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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대희 보내려했던 구로갑, 진짜 '험지'였나


입력 2016.02.06 10:00 수정 2016.02.06 10:00        전형민 기자

인물은 물론 정당까지 20년째 매 총선마다 '선수교체'

지난 2014년 4월3일 서울 구로구가 65년 만에 철거될 고척동 옛 영등포교도소를 주민에게 개방했었다. 그러나 이후 구로구는 부지의 사용을 놓고 갈등을 겪고 있다. ⓒ연합뉴스

최근 20년 간 네 차례의 국회의원 총선거에서 매번 주인이 바뀐 지역이 있어 이번 총선에서의 승자는 과연 누구일지 주목받는 지역이 있다. 바로 더불어민주당 소속 '86 운동권'의 대표주자로 손꼽히는 이인영 의원이 현역으로 있는 구로갑이다.

서울 서남단에 위치한 구로갑은 15대 국회 새정치국민회의(현 더불어민주당) 정한용, 16대 국회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김기배, 17대 국회 열린우리당(현 더민주) 이인영, 18대 국회 한나라당(현 새누리) 이범래, 19대 국회에서는 민주통합당(현 더민주) 이인영으로 지난 20년 간 다섯 차례에 걸친 총선에서 지역구의 주인이 단 한 차례도 수성에 성공하지 못한 '격랑의 지역'이다.

구로갑이 처음부터 격랑의 지역이었던 것은 아니다. 원래는 제5공화국과 제6공화국 당시 노태우 정부의 집권 여당이던 민주정의당, 약칭 민정당 소속 김기배 전 의원이 12대부터 14대까지 내리 3선을 했던 여당의 텃밭이었다. 그러나 맹주였던 김 전 의원이 15대 총선에서 고배를 마시면서 구로갑은 격랑의 소용돌이 속으로 빠져들어갔다.

따라서 불과 60여 일 앞으로 다가온 4·13 국회의원 총선거에서 서울 구로갑의 현역 의원인 이인영 의원과 도전장을 던진 새누리당의 곽병기·김배영·김익환·유영철·진선수 예비후보, 곧 예비후보로 등록할 김승제 당협위원장과 아직 후보를 내지 않은 정의당과 국민의당 후보까지. 경쟁에서 최종 승자는 누가 될지 정치권의 관심이 모이고 있다.

지난해 2월8일 당시 새정치민주연합(현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에서 당 대표 후보로 출마해 지지를 호소하고 있는 이인영 의원. 이 의원의 지역구는 서울 구로갑이다. (자료사진) ⓒ데일리안 홍효식 기자

새누리당이 만들어준 '강적 이미지'에 땡큐! 연승 도전하는 이인영

현재까지 오는 20대 총선에서 승리의 여신이 함께할 것으로 가장 가능성이 높은 후보는 현역인 이인영 더민주 의원이다. 이 의원은 우선 그동안 세 차례나 혈투를 벌여온 '맞수' 이범래 의원이 경기 성남시 분당갑으로 지역구를 옮기면서 한시름 놓았다. 지난 18대 총선에서 이 전 의원에게 900여 표 차이로 아깝게 낙선했던 이 의원은 와신상담, 19대 총선에서 7500여 표 차이로 여유있게 이 전 의원을 따돌린 바 있다.

특히 새누리당이 이 의원에게 '강적 이미지'를 심어주면서 구로갑에서의 영향력을 오히려 더 키워줬다는 평가도 있다. 최근 공천문제로 시끄러웠던 새누리당이 20대 총선의 '대어' 중 하나로 평가받는 안대희 최고위원을 '험지'라며 구로갑에 전략공천하려했기 때문이다. 안 최고위원은 결국 노웅래 더민주 의원의 지역구인 마포갑을 선택해 출마를 선언했지만, 정치권에서는 이 의원이 '구로을 험지론'의 반사이익으로 자신의 존재감을 한껏 뽐냈다는 평가다.

아울러 지역에서 '정책 연속성'을 요구하고 있는 것도 이 의원에게는 호재다. 구로갑은 앞서 서술했듯이 최근 20년 간 단 한 차례도 같은 인물은 물론 같은 당도 연속 당선에 성공하지 못한 지역으로 바로 옆 지역구인 구로을에서 박영선 의원이 18, 19대에서 연속 당선되며 신도림 역사 개발 등 정책의 연속성을 가지고 지역을 발전시킨 것에 비해 다소 낙후됐다는 지적이 있다. 따라서 지역에서 '지역 발전을 위해서라도 적어도 재선은 시켜봐야하지 않겠느냐'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오는 20대 총선에서 서울 구로갑 지역구에 출사표를 던진 새누리당 김익환 예비후보.(자료사진)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역사에 따라 이번엔 우리 차례" 4년 간 칼 갈아온 새누리

그러나 이 지역에 출사표를 던진 새누리당 예비 후보만 5명에 이르는 등 이 의원의 연속 당선은 쉽지만은 않을 전망이다. 특히 이 의원에게 호재로 언급했던 '정책 연속성'은 악재로도 언급되며 '양날의칼' 양상을 보인다.

지역 유권자들은 영등포교도소 부지 슬럼화, KBS 송신소 부지 개발 등 지역 내 굵직한 현안이 지난 17대 국회부터 있어왔음에도 여전히 가시적인 성과가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지역 유권자인 A씨는 "박영선 의원이 재선한 구로을은 디큐브시티도 올라가고 하는 마당에 이 의원도 어쨌든 지역에서만 재선인데 뭘 한건지 모르겠다"며 "이참에 정부의 지원을 잘 따올 수 있는 사람으로 교체해야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의원이 경쟁을 하게 될 새누리당 예비후보들도 이범래 전 의원에 못지 않은 내공을 지녔다는 점도 이 의원으로서는 부담스럽다. 예비 후보로 등록한 김배영 예비 후보는 제6, 7대 서울특별시의회 의원을 지내면서 서울특별시의회 교문위 부위원장, 예결위 위원장 등을 지낸 광역의원 출신이다.

김익환 예비후보는 대북전문매체인 열린북한방송 대표와 데일리엔케이 논설위원을 거쳐 구로미래포럼 대표, 새누리당 정책위원회 외교통일정책조정위원회 자문위원 등을 역임하고 있는 정책통이다. 특히 김익환 예비후보의 경우, 올해 42세에 불과해 이 의원이 그동안 강점으로 꼽았던 '386', '젊음' 등의 이미지에서는 이 의원보다 더 낫다는 평가다.

"무슨 오지선다 문제 같네요. '다음 중 실현 가능한 공약은?' 이런거요"

지난 2012년 총선 무렵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 올라온 '서울 구로갑 후보들의 패기'라는 제하의 게시글에서 글쓴이는 이 같이 말했다. 당시 기호 1번과 2번으로 출마해 경합을 벌였던 이범래, 이인영 후보는 나란히 공약으로 '경인전철 지하화'를 내걸었다. 이 게시글의 글쓴이는 이를 두고 "쌍으로 무리수 두지마요. 무슨 수로 지하화하려고 그래요.."라며 답답해했다. 그는 "구로갑 지역에서의 역대 최강의 뻥이지요"라며 "구로갑 지역은 투표 안 하는 게 정답 같아요"라고도 했다.

구로갑 지역구가 여당 후보든 야당 후보든, 이번 차례가 지난 20년 동안의 전례에 따라 어느 쪽이든 간에 이미 4년 전인 지난 선거에 작성된 자조섞인 지역 유권자의 글에서 유권자의 마음을 조금이라도 이해하는 후보가 당선될 것으로 보인다. 후보들은 '민주주의 꽃은 선거고 투표권은 유권자에게 있다'는 금언을 다시 한 번 떠올리지 않을까.

전형민 기자 (verdant@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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