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 처음과 끝은 '광주'로...문재인이 변수?
'첫 집중 유세'지역으로 '광주'..."민심 풀어드릴 것"
국민의당 "문재인이 지원 유세하는 순간 지지율 2% 상승"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둘 다 싫어. 국민의당 마음에 안 들지만 찍어줄거야(광주의 한 60대 택시기사)"
더불어민주당이 호남 민심을 달래기 위해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김종인 더민주 비상대책위원회 대표가 엿새 만인 오는 2일 광주를 찾아 '첫 집중 유세'에 나선다. 이재경 당 대변인은 "선거 막바지에 광주를 다시 찾을 것이다. 민심을 풀어드리기 위해서는 자주 찾아뵙는 수밖에 없다"고 말해, 선거 운동 마지막 무대 역시 '광주'가 될 것임을 암시했다.
김 대표는 지난 1월 광주 국립 5.18 민주묘지에서 '국가보위비상대책위원회' 논란에 대해 무릎을 꿇었고, 이후 수차례 발 도장을 찍으며 당과 문재인 전 대표에게 성난 민심을 달랬다. 그러던 그는 지난 27일 광주에서 '호남 대통령' 명단에 까지 오르내렸다. 김 대표가 호남, 그 중에서도 광주를 찾아 상황 반전을 거듭하고 있는 이유엔 총선 승리와 수권 정당을 위해 '상징성'이 큰 광주를 절대 내줄 수 없다는 계산이 깔려있다.
일단 그는 '경제 심판'과 '호남 기득권 심판'이라는 투 트랙으로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후자의 경우, 지난해 호남에서 분 '현역 교체 요구'를 상기시키고 더민주를 탈당해 국민의당으로 간 현역들을 저격하며 표심을 얻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진부한 '심판론' 씨알도 안 먹힐 것
이에 대해 당 밖에선 '진부하고 무성의하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더민주와 각을 세우고 있는 국민의당 측은 "프레임을 만드는 것은 자유다. 그렇지만 호남에 구애하러 갔다가 그게 여의치 않으니 호남 기득권이라고 몰아 부친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반박했다.
이종훈 시사평론가는 본보와의 통화에서 "선거 때마다 정권 심판론 이야기했는데 접두사만 '경제'로 바뀐 것이다. 심판보다는 '성장론'과 같은 구체적인 '다음 먹거리'에 대해 이야기해야 중도, 보수층까지 잡지 않겠냐"고 반문했다. 또 "현역 물갈이론에서 파생된 '호남 기득권 심판'은 전문성, 인지도가 높은 중량급 신인들로 배치하고선 언급해야 하는 것 아닌가. 조응천, 김병관 등 무게감 있는 신인들은 다 수도권으로 배치하지 않았냐"고도 지적했다.
최원식 국민의당 대변인 또한 통화에서 "인위적인 교체에는 반대 한다"며 "우리 당은 더민주가 실시한 '경선 여론조사'보다도 더 엄격한 '숙의 선거인단'이라는 제도를 만들고 그것을 거쳐 후보자를 선발했다"고 말해, 더민주의 '호남 기득권 심판'에 정면으로 반박했다.
◇그럼에도 '진심' 전하겠다는 더민주
혹평에도 불구, 더민주는 김 대표가 언급한 의석수 마지노선인 '107석+a'를 얻기 위해선 호남에서의 첫 단추를 잘 꿰야 한다. 보통 호남의 지지율이 수도권까지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또한 '일여다야(一與多野)' 구도로 호남에서 야권끼리 경쟁하는 상황이 처음인 만큼 2017년 대선까지 바라본다면 첫 시험 무대인 총선에서 반드시 승리해야 한다는 부담감도 있다.
이재경 더민주 대변인은 "광주가 잘 돼야 수도권에서도 실질적인 단일화를 할 수 있다고 판단해 그만큼 공을 들이고 있다"며 "광주 시민들은 전략적 투표를 한다. 정권을 교체할 수 있는 세력을 원하지 광주, 호남에 기반을 둔 소위 '광주·호남 자민련'같은 당을 원하지는 않을 것이다"고 말했다.
또 "광주에선 현역 교체 요구가 특히 높았다. 광주 시민들이 바꾸고 싶어 했던 사람들이 다시 공천됐다고 선택할 것 같은가"라며 "우리가 마음에 들진 않겠지만 실제로 내년 정권을 교체할 수 있는 대안세력인 더민주를 선택할거란 믿음이 있다. 진심을 전할 것이다"고 말해, 수권 정당을 최종 목표로 호소할 것임을 밝혔다.
◇그렇다면 변수는? '국민의당 지지율 2% 뛴다?'
총선이 10여 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더민주의 변수로는 문재인 전 당 대표가 꼽힌다. 현재 김 대표는 서쪽에서 '야권 텃밭'을 공고히 다지고, 문 전 대표는 동쪽에서 '야권 험지'를 돌며 후보들을 조용히 지원하고 있다.
하지만 대권 주자로 꼽히는 문 전 대표가 총선 때 호남을 완전히 무시하고 갈 순 없으며, 김 대표가 그곳에서 독무대를 펼치도록 놔두지 않을 거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이에 따라, 현재는 당이 '스포트라이트'를 받아야 한다며 전면에 나서고 있지 않지만, 본인이 영입한 양향자(광주 서구을) 후보 등의 지원 유세를 이유로 조만간 얼굴을 내비칠 거라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
데일리안이 의뢰해 여론조사 기관 알앤써치가 실시한 3월 마지막주 정례조사에 따르면, 국민의당은 전남 광주 전북에서는 여전히 38.6%로 선두를 달리고 있고 더민주는 22.8%의 지지율로 크게 뒤지고 있어 역효과 우려 또한 접어둘 수 없는 상태다.
국민의당 측 관계자는 "최근 호남의 주요 시, 의원들도 우리 당에 입당하려고 하고 호남에서 지지율이 크게 오르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만약 (문 대표가) 오면 선거운동 도와주는 것이다. 반감으로 우리 당 지지율이 2% 정도 오를 거라 보고 있다"고 평가하며 문 전 대표의 호남 방문이 더민주에 '악재(惡材)'가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한편 이번 여론조사는 3월 27일부터 3월 29일까지 3일 간 전국 성인 남녀 1075명을 대상으로 설문지를 이용한 유·무선 RDD 자동응답 방식으로 진행됐다. 전체 응답률은 4.4%고 표본추출은 성, 연령, 지역별 인구 비례 할당으로 추출했다. 표본오차는 95%의 신뢰수준에 ±3.0%p다. 통계보정은 2016년 1월말 행정자치부 발표 주민등록 인구를 기반으로 성 연령 지역별 가중 값을 부여했다. 그 밖의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공정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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