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제재 앞서 평화협정 스멀스멀 나오는 이유
전문가 "중국, 대미 투쟁전략으로 이용하기 위해 북 '평화협정 카드' 대변"
북한의 잇단 도발에 따른 국제사회의 대북제재가 본격화되지 않은 상태에서 북한이 요구하는 ‘북미 평화협정’이 불거져 나오는 것은 중국의 자국 안보 전략에서 촉발됐다는 분석이다.
'북미 평화협정'은 북한이 과거부터 일방적으로 고집해왔던 '협상카드'로, 그동안 미국은 북한의 비핵화가 전제돼야지만 평화협정이 가능하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지난 26일 방한한 다니엘 러셀 미 국무부 차관보도 북한의 비핵화 조치 및 안보리 준수를 전제로 “보다 넓은 범위에서 진전의 문을 열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중국은 안보리 결의 과정에서 한반도 사드(THAAD) 배치 반대와 함께 비핵화와 평화협정을 병행 추진해야한다고 거듭 주장해왔다. 북한의 입장을 그대로 대변하는 모양새다. 실제 왕이 중국 외교부장은 24일 “평화협정 없이는 비핵화를 이룰 수 없다”고 공언하며 미중 간 안보리 결의 초안 합의 당시부터 이 같은 입장을 공식 천명해왔다.
이처럼 대북제재의 핵심 열쇠를 쥐고 있는 중국이 비핵화·평화협정 병진론을 내세우자 현재 대북제재 결의안이 채택되지도 않은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또다시 북한·중국발의 일방적인 한반도 평화협정 논의가 고개를 들고 있다.
이에 전문가들은 중국이 미국을 견제하기 위해 자국의 대리인 격인 북한의 목소리를 키워주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북한이 요구하는 한반도 평화협정을 자국 안보 전략 카드로 사용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유동열 자유민주연구원장은 2일 ‘데일리안’에 “중국에게 북한은 대미 투쟁의 전략적 위상을 갖고 있는 전략적 대상”이라며 “중국 입장에서는 직접 미국을 겨냥하지 않아도 북한이 대신 투쟁해주기 때문에 북한에 대한 영향력을 놓지 않으려 북한의 입장을 두둔해주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중국이 한반도 평화협정을 주장하는 것은 한반도 사드배치를 막기 위함이라는 지적도 있다. 한반도 긴장관계가 완화되면 자연스럽게 사드배치 명분이 떨어지게 될 것을 기대하고 있다는 것이다.
전병곤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같은 날 본보에 “한반도 사드배치를 강력히 반발하고 있는 중국의 경우 한반도 내 긴장이 고조되면 사드배치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에 이를 저지하기 위해 대화·평화를 강조하는 것”이라며 “한반도 평화협정으로 긴장상태가 완화되면 사드배치 명분이 떨어지게 되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중국이 한반도 사드 배치를 반대하는 것은 한미일 3국 연합이 더욱 강해질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라는 게 대부분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앞서 북한은 4차 핵실험 직전인 지난해 말 미국에 한반도 평화협정 관련 비공식 논의를 제안한 바 있다. 지난 21일(현지시각)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북한이 미국에 평화협정을 먼저 제안했고, 미국이 비핵화 문제가 전제돼야 한다고 역제안하자 북한이 이를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전문가들은 북한이 계속해서 한반도 평화협정을 요구하는 것은 정전상태를 종전상태로 전환해 한·미동맹을 해체하고, 미국과 국제사회로부터 ‘핵무기를 보유한 정상국가’로 인정받기 위함이라고 지적했다.
김태우 동국대 석좌교수는 지난달 23일 ‘데일리안’에 “북한이 과거부터 북·미 평화협정을 주장하는 핵심은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대체해 ‘이제 휴전상태가 아니라 평화상태이니, 한반도 내 주한미군을 철수하고 한미동맹을 해체하라’는 것”이라며 “이와 더불어 국제사회로부터 핵무기를 보유한 정상국가로 인정받고자 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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