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난할 땐 언제고…'언론플레이' 일삼는 국민의당
'이희호 녹취', '뻥튀기 탈당', '정운찬 영입' 언론플레이 늘고
"박영선 의원 당대표·서울시장 공천 주고…" '문자 정치'
"어디서 나쁜 것만 잘 배웠더라"
지난 4일 안철수 의원의 이희호 여사 신년 예방에서 불거진 '녹취록 파문'을 두고 한 정치권 관계자의 평가다. 그는 구체적으로 "평생을 도청 속에서 살아온 이 여사를 예방한 자리에서 허락 없이 녹음한 것 자체도 문제지만, 그 내용을 자의적으로 해석해 언론에 퍼트린 것은 더 나쁘다"고도 했다. 이른바 '언론플레이'를 언급한 것이다.
더불어민주당을 '낡은 진보'로 규정하고 탈당해 '새정치'를 주창하며 창당 광폭행보를 이어오던 국민의당이 '언론플레이'를 일삼으며 구태정치를 반복하고 있어 정치권으로부터 '새'정치가 아닌 '낡은' 정치라는 빈축을 사고 있다.
특히 국민의당 창당의 주축인 안 의원 측은 과거 2012년 문재인 당시 민주통합당 대통령 후보와의 후보 통합 당시 문 후보 측의 '언론플레이'를 언급하며 강력 비난한 전례가 있어 '나쁜 것만 배웠다'는 주장이 더 뼈아프게 느껴질 것으로 보인다.
'뻥튀기 탈당', '정운찬 영입' 등 '언론플레이' 늘어
국민의당의 언론플레이는 지난 6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날 국회 정론관에서는 문병호 의원의 주선으로 더민주 소속 당원 13명이 탈당기자회견을 열고 국민의당으로 합류를 밝혔다. 그러나 '강원저널'의 보도에 따르면 이들 중 더민주의 당적을 자기 있던 인사는 5명에 불과했다. 나머지 8명은 이미 탈당을 했거나 당적이 없는 인사였다. 사실상 세과시를 위한 '뻥튀기' 기자회견이었다.
정운찬 전 총리의 영입과 관련한 언론플레이도 정치권에서 회자된다. 안 의원과 정 전 총리의 인연은 과거 2013년 안 의원이 처음으로 신당 창당을 발표하고 인물 영입에 나설 때 부터 시작된다. 당시 정 전 총리의 합류설이 돌았지만 두 달여간 설만 무성했고 결국 정 전 총리는 합류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익명을 요구한 한 정치권 관계자는 "안 의원 본인이 직접 온 것도 아니고 사람을 보냈더라. 게다가 상대가 합류한다고도 안 했는데 '정운찬 만났다'며 언론플레이 하는 모습에 정 전 총리가 상당히 마음이 불편했던 것으로 안다"며 안 의원 측의 언론플레이를 지적했다.
그러나 이런 지적에도 불구하고 2년이 지난 지금에도 안 의원 측의 '정운찬 합류' 언론플레이는 계속되고 있다. 안 의원의 측근에 따르면 평소 취재진은 물론 주변 인사와의 스킨십도 서툴렀던 그가 '매일' 전화를 걸어 합류를 제안하고 있다고 한다. 안 의원의 공동대표시절 비서실장을 지냈던 문병호 의원도 최근 MBC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정운찬 총리께서는 아마 2월 중순 이후에 움직이실 것"이라며 "만약에 들어오신다면 저는 국민의당으로 오실 걸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정작 정 전 총리는 지난달 31일 발행된 한 주간지와의 인터뷰에서 "안 의원을 믿지 않는다. 언제 '철수'할지 모르지 않느냐"고 말해 사실상 합류를 거부한 바 있다.
"'문자정치'도 배웠나" 비아냥도
지난해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본회의장이나 주요 회의장에서 카메라 기자에게 찍힌 문자나 수첩의 글귀로 홍역을 치렀다. 그러면서 일정 부분 자신이 원하는 정치적 메시지를 던지기도해 이를 두고 '문자 정치'라는 말도 나왔다. 국민의당은 2015년 한 해 정치권에서 꽤나 논란이 됐던 '문자정치'도 답습하는 모습이다.
지난 18일 국민의당 창당준비위원회 부위원장인 문병호 의원이 당 인재영입위원장인 안 의원에게 더민주 박영선 의원과 탈당 후 당시 독자신당을 창당중이던 천정배 의원의 영입을 제안하는 문자가 '뉴시스'의 보도를 통해 공개됐었다.
당시 문자에는 '박영선 천정배 모시고오면 좋겠습니다. 박영선 의원에게는 당대표 서울시장공천 제안하면 좋겠습니다. 천정배의원께는 자신감을 살려주는 말씀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큰 틀에서 보면 두 분 다 대세에 지장 없다고 봅니다. 새로운 역사는 민중이 쓰는 것이지 상층부 몇몇 사람이 쓰는 것은 아니니까요'라고 적혀있었다.
구태정치의 표본으로 불리는 '자리를 제안해 영입하는 정치'를 또 다시 보여줬다는 비난도 피할 수 없지만, 정치 관계자들 사이에선 "'좁디 좁은' 당사 회의실에서, 바로 뒤에 기자들이 있는 것을 뻔히 알면서 예민한 문자를 보란 듯이 꺼내보다 걸렸다는게 넌센스"라는 소리가 흘러나온다.
결과적으로 비난을 받았으니 목적은 불분명하지만 '보라고 꺼내서 보여준 것 아니겠냐'는 지적이 중론이다. 특히 안 의원이 이 문자에 대해 "일주일도 더 된 문자"라고 해명하면서 일각에서는 '그렇다면 문 의원은 회의 도중 일주일도 더 된 자신이 보낸 문자를 갑자기 왜 꺼내보냐'는 비아냥거림이 나왔다.
적대적 양당 구도의 타파와 '새정치'를 내걸고 창당에 나서 연일 쾌속순항를 이어가던 국민의당호가 '언론플레이'와 '구태 정치 답습'이라는 풍랑을 어떻게 헤쳐나갈지 정치권은 주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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