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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실험 이후 반복되는 말뿐인 '핵무장론' 이번에도...


입력 2016.01.18 05:46 수정 2016.01.18 05:53        목용재 기자

1차핵실험후 이회창→박선영→정몽준→원유철 '핵' 주장

박 대통령 "한반도에 핵이 있어서는 안된다 생각" 일축

지난 6일 북한의 제4차핵실험 이후 정치권을 비롯한 사회 일각에서 '핵무장론'이 제기되고 있다. (자료사진)ⓒ게티이미지 뱅크

북한의 제4차핵실험 이후 다시 남한의 핵무장론이 고개를 들었다. 지난 2006년 제1차 핵실험 이후부터 '핵무장론'은 제기됐다가 현실화 가능성이 없다는 이유로 사장되는 패턴을 반복해왔다. 이번 4차핵실험 이후에도 마찬가지다.

그동안 국내에서는 '북한의 핵실험→정치권·학계·언론 등에서의 '핵무장론' 제기→정부차원의 일축' 등의 북핵 실험이후 고정된 패턴을 보여왔다.

지난 6일, 북한의 제4차핵실험 이후에도 어김없이 정치권과 학계, 언론계 등에서 핵무장론이 제기됐지만 우리 정부는 우리나라가 '핵무기 보유 및 확산 금지'를 내걸고 있는 '핵확산금지조약(NPT)'에 가입했다는 점, 미국의 핵우산을 제공받고 있다는 점을 거론하며 이를 일축시키고 있다.

원유철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7일 오전 새누리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북한의 공포와 파멸에 맞서 우리도 자위권 차원에서 평화의 핵을 가질 때가 됐다"고 핵무장론을 또다시 제기했다. 원유철 원내대표는 북한의 최초 핵실험 이후 이회창 전 자유선진당총재→박선영 전 자유선진당 의원→정몽준 전 새누리당 의원에서 이어지는 정치권 핵무장론자다.

김을동 최고위원도 같은 날 "우리를 지키기 위한 핵이 필요하다. 국가생존 차원의 핵개발이 이젠 필요하다"면서 "핵개발이 인정되지 않는다면 미국의 전술핵 한반도 재배치를 요구해야 한다"고 원 원내대표의 주장을 거들었다.

하지만 정부에서는 이 같은 핵무장론을 일축하고 있다. 한민구 국방부 장관은 같은날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해 "정부는 (비핵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한반도에 핵무기가 생사되고 배치되는 것은 반대라는 입장"이라고 선을 그었다.

박근혜 대통령도 13일 기자회견을 통해 "한반도에 핵이 있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그동안 우리가 한 국제사회와의 약속 때문"이라면서 "우리는 한미상호조약에 따라 미국의 핵우산을 받고 있고 2013년 10월부터는 한미 맞춤형 억제전략에 따라 공동대응하고 있어 한반도에 핵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지난 2006년 제1차 핵실험 당시에도 이와 비슷한 패턴을 보였다. 이회창 전 총재가 "북한의 핵보유를 기정사실화하고 한미동맹 약화와 핵군비 경쟁 가열로 일본 등 주변국이 핵개발에 다가서는 조짐이 나타날 경우 우리도 장기적으로 핵무기 개발을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당시 북한이 1차 핵실험을 감행하자 일본 정치권을 중심으로 자위적 핵무기 개발을 해야 한다는 여론이 강하게 일던 때였다.

지난 2009년 제2차 핵실험 당시에는 박선영 당시 자유선진당 의원을 중심으로 핵무장론이 재차 제기됐는데, 이에 앞서 정부차원에서 핵무장을 시사하는 발언이 새어 나왔다는 점이 현재 정부 기조와는 다소 차이가 있었다.

이상희 당시 국방부 장관은 북한의 제2차 핵실험 직후 소집된 국회 국방위원회에 출석해 "북한이 핵을 보유했으면 핵으로 대응하는 것이 기본적인 전략원칙"이라고 한 바 있다. 이후 박선영 당시 의원도 한 라디오에 출연해 "우리도 자위용 핵무기를 개발하겠다는 의사를 표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동성 당시 한나라당 의원도 "우리도 핵무기를 개발하는 것이 북핵을 포기시킬 수 있는 가장 효과적 방법"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 같은 핵무장론은 이내 사장됐다.

지난 2013년 3차 핵실험 당시에는 정몽준 전 새누리당 의원이 나서 "북한이 핵무장을 하면 우리도 최소한의 자위력을 확보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미국에 설득해야 한다. 결단의 시기가 왔다"고 주장했다. 원유철 원내대표도 당시 "북한 핵 해결시 즉각 폐기를 전제로 대한민국의 핵무장 선언 필요성과 더불어 미국 전술핵의 한반도 재정비의 필요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4차핵실험 이후 재차 논란이 되고 있는 핵무장론에 대해 정성장 세종연구소 통일전략연구실장은 13일 "최초 핵실험 후 수폭 개발에 미국은 7년, 구소련은 4년, 영국은 5년, 프랑스는 8년, 중국은 3년 소요된 점을 고려하면 북한은 첫 핵실험 후 9년이 지났으니까 수년 내에 수폭 개발에 성공할 가능성이 높다"면서 "북한이 '수소폭탄' 개발 의지를 명확히 밝혔음에도 불구하고 한국 정부의 대응은 과거와 크게 달라진 것이 없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정 실장은 "'수출의존형인 한국은 핵실험에 따른 국제사회의 제재를 견디는데 상당한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라는 비판도 있는데, 핵보유에 성공한 나라들은 일시적인 제재와 고통을 모두 견뎠다"면서 "북한의 핵능력 고도화를 막지 못하는 무능력한 국제사회의 일시적인 제재가 두려워 한국 안보를 계속 강대국의 핵우산에 의존해야 한다면 그 대가로 막대한 국가 예산을 들여 강대국의 무기를 구입해야 하는 운명에서 결코 벗어나지 못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목용재 기자 (morkka@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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