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속되는 필리버스터, 여당 내 불안함 '모락모락'
일약 SNS 스타로 포퓰리즘 기승 선거에 미칠 영향 예의 주시
테러방지법 직권상정 저지를 위한 야당의 필리버스터가 일부 여론의 열띤 지지를 받고 있는 가운데 새누리당 내부 일부에선 이로 이해 이번 선거가 악영향을 받진 않을까하는 불안감도 생기고 있다.
23일 저녁부터 시작된 야당의 필리버스터는 25일 오후 6시 기준으로 더불어민주당 김광진·국민의당 문병호·더민주 은수미·정의당 박원석·더민주 유승희·더민주 최민희·정의당 김제남·더민주 신경민 의원 순으로 진행되고 있다.
필리버스터는 1969년 8월 29일 당시 여당인 공화당의 '3선개헌 국민투표'를 저지하기 위해 법사위 소속 박한상 신민당 의원이 무제한 토론을 펼친 이후 무려 47년 만에 이뤄졌다. 대다수 국민은 물론 정치권에 있는 인물들조차 그동안 필리버스터라는 것을 말로만 들었을 뿐 실제로 본 적이 없던터라 관심이 집중됐다.
시작일 오후 7시 7분, 첫 번째 주자로 본회의장 단상에 오른 나선 김광진 의원은 5시간 32분 동안 올곧은 자세로 연설을 하며 국민의 많은 관심을 받았다. 김 의원이 하는 동안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에는 '김광진 힘내라'가 1위에 올랐고 '필리버스터', '김광진', '테러방지법' 등 정치 관련 키워드가 순위에 오르며 네티즌들의 응원이 빗발쳤다.
김광진 의원으로부터 바톤을 이어 받은 문병호 의원 역시 1시간 49분 간 연설을 하는 동안 실시간 검색어에 오르며 많은 관심을 받았다. 최고 정점은 은수미 의원이었다. 세번째 주자로 단상에 오른 은 의원은 첫 주자였던 김 의원보다 더욱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은 의원은 장장 10시간 18분 동안 토론을 진행하며 대한민국 헌정 사상 필리버스터 최장 기록을 수립했다.
특히 필리버스터 이후 은 의원의 후원금이 하루 만에 2500건을 돌파하며 정리된 통장만 8개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또한 400명에 가까운 국민들이 1~2만원의 소액 후원금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은 의원은 또 본인의 트위터에 "제게 많은 메시지와 댓글과 쪽지와 카톡 등을 보내주고 계시는데 답변 달거나 쪽지 드리는 등의 인사가 늦다. 꼭 답장하는 편인데 늦게 답해도 이해해달라"고 밝히며 자신을 향한 관심을 공개했다.
이 외에도 필리버스터를 진행하는 모든 의원들의 이름이 검색어에 이르며 포털에는 관련 기사들이 쏟아지고 있으며 대다수 여론은 야당에게 호응을 보내고 있다. 극심한 당의 내홍으로 국민들로부터 외면 받던 야당이 이제야 좀 야당답다는 의견이다.
네이버 아이디 'sejf****'는 "멋있다 야당 끝까지 응원할테니 함내라"고 지지했고 'rain****'도 "국회의원들이 국회에서 토론이든 법안통과든 국회에서 하는 건 지극히 정상이고 그것이 국회의원의 본분"이라고 응원했다.
다른 네티즌 'nond****'은 "불의에 저항하는 의원님들 무제한토론으로 꼭 막아주세요. 파이팅"이라고 응원했고 'arac****' 역시 "끝장토론! 응원합니다!"라고 했다.
또한 인천 서구에 거주하는 한 30대 남성은 "야당이 진짜 버틸 때까지 버텼으면 좋겠다. 이것이 야당다운 야당이 아닌가"라고 호응했고, 서울 영등포구에 사는 한 20대 남성 야당 지지자는 "그동안 야당이 힘을 결집하지 못해 매번 여당에 속수무책 당하기만 했는데 이제는 여당에 맞설 수 있어 보인다"고 흡족해했다.
새누리, 야당 향해 총공세
선거를 앞두고 여론이 야당에 우호적으로 기울자 야당은 필리버스터 비판 총력전을 펼쳤다. 25일 오전 열린 새누리당 최고위원회의에서는 지도부는 야당의 필리버스터를 '총선용 이벤트'로 규정하며 강력 비판했다.
원유철 원내대표는 "지금 대한민국 본회의장이 더불어민주당 예비후보들의 얼굴알리기용 총선 이벤트장으로 전락하고 있다"며 "8시간, 10시간 오래버티기 신기록 경신대회로 관심을 끌고 이름을 알리면서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 1위를 휩쓸고 있으니 이들의 선거운동은 성공한 듯 하다"고 꼬집었다.
김정훈 정책위의장은 "정신 나간 무제한 토론으로 국회 본회의장이 야당 의원의 기록 경신장으로 변질 되고 있다"며 "야당의 토론 내용을 들으면 무슨 말을 하려는건지 알 수 없다. 누가 오래 버티나 하는 정신나간 짓을 당장 그만두길 바란다"고 수위를 높였다. 신의진 대변인은 이날 오후 논평을 통해 필리버스터를 '무제한 토론쇼'로 규정했다.
김무성 대표는 야당의 필리버스터 결정 직후 "국회선진화법에 의해 어쩔 도리가 없다. 국회선진화법이 망국법이라는 것을 몸소 체험하는 것"이라고 했으나 필리버스터가 점차 길어지자 피켓 시위 등에 동참하며 두고 보고만 있지는 않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자칫 잘못하면 오는 4월 13일 20대 총선에 악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는 불안감이 깔려 있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일부 새누리당 관계자는 지금의 필리버스터 사태가 총선 정국을 휩쓸어 20대 국회 새누리당 의석이 한 석이라도 더 줄 지는 않을지 걱정을 하고 있는 상황인 것으로 전해졌다. 필리버스터에 참석한 야당 의원들이 선거운동에 그것을 활용했을 때 호응도가 높을 것이라고 예상하고 긴장하는 분위기가 어느 정도 형성이 된 것으로 추측된다.
그러나 다른 새누리당 당직자는 필리버스터 이슈가 선거까지 가지는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 관계자는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최근 인터넷을 보면 야당을 향한 호응도가 높아졌다는 것을 몸소 느끼긴 한다"면서도 "선거까지 한 달 넘게 남았는데 그동안 많은 선거를 치러본 결과 필리버스터의 여운이 그 때까지 가지는 않을 것이다. 선거구 획정이 이루어지면 야당의 공천과정에서 잡음이 생길 것이고 또 새로운 이슈가 등장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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