한다. 그래야 제1야당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경쟁력 있는 인물, 참신한 인물을 얼마나 수혈할 수 있느냐가 총선의 핵심인 만큼, 안철수 신당의 행보가 주목된다.

고수정 기자 (ko0726@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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