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스케치] SBS <긴급출동 SOS 24> ´노예 며느리´
시어머니가 며느리를 종으로 부려먹고 있는 사실이 브라운관을 통해 알려지면서 사회에 큰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SBS<긴급출동 SOS 24>는 30일 인간 이하의 비참한 생활을 하는 40대 여인의 사연을 공개했다.
제작진은 “젊은 여자가 구타 당하며 노예처럼 살고 있다”는 급박한 제보를 받고 출동했다. 40대 여인 처지를 보다 못한 이웃주민들이 제보한 것.
길거리에서 만난 정미숙(가명,43)은 힘든 노동을 하고 있었다. 흙을 여러 포대에 나누어 담아 수레에 싣고 있었다. 이웃주민들은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고된 노동에 시달리는 여자’라고 증언했다.
제작진이 다가가 말을 붙여 보지만 대답이 없다. 정미숙은 흙이 가득 담긴 포대를 수레에 싣는 것조차 벅차했다. 제작진이 도와주면서 다시 “무슨 일 하는 건가?”라고 질문하자 조심히 말문을 열었다.
“밭에 흙 뿌리려고…”
이웃주민들은 “낯선 사람과 일절 말 안 한다”고 말했다. 시어머니의 며느리 학대가 문제였다. 이웃주민은 “보통이 아니다. 각목까지 동원 한다”며 기가 찬 듯 혀를 내둘렀다.
시어머니 고영춘(가명, 71세)은 며느리 정미숙에 쉴 틈도 주지 않고 노예 부리듯 고된 노동을 강요하고 있었다. 시어머니는 "며느리가 집에 붙어있지 않아 저렇게 일을 시키는 것”이라고 말했다. 심지어 일하는 도중 화장실 가는 것도 못마땅해 했다. 시어머니는 “며느리를 보면 속 터진다. 시어머니가 며느리 시키는 건 당연한 게 아니냐”고 주장했다. "머리가 돌대가리" 라는 모욕도 서슴지 않았다.
충격적인 사실은 며느리가 시어머니 집에서 같이 살지 않는다는 점. 새벽부터 밤까지 고된 노동을 하고난 뒤, 혼자 따로 나와 쪽방을 얻어 살아가고 있었다. 남편과 시어머니가 있는 곳에서 쫓겨나 생활하는 처지였다.
며느리는 늦은 밤 귀가 길, 쓰레기통을 뒤졌다. 피자 찌꺼기를 먹고 있었다. 논밭에 떨어진 빵을 주워 먹기도 했다. 주민들은 “배가 고파서 저런 것”이라고 증언했다. “우리들이 빵도 사줬지만 먹으려고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제작진이 안타까운 마음에 먹을 것을 건네주지만 정미숙은 “안 먹어요. 안 먹어요”라고 한사코 거부했다. 이웃주민들은 “(우리가) 옷이라도 주면 시어머니가 며느리를 폭행한다”며 먹지 못하는 이유를 설명했다.
정미숙은 난방도 안 되는 쪽방에 와서 늦은 저녁참을 먹었다. 반찬은 고작 묽은 김치물에 찬밥. 방 안도 엉망이었다. 냉장고 안 음식들은 곰팡이로 뒤덮여 있고 쌀은 한줌도 안 되고 가스렌지에는 기름때와 먼지가 수북이 쌓여있었다.
남편 김명수(가명,43)는 제작진 측과 전화통화로 “집사람이 조금 답답해 그런 것 같다”며 어설픈 변명만을 늘어놓으며 책임을 회피했다. 이어 “집안에 두면 냄새가 심하다. 숨을 쉴 수가 없다. 그래서 나가라고 했다.”고 주장했다. 시어머니는 밥을 안 주는 이유에 대해서 “먹는 것만 찾고 일은 안 하려고 한다.”라고 주장했다.
지역 보건소는 이미 사태의 심각성을 파악하고 있었다. 며느리 정미숙은 정신분열을 앓고 있었지만, 시어머니의 반대로 보건소에서도 도움을 주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고백했다.
며느리 정미숙은 <긴급출동 SOS24> 취재 도중 몸살이 났다. 열이 심해 도저히 일어날 수 없는 지경이었다. 그러나 시어머니의 전화 한통으로 태도가 급격히 달라졌다. 시어머니가 “잠에 취해 그러지. 너 아프냐?”고 하자 며느리는 “(정색을 하면서) 안 아파요”라고 답했다. 시어머니가 찾아오고 또다시 일을 시켰다. 며느리 정미숙은 얼음 같은 찬물에 이불을 빨아야 했다.
결국, 정미숙은 친정 식구들의 도움으로 시어머니로부터 해방됐다. 정미숙 오빠 정용덕(가명)을 비롯한 친정 가족들은 “데리고 살아줘도 고맙게 여기고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현재 상황을 보고는 말을 잇지 못하고 분통을 터뜨리고 말았다.
종합건강검진 결과, 이른바 ‘노예 며느리’ 정미숙은 체중 미달로 정상이 아니었고 몸 구석구석 구타에 의한 멍과 흉터가 남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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