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스팅보트 '충청' 신설 지역구, 누가 깃발 꽂을까
선거구 늘어난 충남, 19대 총선 당시 지역별 득표율 대입
대전 유성갑, 충남 천안갑 여야 초접전
20대 총선에 적용될 /선거구 획정안을 담은 공직선거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가운데, 신설 지역구에 첫 깃발을 꽂을 주인공을 향해 정치권의 시선이 쏠린다. 특히 선거의 핵심 캐스팅보트 지역이자 민심의 바로미터로 꼽히는 충청권에서는 벌써부터 여야의 유불리가 점쳐지고 있다.
개정된 선거구에 따라 대전·충남 지역에선 총 2석이 늘어났다. 대전에선 유성구가 갑과 을로, 천안과 아산에서도 각각 갑·을·병과 갑·을로 분구됐다. 다만 공주와 부여·청양은 '공주·부여·청양' 지역구로 통합됐다. 충북은 선거구 명칭만 보은군·옥천군·영동군·괴산군선거구와 증평군·진천군·음성군선거구로 조정하되 의석수는 변동이 없다.
일단 대전 유성구의 경우, 현역인 이상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신설 지역구이자 과학기술연구소가 집약된 유성구을(노은2동, 노은3동, 신성동, 전민동, 구즉동, 관평동)을 선택함에 따라 유성구갑(진잠동, 온천1동, 온천2동, 노은1동, 원신흥동) 지역 내 초접전이 예상된다. 현재 유성구갑에는 새누리당 비례대표인 민병주 의원을 비롯해 7명, 더민주에선 이 의원을 포함해 5명의 예비후보가 출사표를 던졌다.
특히 그간 자유선진당이 건재하던 충청 지역에서 지역 정당 없이 여야 1 대 1 구도로 치러지는 첫 선거란 점이 최대 변수로 꼽힌다. 물론 유성구는 상대적으로 야당세가 강한 지역으로 분류돼 왔지만, 이번 선거에선 옛 자유선진당 표 상당수가 새누리당으로 흡수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여야 어느 쪽도 방심할 수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유성갑 선거를 준비 중인 새누리당 관계자도 "당 지지율은 그래도 꽤 나오지만, 이게 바로 새누리 후보와 연결된다고는 확언할 수 없고 야당 의원이 현역인 것도 영향이 크다"면서도 "지역 정당이 보수표를 많이 가져갔는데 이번엔 충청 정당 없이 여야 1대1로 치르지 않나. 여당에서 경쟁력 있는 후보만 나와준다면 충분히 해볼만하다"고 말했다.
19대 지역별 득표수, 20대 대입해보니...
19대 총선 당시 유성구에 출마한 새누리당 진동규·민주통합당(더민주 전신) 이상민·자유선진당 송석찬 후보는 각각 31%, 53%, 16%를 얻은 바 있다. 이를 당시 지역구 내 읍·면·동의 정당별 득표수를 기준으로 가상 대입한 결과, 유성을에선 더민주 후보가 3만 6088표로 새누리당 후보(1만 9739표)와 자유선진당 후보의 득표(8603표)를 7741표 차로 앞섰다.
반면 유성갑에선 더민주 후보가 2만 7661표를, 새누리당 후보가 1만 7083표를 얻는 결과가 도출됐다. 그러나 새누리당과 통합한 자유선진당 후보의 1만 383표를 고려하면, 새누리당은 2만 7466표가 된다. 이 지역에서 초박빙이 예상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3석으로 늘어난 천안에선 당초 천안갑 현역이었던 양승조 더민주 의원이 신설 지역구인 천안병(풍세면, 광덕면, 신방동, 청룡동, 쌍용1동, 쌍용2동, 쌍용3동) 출마를 확정하면서, 현역의원이 사라진 갑에서 신인들 간 경쟁이 치열할 전망이다. 박완주 더민주 의원은 현재 지역구인 천안을에 재도전한다.
선거구 재획정으로 지역이 새로이 설정된 천안갑(목천읍, 북면, 성남면, 수신면, 병천면, 동면, 중앙동, 문성동, 원성1동, 원성2동, 봉명동, 일봉동, 신안동, 성정1동, 성정2동)에는 새누리당 김수진 전 당대표 언론특보와 도병수 변호사, 박찬우 전 행정안전부 제1차관, 이창수 대통령소속 지방자치발전위원회 실무위원이 경선을 준비 중이다. 더민주에선 이규희 전 노무현 후보 선대위원장과 한태선 전 청와대 경제수석실 행정관 등이 예비후보로 등록했다.
이에 따라 신설이지만 현역 의원이 출마하는 천안병보다는 천안갑에서 여야 간 접전이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실제 이 지역에선 지난 총선 당시에도 새누리당과 자유선진당이 얻은 표가 야당의 득표수와 비슷한 수치를 보여 접전을 예고했고, 을과 병에선 야권 후보의 득표수가 강세를 보였다. 양 의원 측 관계자도 "양 의원은 광덕동이 고향이라 병에 출마하기로 했다"며 "이제 막 확정이 돼서 대진표를 확언할 수는 없지만, 을과 병에는 야당 현역 의원이 있기 때문에 나머지 후보들 대부분은 현역이 없는 갑 지역에 남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2곳으로 늘어난 아산의 경우, 이명수 새누리당 후보가 아산갑(선장면, 도고면, 신창면, 온양1동, 온양2동, 온양3동, 온양4동, 온양5동, 온양6동) 예비후보 등록을 마치고 3선을 노린다. 따라서 여야를 막론하고 아산을(염치읍, 배방읍, 송악면, 탕정면, 음봉면, 둔포면, 영인면, 인주면)에서 신인들 간 치열한 경쟁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새누리당에선 이 의원을 비롯해 김길년·이건영·조원규·채호병 예비후보가, 더민주에선 김선화·강훈식·이위종·조덕호 등의 예비후보가 등록했다.
아산갑 지역은 19대 총선 당시 새누리당과 자유선진당, 더민주가 각각 1만 1623, 2만 2993, 1만 6597표를 얻은 바 있다. 20대 총선에서도 그대로 적용된다고 가정할 경우, 여당 후보가 3만 4616표를 얻어 야당 후보를 압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같은 방법을 아산을 지역에도 적용하면, 새누리당(1만 935표)과 자유선진당(1만 7211표)을 합한 표가 더민주의 표(1만 7801표)를 앞서 여권이 여야 1 대 1 구도의 득을 보는 것으로 집계됐다. 다만 아산을은 천안쪽으로 기우는 신도시 성격이 강한 만큼, 야당 후보들의 선전도 결코 간과할 수 없다는 평이다.
이와 관련해 이 의원 측 관계자는 "아산이 인구가 많았기 때문에 여당으로서는 오히려 분구가 되는 것이 수월하다"며 "현역이 없는 을로 대부분이 몰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특히 19대 총선에서 새누리당 더민주, 자유선진당이 각각 23%, 35%, 41%의 득표율을 보인 것은 언급한 뒤 "갑은 원도심, 을은 신도시라 을은 야당세가 강하단 예측이 있다"면서도 "이 지역은 언제나 3파전이었는데 이번엔 자유선진당 표가 새누리로 통합될 가능성이 크다. 그만큼 후보 개인경쟁력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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