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름 영화의 귀환, 근대로의 회귀? 상품 차별화?
<김헌식의 문화 꼬기>거장일수록 장인정신 내세워 필름 고집 '구별짓기'
영화 '캐롤'은 그 작품의 내용도 그렇지만 필름 영화로 제작되어 화제를 모았다. 작년 필름 영화로 제작되어 화제를 모았던 영화 '인터스텔라'같은 상업 영화는 아니어서 덜 회자는 면이 있지만 영화 마니아들에게는 매력적으로 어필하고 있는 셈이다. 시대적 퇴물로 취급받는 필름 영화의 귀환은 어느 정도 예상되었던 일이다. 그것은 이제 디지털과 구분되는 1%의 차이일 수 있지만, 영화 자체의 가치 평가를 다르게 할 수 있게 된다.
물론 현실에서 필름 영화를 다룰 줄 아는 인력, 아니 기술자들은 이제 근대 문화유산으로 등록되어야 할 듯 싶다. 인간 문화재에 속하게 될지 모른다. 더군다나 적어도 필름 영화에 대한 역사적 대중적 가치가 여전히 살아 있다면 말이다. 영화 '다크나이트'시리즈와 '인터스텔라'의 놀런 감독은 영화 '저수지의 개들'왜 유명한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과 함께 대표적인 필름영화주의자들이다. 심지어 영화 필름이 생산되지 않으면 영화를 만들지 않겠다고 말했다. 35mm, 70mm 필름 영화가 주는 영화적 미학을 고수한다.
디지털 영화처럼 화려한 아니 현란한 시각 효과를 인위적으로 덧대지 않는 면에서 아날로그 정서를 흠뻑 느낄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이를 깊이감이라고 할 수도 있고, 특유의 색감이라고 할 수 있다. 아이맥스 영화처럼 영화적 전경을 중시할 수도 있다. 물론 이런 영화들이 강조하는 규격들은 사실 디지털 영화에 별로 관심거리의 문제가 되지 않는다. 디지털 영화에서 중요한 것은 영화필름 규격이 아니라 0과 1로 변환되는가일뿐이기 때문이다. 아무리 필름 영화를 디지털로 변환 시켜도 그 맛은 느껴지지 않기 때문에 그에 맞는 영화 감상공간이 필요해지는 것은 당연한 노릇이다.
디지털 영화가 선호되는 이유는 필름 영화에 비해 저렴하면서 다양한 시각적 효과를 나타낼 수 있으며 무한 복제 변용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인간이 할 수 있었던 일들을 디지털 기술이 간편하게 할 수 있었다. 새로운 시각적 효과의 기원을 내는 듯 싶었다. 물론 영화 산업에서는 초기 이런 디지털 기술을 받아들이는 데 머뭇거렸다. 머뭇머뭇 거린 이유는 어떤 영화 철학이 굳건하게 있어서는 아니었다.
디지털 영화를 관객들이 거부반응을 일으킬까 두려워했다. 물론 영화인들 사이에서는 반대 의견이 많았다. 하지만 디지털 영화의 편리성은 영화 창작자들에게 매력적인 면이 있었다. 결국 영화 제작은 자본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영화 특성에 따라 필름 영화를 사용해야할 경우는 있다. 하지만 영화 산업 차원에서 이는 크게 중요 변수요인이 되지 못했다.
표준화는 효율을 의미한다. 디지털 영화의 표준화는 효율을 통해서 수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 테크놀로지이다. 이제 대중 영화 극장의 심리는 영화적 재미를 느낄 수 있으면 된다. 필름 영화인지 아닌지 따지는 것이 중요해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영화 관객들의 기호는 좀 더 차별적인 영상 미학을 원하고 있다. 디지털이 주는 획일성에서 벗어나려는 것은 표준화된 프랜차이즈 레시피에서 오래 길들여지면서 생긴 피로증에 걸린 심리와 같다.
더구나 장인정신으로 영화를 만드는 거장 감독들의 영화는 좀 더 구별짓기에 알맞다. 거장일수록 이런 필름 영화를 고집하는 듯 싶다. 상업 영화도 이런 점을 2019년 영화 '스타워즈' 시리즈가 필름 영화로 제작될 상황에 있다. 물론 영화 산업 자본이 이를 뒷받침 해주어야 가능한 일이기도 하다. 70mm 영사기는 200대 정도로 알려져 있고, 타란티노 감독은 영화 '헤이트폴8'을 상영하기 위해 영사기를 따로 구입했다.
영화를 투자제작하든 영화를 배급 상영하든 따로 들여야 하는 기술과 인력, 공간이 필요한 필름 영화는 이제 하나의 새로운 고유 시장을 갖는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여전히 필름 영화가 고유하게 창작될 수 있는 장르와 소재, 장면이 분명 구별된다. 무조건 필름이 영화의 가치를 좌우하지 않는다. 결국 필름 자체가 아니라 영화적 철학과 미학에 있다.
글/김헌식 문화평론가
©(주) 데일리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