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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파고, 30년 전 '충격' 준 이창호 9단과 비슷"


입력 2016.03.11 14:45 수정 2016.03.11 14:48        하윤아 기자

감동근 교수 "알파고 수읽기능력 허술한 면 있어, 인간의 창의성에 승부 걸어야"

9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 포시즌스 호텔 서울에서 이세돌 9단과 구글딥마인드가 개발한 인공지능(AI) 바둑 프로그램 알파고(AlphaGo)의 대국이 진행되고 있다. ⓒ한국기원

이세돌 9단이 인공지능 알파고와의 두 번째 대결에서도 불계패한 가운데, 알파고가 기존 바둑이론에 부합하지 않는 수법들을 구사하고 있어 바둑이론의 새로운 지평이 열렸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감동근 아주대 전자공학과 교수는 11일 KBS 라디오에 출연해 전날(10일) 펼쳐진 대결의 결과와 관련, “(이세돌 9단이) 큰 실수가 없었음에도 쭉 밀리다가 졌다고 봐야 한다”며 “알파고는 우리가 보기에 좀 이상한 수를 뒀는데 이세돌 9단은 눈에 띄는 실수가 없었다. 그러니까 이세돌 9단이 당연히 유리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정밀분석을 해보니 중반 이후에는 이세돌 9단이 한 번도 유리했던 적이 없었다”고 말했다.

한국기원 공인 아마 5단 보유자인 감 교수는 “알파고는 어떤 면에서 보면 30년 전 이창호 9단이 등장했을 때 받았던 충격과 본질적으로 비슷하다”며 “이창호 9단의 수법도 기존 바둑이론에 부합하지 않는 수법들이어서 상당수는 그 당시 프로기사들의 지지를 받지 못했다”고 평했다. 과거 이창호 9단이 기존 바둑이론에 들어맞지 않는 수법을 통해 역전을 허용하지 않고 조금씩만 이겨나가 바둑이론의 틀을 깬 것과 유사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감 교수는 “알파고는 수읽기능력과 계산능력 중에서 계산능력은 거의 완벽하다고 봐야한다”고 말했다. 대국 초·중반 중앙에 미치는 영향(두터움)이 몇 집의 가치가 있는지 정확히 환산하지 못하는 프로기사들과 달리 알파고는 이를 정확하게 계산하는 능력이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그는 지난 1997년 체스에서 인간을 물리친 ‘딥블루’와 비교해 알파고의 처리 속도를 설명했다. 감 교수는 “당시 딥블루는 1초에 2억개 정도의 말 이동을 계산할 수 있었는데, 알파고가 달고 있는 GPU라는 장치는 이보다도 한 100배쯤 빠르다”면서 “알파고는 GPU라고 하는 장치를 200개 가지고 있으니 단순계산으로 하면 딥블루에 비해 한 6만배 정도 빠른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그는 알파고의 수읽기능력에 허술한 측면이 있어, 남은 3번의 대국에서 이세돌 9단이 계산문제로 바둑을 끌고 가는 것보다 알파고의 수읽기 허점을 공략해 승부를 걸어야한다고 조언했다.

이어 감 교수는 “인간의 창의력이 진가를 발휘할 수 있는 장면들을 만들어내야 된다”며 “우선 실리를 잔뜩 확보한 다음에 타개에 승부를 거는 강동윤 9단 스타일이라든지, 대마가 얽혀 타협이 불가능한 싸움으로 몰고 간 다음에 창의적인 수 한 방으로 끝내는 최철한 9단 스타일이라든지 그런 식으로 3국에서는 실마리를 찾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사건으로 주목받고 있는 인공지능 개발 기술과 관련해 그는 “모든 기술은 양면적 측면이 있다. 사회에 도움이 될 수도 있고 해가 될 수도 있다”면서도 “그러나 동시대의 다른 기술들과 비교하면 (알파고 개발이) 그렇게 비관적이지만은 않은 것 같다”고 견해를 밝혔다.

그러나 일각에서 ‘인공지능이 사람을 지배하는 세상이 도래했다’는 우려 섞인 이야기가 나오고 있는 데 대해서는 “컴퓨터가 자의식을 갖는다는 건데 알파고는 바둑만 둘 수 있다. 인간의 두뇌는 여러 가지 활동을 하는데 그 중에 한 측면만을 흉내 내는 것”이라며 “소위 강한 인공지능, 컴퓨터가) 생각할 수 있는 능력을 갖기까지는 굉장히 먼 일로 보고 있고, 유엔보고서에는 적어도 2045년이라고 이야기하는데 그 전에 우리가 충분히 대비할 시간은 있다”고 말했다.

하윤아 기자 (yuna1112@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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