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소속 출마? 입당?' 속내 복잡한 컷오프 의원
무소속 출마도 '정체성' 문제로 국민의당 합류도 난망, 셈법 제각각
더불어민주당 '컷오프' 의원들의 고심이 깊어졌다. 지도부의 공천 배제 조치에 대한 반발로 당장이라도 탈당을 하고는 싶지만 현실상 무소속 출마가 만만치 않아서다. 설사 어렵사리 탈당은 결심했어도 국민의당에 입당하기엔 명분이 마땅치 않거니와 당선 가능성도 확언할 수 없는 상황이다.
특히 탈당설이 회자되는 전병헌 의원의 경우, 보좌진의 실형 선고에 따른 일종의 연좌제로 불공정한 컷오프를 당했다는 분노가 여전하지만, 일단 오는 20일경까지 판단을 유보키로 했다. 당 안팎에선 전 의원의 탈당과 함께 국민의당 입당설도 점쳐지고 있으나 정작 당사자는 이렇다 할 결정을 내리기가 곤란한 상황이다.
가장 문제가 되는 건 당의 정통성 문제다. 3선 의원인 전 의원은 그간 당 원내대표와 최고위원 등을 지내며 더민주야말로 '민주당 60년 뿌리'의 적통임을 강조하는 동시에 '30년 민주당원'이라는 본인의 정통성과도 연결시켜왔다. 그가 지난해 민주당 60주년 기념사업회위원장을 맡았고, 이번 컷오프 조치에 대해 "30년간 당을 지켜온 사람한테 이게 말이 되느냐"고 반발한 것도 이 때문이다. 즉 탈당하거나 국민의당에 합류할 경우 스스로 정통성을 부인하는 모양새가 된다.
당선 가능성도 큰 골칫거리다. 더민주 소속 타 후보가 '2번' 등판을 달고 나오는 마당에 혈혈단신으로 무소속 출마를 강행하기엔 당선을 확신하기도 어렵다. 전 의원 측 관계자는 “지역에서 무소속으로 선거를 치러서 이기는 건 사실 굉장히 어렵다. 당선을 확신할 수 있다면 그래도 고민이 좀 덜 했을 것"이라며 "게다가 30년간 당을 지켜왔고 당 정체성 찾는 작업에 위원장도 했던 사람인데, 아무리 보복 공천을 당했어도 하루아침에 무소속으로 나가긴 쉽지가 않다"고 말했다.
다만 국민의당에서 이른바 '구 민주계' 인사들이 정통성을 내세워 적극적으로 입당을 권유하고 있어 변수는 남아있다는 게 전 의원 측의 설명이다. 관계자는 "국민의당에서 입당을 권유하는 강도가 더 강해졌다"며 "전병헌이라는 브랜드가 어쨌든 이 당에 얼마 남지않은 DJ의 직계이고 본류 아닌가. 그런 점에서 이 사람이 국민의당으로 가면 수도권과 호남 판세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판단하는 것 같다. 실제 동교동계 인사들과도 가깝지 않느냐“고 설명했다.
그는 앞서 최재성 의원이 주장한 '보이지 않는 손'로 회자된 바 있는 한 의원을 언급하며 "그 사람이 있는 한 이 당에 가만히 남아있어봤자 무슨 기대를 할 수 있겠나. 당하기만 하고"라며 "나가서 자기힘을 더 키워야하지 않겠나"라고도 했다. 전 의원이 장고 중이긴 하지만, 당에 잔류할 가능성은 상대적으로 희박하단 의미다.
반면 잔류를 선언한 정청래 의원의 경우, 더민주 지지자 중 탄탄한 매니아층을 확보하고 있는 것을 고려해 이같은 결정을 내린 모습이다. 특히 탈당에 실망한 더민주 전통적 지지층이 정의당으로 이탈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정 의원 측 관계자는 "전통적 지지층의 경우엔 정체성 측면에서도 '이당이 아니다' 싶으면 정의당으로 옮겨간다. 이번에 발표된 몇개 여론조사에서도 드러나지 않았나"라며 "지역에서 닦아놓은 게 몇 년인데, 무소속 출마야 그리 어려운 게 아니지만, 당 떠나서 선거 한번 이긴다고 그게 무슨 의미인가. 장기적으로 보고 판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호남 지역에선 수도권과 큰 차이를 보인다. 앞서 컷오프 조치에 반발해 탈당을 선언한 강동원 의원은 "국민의당에 갈 거였으면 벌써 갔다. 전혀 생각하고 있지 않다"고 잘라 말한 바 있다. 탈당 자체에 대한 거부감이 강한 수도권과는 달리, 야권의 심장부인 호남에선 무소속 출마로 충분히 승산이 있다는 셈법에서다.
강 의원 측 관계자도 "수도권은 탈당에 대해서 호남과 완전히 정서가 다르다. 우리 지역은 오히려 국민의당 후보가 경쟁력도 없고 당 지지율도 지지부진한데 굳이 갈 필요가 없지 않느냐"라며 "합류하라는 요청도 많았지만, 개인 경쟁력을 고려할 때 무소속으로 나가도 충분히 싸워볼만만하다는 판단을 했다"고 말했다. 아울러 "강 의원의 정치적 성향이나 신념도 국민의당과는 맞지 않다. 본인도 여러차례 밝혔다. 정체성도 맞지 않고 당선 가능성도 적은 당에 굳이 들어갈 이유가 없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번 공천에서 배제된 한 수도권 의원 측 관계자에 따르면, 더민주 컷오프 인사들 일각에선 '무소속 연대'에 대한 일말의 기대도 회자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무소속 출마를 선언한 이해찬 의원, 새누리당의 공천 파동으로 탈당을 고려 중인 유승민 전 원내대표 등 여야 거물급 인사들의 파급력을 기대해보겠단 것이다.
이에 대해 해당 관계자는 "주말쯤 되면 유승민 결과도 나오고, 거기서 지금 괜찮은 인사들이 꽤 탈당하지 않았나. 그게 야당 무소속 의원들한테도 영향을 미칠지 모른다는 생각들을 하고 있더라"며 "무소속으로 출마하면 당장 우리당에선 이해찬 의원도 있고, 이른바 '무소속 연대'라는 식으로 편승해서 어느정도 여론의 관심을 받을 수 있을 거란 생각이 있는 것 같더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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