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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썰전' 검투사로 팔려나간 전원책-유시민...


입력 2016.01.16 10:11 수정 2016.01.16 10:11        김헌식 문화평론가

<김헌식의 문화 꼬기>싸움과 혈투가 아니라 대안 모색의 장이어야

전원책 변호사와 유시민 전 의원이 맞붙는 jtbc '썰전' 동영상 화면 캡처.

JTBC'썰전'에서 강용석과 이철희를 섭외했을 때 이색적인 점은 김구라였다. 그가 두 사람의 중간에서 사회자 내지 진행자를 맡았기 때문이다. 이색적이라 말한 이유는 변호사와 정치평론가 사이에 김구라는 전혀 색깔이 맞아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김구라는 말 그대로 개그맨 출신의 방송인일 뿐이었다. 아무래도 연관성이 있다면 과거에 인터넷 방송에서 시사를 다뤘다는 점일 것이다. '썰전'이 시사 현안에 대해서 다루기 때문에 김구라의 시사 프로를 다뤄본 솜씨가 발휘될 수 있어 보였다.

하지만 그렇게 고급진 느낌의 시사 프로 진행의 경력은 아니기 때문에 기대를 많이 갖게 할 수는 없어 보였다. 여기에 강용석은 촉망받는 하버드에 변호사 출신의 정치인에서 파렴치한으로 전락해 있었다. 다만, 진보와 보수라는 대결구도가 특이점이었기 때문에 다른 시사 프로와 다를 것이라는 예측은 할 수 있었다. 물론 김구라가 투입된 것은 딱딱하고 무미건조할 수 있는 시사 아이템을 좀 더 재미있게 풀어낼 수 있는 여지를 주지 않을까 싶었다. 

그런데 최근에 강용석, 이철희 구도가 완전히 깨어져 나갔다. 고소 사건으로 하차한 강용석의 후임으로 이준석이 투입되었는지 조차 잘 파악이 안되는 상황이었다. 총선 바람에 맞춰 이철희의 하차로 새로운 멤버들로 교체되는 상황에 이르렀다. 그런데 여기에서도 모순점이 있다. 되돌아보면 '썰전'에서 어떤 내용들을 다뤘는지 기억나는 것이 별로 없다. 응당 시사 프로그램이라면 어떤 기여점이 있어야 하는 데 말이다.

이유는 몇 가지로 압축된다. 형식 면에서 볼 때, 한가지 사안을 심층적으로 다루지 않고, 여러 개를 다루다보니 주마간산식이 된다. 이때문에  두 사람의 입장 차이를 뚜렷하게 대별하는 것에 더 주목한다. 주로 혀의 전쟁, 썰전만 있게 된 것이다. 따라서 무엇을 다루었는지 기억에 남지 않고 두 사람이 대결했다는 점만 각인된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대결의 긴장도 차이가 없게 된다.

대체적으로 파이터들의 대결을 부각하는 방식이 기류를 이루는 것은 지금도 마찬가지였다. 새로운 멤버로 충원된 유시민과 전원책은 주로 대결이라는 측면에서 부각이 되었다. 그  두 사람이 어떤 이슈를 다룰 것인지에 대해서는 거의 언급되지 않았다. 단지 두 사람이 검투사처럼 싸움을 한다는 점만 부각된 것이다. 이러한 점은 결국 썰전의 본질을 그대로 드러내주고 있는 셈이다. 어디 여기 뿐이랴. 이는 많은 종편, 보도 방송 매체에서 흔히 다루는 방식이다. 시사 현안에 대해서 관심이 있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의 주목을 끌어내는 데 관심이 더 많기 때문인 것이다. 시사 현안을 다루는 것은 그 본질이 싸움이나 대결을 통해 눈길을 끄는 것이 아닐 것이다. 시민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실질적인 대안을 모색하는 것이다.

한 때 대표적인 시사토론 프로그램이었던 MBC '백분 토론'의 진행자였던 유시민은 이런 '썰전'의 패널로 참여하게 되었다. 시대적 대세는 재미와 흥미라는 명제아닌 명제에 동의를 하는 셈이 되었다. 틈만 나면 돈 즉 쩐 버는 이야기를 강조하는 김구라의 진행으로 얼마나 많은 이야기를 잘 들려줄 수 있을 지는 알 수 없다는 점은 전원책에게도 마찬가지다. 아마도 그 둘이 어떤 대안을 혹은 남다른 견해를 제시했는지가 아니라 두 사람이 사투를 벌이며 달려들었다는 사실이 더 크게 회자될 뿐이겠다.

그러나 시사 이슈를 다루는 프로그램의 기본적인 정체성은 여전히 시민과 국민에게 있다. 많은 뉴스관련 프로들이 눈길만 끌려고 자극적이고 부산스러운 것은 결국 피로도를 가중시킬 가능성이 크게 있다. 이러한 행태들의 남발은 어느 순간 같이 동반 몰락과 함께 시스템을 붕괴시킬 수 있음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당장에 한방울씩 떨어지는 광야의 꿀방울을 쉽게 외면할 수 있는 이들은 많지 않을 것이다.

글/김헌식 문화평론가

김헌식 기자 (codesss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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