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쾌·발랄한 '걸그룹' 모란봉악단 vs 조신·우아한 '교향악단' 청봉악단
북한 아이돌 그룹 양대 산맥으로 알려진 ‘모란봉악단’과 ‘청봉악단’. 과거 북한 악단에서는 볼 수 없던 톡톡 튀는 세련미로 북한뿐 아니라 국제사회에서도 유명세를 타고 있다. 각기 다른 매력을 앞 다투어 선보이며 북한 악단 역사의 지각변동을 일으키고 있는 두 그룹을 ‘데일리안’이 들여다봤다. < 편집자 주 >
김정은 시대 최초 걸그룹으로 통하는 모란봉악단이 섹시·발랄한 콘셉트로 유명세를 타자 뒤이어 등장한 청봉악단이 우아함과 세련미로 그 뒤를 바짝 좇는 모양새다. 데뷔 1년도 채 안 된 청봉악단이 김정은 시대 아이콘으로 자리매김한 모란봉악단의 대항마가 될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청봉악단은 지난해 7월 체제 선전을 목적으로 김정은의 직접 지시 하에 창단됐다. 이때 앞서 등장했던 모란봉악단이 잠적하며 모란봉악단 해체를 대신할 후속 악단으로 소개되기도 했다. 하지만 이후 북한 주요 행사에서 모란봉악단이 활동을 재개하며 자연스럽게 북한 걸그룹 1세대 라이벌 구도가 형성됐다.
'라이벌' 모란봉과 청봉, 음악 스타일은?…'팝' VS '클래식'
특히 청봉악단의 경우 세미클래식 풍의 세련된 음악으로 우아한 이미지를 내세우는 반면 모란봉악단은 경쾌한 가요 느낌의 음악으로 섹시·발랄한 이미지를 내세우고 있어 극명히 대비되는 콘셉트 또한 경쟁구도의 한 축을 맡고 있다.
실제로 청봉악단은 트럼본, 트럼팻, 바이올린, 클라리넷 등 금관악기 위주의 경음악단으로 클래식한 느낌을 연출하는 반면, 모란봉악단은 드럼, 키보드, 전자기타, 전자바이올린 등 전자악기를 이용하는 전자악단으로 서구식 팝음악 스타일을 추구한다.
이 같은 차이는 과거 김정일 시대 대표 악단으로 꼽히는 보천보전자악단, 왕재산경음악단 때부터 이어져온 것으로, 실제 모란봉악단은 보천보전자악단을 청봉악단은 왕재산경음악단을 계승한 것으로 알려졌다.
때문에 공연 영상을 보면 모란봉악단의 경우 빠른 템포의 음악과 섹시웨이브 등 화려한 볼거리로 흥을 돋우지만, 청봉악단의 경우 아카펠라 앙상블과 그에 걸 맞는 절제된 동작으로 웅장한 무대를 연출한다.
음악적 색깔이 다른 만큼 의상콘셉트, 무대연출 또한 확연한 차이를 보인다. 모란봉악단은 첫 데뷔무대에서 가슴이 훤히 파인 튜브탑 미니 원피스에 ‘킬힐’을 신고 등장했고, 청봉악단은 발까지 덮는 긴 검정 드레스를 입고 나와 마치 클래식 오케스트라 단원을 연상시켰다.
이 같은 차이는 최근 두 악단의 합동공연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두 악단은 지난해 10월 열린 노동당 창건 70주년 행사에서 각각 체제선전 가요를 경쾌·발랄하게, 보다 웅장하게 선보였다.
이처럼 확연한 대비를 보이며 라이벌 구도가 형성되는 것과 관련 이 두 악단을 같은 선상에 두고 비교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우리나라 걸그룹들의 '섹시 대 청순함' 같은 콘셉트 대결이 아닌 '걸그룹 대 교향악단'이라는 보다 큰 틀에서 비교가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청봉악단, 걸그룹이 아닌 교향악단으로 봐야"
안찬일 세계북한연구센터 소장은 ‘데일리안’에 “리드미컬한 음악으로 경쾌하고 발랄한 이미지를 주는 모란봉악단이 ‘걸그룹’이라면, 클래식한 음악을 주로 선보이는 청봉악단은 ‘교향악단’ 급으로 음악이나 예술성에 있어 차이가 확실하다”고 전했다.
최근 청봉악단을 걸그룹으로 보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오는 것도 이와 같다.
모란봉악단의 경우 시대에 걸맞게 힘차게 미래로 나아가는 미래지향성 이미지를 강조한다면, 청봉악단의 경우 민족적 형식의 사회주의적 내용을 담은 북한식 전문 예술을 추구해 그만큼 예술성도 더 높다는 설명이다.
또한 이 같은 분명한 차이로 오르는 무대도 달라진다는 분석이다. 모란봉악단의 경우 설맞이, 7.27 전승절 행사 등 각종 기념일을 비롯한 일반 행사에도 수차례 동원돼 공연을 치렀지만, 청봉악단은 굵직한 행사에만 등장해 공연 횟수도 현저히 적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안 소장은 “교향악단이 아무데서나 연주하지 않듯 청봉악단 역시 음악수준이 높은 클래식 악단이기 때문에 음향시설이 완벽히 갖춰진 극장이 아니면 아무데서나 공연하지 않는다”고 전했다.
그렇다면,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에게 더욱 사랑받는 음악단은 '모란봉'일까?, '청봉'일까? 이에 대해 무대에 많이 등장할수록 그 시대 주력 악단임을 증명하는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북한 문화예술계에 종사했던 한 탈북자는 “모란봉악단이 다른 악단보다 합동공연이든 단독공연이든 무대에 서는 횟수가 압도적으로 많은 것은 현재 북한 최고 악단임을 증명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최근 청봉악단의 공연에서 모란봉악단 단원들이 김정은 옆에 앉아 함께 공연을 관람하는 모습이 보도되면서 모란봉악단이 청봉악단보다 위상이 더 높다는 분석도 있다.
한편, 김정은이 모란봉악단, 청봉악단을 내세워 ‘악단 정치’를 펼치는 것은 음악이나 스포츠 등에 관심이 많은 북한 청년들을 체제 속으로 더 결집시키려는 의도가 있는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와 관련 안 소장은 “김정은이 두 악단을 평양 시민에게 다 보이라고 지시한 바 있는데 이는 사상성, 예술성을 교육시키려는 것과 입장권을 사서 돈을 헌납하라는 목적 두 가지가 함께 적용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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