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후'가 남긴 것, 송중기만 뜬게 아니었다
<김헌식의 문화 꼬기>합작드라마의 모델, 사전제작의 개가
드라마 '태양의 후예'는 기존의 한류 드라마와 다른 점이 분명 있다. 그것은 바뀐 환경 탓에 기인할 것이다. 일단 드라마 ‘태양의 후예’는 100% 사전 제작이라는 점이 두드러진다. 기존에도 사전 제작된 드라마는 있었지만, 완벽한 작품은 없었다. 대부분 초반이나 중반까지만 사전제작을 하고 나중에 완성해가는 방식을 취했다.
특히 국내 시청률에 신경을 써야 했기 때문에 반응에 따라서 결말이 완전 달라지기도 했다. 당연히 많은 드라마들은 쪽 대본에 시달려야 했다. 그렇다고 사전 제작이 언제나 장점만을 갖고 있는 것은 아니다. 시청자의 기호와 취향에 정확하게 맞아떨어져야 그 의미와 가치를 살릴 수 있다. 하지만, 어쩔 수 없이 사전 제작을 해야 하는 환경이 조성되었기 때문에 앞으로 이런 모델이 지속될 수밖에 없다. 중국이 사전 검열제도를 유지하는 한 말이다. 어쨌든 사전 제작된 드라마는 그만큼 홍보에서도 매력적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드라마 ‘태양의 후예’는 한중 합작 드라마로 성공한 사례를 만들었다. 중국 쪽과 합작을 하지 않으면, 중국의 방영권을 따내는 것이 어렵기 때문에 이 같은 조치는 불가피할 수밖에 없다. 달리 말하면 드라마 ‘태양의 후예’는 온전히 한국 드라마라고 할 수는 없는 셈이다. 물론 제작은 한국이 맡았지만 말이다. 긍정적으로 보자면, 드라마를 접하는 국가의 시청자가 원하는 요소를 반영했다는 점에서 수평적이고 상호소통적인 측면을 주목할 수 있을 것이다.
문화상호교류의 원칙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어쨌든 한국의 창작인력들이 만든 작품이 중국에서 큰 인기를 끌었지만, 앞으로 거대한 차이나 머니가 어떤 요구를 해올지는 알 수가 없다. 그것은 항존하는 변수다. 지금은 한국의 입장을 우선하지만 시장에 종속되는 순간 언제든지 바뀔 수 있다.
드라마 ‘태양의 후예’는 최대 동영상 포털 사이트를 겨냥하고 만들어진 작품이다.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의 경우에는 이러한 인식이 없었다. 텔레비전 드라마 방영을 염두에 두었지만 여의치 않았기 때문에 동영상 포털 사이트를 통해서 방영했고, 그것이 생각지 않은 대박을 터트린 셈이었다. 익히 알려져 있듯이 중국의 방송환경은 대륙적인 조건 때문에 오히려 인터넷 동영상 포털 사이트가 적합하다. 그렇기 때문에 웹 드라마나 1인 미디어, MCN 등을 통한 중국 진출이 활발하게 모색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런 인터넷 동영상 시스템에 맞는 영상 제작 방식이 고민되어야 한다. 특히, 스마트모바일 환경에서 이용들이 즐길 수 있는 장르의 작품이 무엇인가 고민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어쩌면 그렇기 때문에 드라마 ‘태양의 후예’가 인기를 더 얻었는지 모른다.
드라마 ‘태양의 후예’는 보편적이면서 보편적이지 않은, 일반적이면서도 일반적이지 않은 트렌디한 측면들이 장점으로 작용한 드라마였기 때문에 인기를 얻을 수 있었다. 위험한 상황속에서 군인과 의사 남녀의 사랑이야기라는 누구나 빤하게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그 빤한 사랑을 다르게 만드는 것이 창작의 중요한 요건이다. 빤하게 생각하면서도 궁금해 하고 그 궁금한 내용을 달리 그릴 때 호응도는 유지되는 법이다. 그것의 비결은 탈현실적 공간과 상황의 설정이었다.
만약 드라마 ‘프로듀사’처럼 국내의 공간이었다면 덜 했을 것이다. 그것은 시청자들의 기호를 외면하는 것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드라마 ‘태양의 후예’는 그리스를 공간적 배경으로 하고 있고, 어떤 특정 국가의 군인이라기보다는 제3의 공간에서 임무를 수행하는 공적인 명분을 갖고 있는 캐릭터이다. 탈현실적 제3의 공간의 설정은 사전제작방식과 아울러 해외로케의 장점을 충분히 살려내고 있는 것이다. 특히 낭만과 환상의 공간이라는 설정은 수용자들의 니즈에 맞춰주는 태도에서 비롯한다. 예술가적 기질이나 정신 그리고 한류의 아집을 고수한다면 나올 수 없는 것이다.
작품의 완성도도 매우 중요하다. 이 드라마는 그냥 드라마와 달랐다. 그것이 반드시 사전제작이나 합작, 해외 로케 때문만이 아니었다. 이 영화는 NEW라는 영화제작배급사의 첫 작품이기 때문이다. 그만큼 초심이라는 마음으로 심혈을 기울인 면도 있지만 영화제작인력이 투입되었기 때문에 완성도를 더 기할 수 있었다. 즉, 영화와 드라마의 경계가 파괴되는 상황 속에서 한류 현상을 일으킨 드라마가 되었다.
이제 드라마 팬들의 수준은 매우 높아졌다. 어쩌면 제작진들보다 더 많은 드라마를 본다. 그렇다면 그에 맞추어 수준을 높여주어야 한다. 드라마 ‘태양의 후예’들이 보여준 점은 테크닉 차원의 완성도가 이제 동아시아 전반에 걸쳐 필요하다는 것이다. 다만, 영화 같은 드라마가 반드시 성공을 담보하는 것도 아니다. 드라마 ‘아이리스’가 영화적인 제작을 했음에도 한류에 실패한 것은 그 드라마가 너무 한국의 특수성에 치우쳐 있었기 때문이었다. 해외 시장은 한국에 미쳐 있지 않다. 한국을 좋아하기 때문이 아니라 그들이 좋아하는 것을 콘텐츠이기 때문에 주목할 뿐이다.
그러한 점을 착각하는 순간 우리 중심의 콘텐츠를 일방적으로 강요하다가 외면을 받을 수밖에 없다. 좋게 보면 시장은 넓어졌지만, 우리 스스로가 통제할 수 있는 점은 갈수록 줄어들 것이다. 그것이 드라마 태양의 후예가 보여준 드라마의 미래가 아닐까 싶다. 그것에 대응하여 우리가 선택해야할 것들도 비교적 명확한 셈이다. 철저하게 현지에 맞는 드라마를 어떻게 우리와 맞춰 나갈 것인가가 화두일뿐 것이다.
글/김헌식 문화평론가
©(주) 데일리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