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 보러와요' 이상윤 "엄친아 이미지 벗었죠"
스릴러 첫 도전…사건 파헤치는 PD 역
"현실적인 남자 드러낸 캐릭터 만족"
"모범생 이미지가 아닌 현실 남자 캐릭터라 재밌었어요. 연기하기 편했답니다."
'국민 사위' 이상윤(34)이 영화 '날, 보러와요'(감독 이철하·7일 개봉)를 통해 스릴러에 첫 도전했다. 청소년 관람불가등급인 영화는 이유도 모른 채 정신병원으로 납치돼 감금되는 실제 사례들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스릴러물이다.
강예원이 영문도 모른 채 사설 정신병원에 끌려간 수아 역을 맡아 극을 이끌고, 이상윤이 수아의 사건을 파헤치는 시사 교양프로그램 PD 나남수 역을 맡았다.
영화는 총 90분간 빠른 속도감으로 관객을 들었다놨다 한다. 극 후반부엔 커다란 반전이 기다리고 있다. 사실 영화는 수아 중심으로 펼쳐진다. 이상윤이 분한 남수는 이성적인 관점에서 수아의 사건을 관객에게 전달한다.
1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이상윤은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이야기에 매료됐다"며 "캐릭터보다 작품 전체의 내용과 메시지에 초점을 맞춰 연기했다"고 말했다.
지난해 tvN '두 번째 스무 살'에서 차현석 교수로 분해 여성 팬들의 사랑을 듬뿍 받은 이상윤. 영화는 '색즉시공2'(2007), '산타바바라'(2014) 이후 세 번째다.
풋풋한 캠퍼스 로맨스와 정반대 분위기의 작품을 택한 이유가 궁금해졌다. 영화를 먼저 찍고 드라마 촬영에 들어갔다고.
"반전이 있는 스릴러물을 좋아해요. 반전이 나오기 전에 이야기 하나가 더 있잖아요. 요즘 관객들의 수준이 높아서 걱정했는데 '날, 보러와요' 속 반전은 전형적이지 않다고 생각해요."
이상윤이 처음 대본을 봤을 때는 반전만 나오고 이야기가 정리되지 않은 상태였다. 이상윤은 다양한 아이디어를 내며 충격적인 반전을 향해 나아갔다. 관객들이 알아차릴 수 없는 반전을 만드는 일에 신경 썼다.
극 중 수아가 감정적인 캐릭터라면 남수는 관찰자로서 수아의 사건을 본다. 이상윤은 "남수가 사건을 취재하는 과정은 관객들을 속이는 장치"이라며 "관객들의 시선을 분산시키는 역할을 남수가 했다"고 설명했다.
강예원에 비해선 분량이 적어 아쉬울 법도 한데 분량에 대한 욕심은 없다고 했다. "인물 자체보다는 반전을 어떻게 하면 더 크게 만들까 고민했어요. 전개 속도가 빠르게 흐르다 보니 제 역할도 잘게 나누어졌고요. 이야기 완결성을 추구했기 때문에 제 분량은 아쉽지 않답니다."
시사 프로그램 PD 남수는 지극히 현실적인 캐릭터다. 잘나가던 그는 하루아침에 조작 방송 의혹으로 좌천된다. 이후 오명을 씻고 프로그램으로 복귀하기 위해 고군툰투하던 찰나 수아를 만난다.
바른 생활 이미지인 그에겐 꽤 편한 역할이었단다. 이상윤은 "'두 번째 스무 살'에서 밝게 뛰어놀았다면 '날, 보러와요' 에선 끊임없이 연구하고 추리하는 과정을 통해 재미를 느꼈다"며 "특히 남수는 판타지적인 캐릭터가 아니라 편했다"고 미소 지었다.
'날, 보러와요'의 결말에 대해선 의견이 분분하다. '충격이다'와 '허무하고 생뚱맞다'는 반응이 있다.
이상윤은 "속도감 있는 전개라서 휙휙 지나간 느낌이 드는 것 맞다"고 강조한 뒤 "반전에 대한 충분한 설명이 없는 건 인정한다. 감독님께서 반전에 대한 힌트를 중간중간 배치하셨는데 나도 보면서 놀랐다. 배우로서는 신선하게 느껴졌다"고 설명했다.
영화는 몇몇 사설 정신병원의 폐해를 얘기한다. '정신보건법 제24조'(보호의무자에 의한 입원)에 따르면 보호의무자 2인의 동의와 정신과 전문의 1인의 의견이 있으면 정신질환자를 강제입원 시킬 수 있다.
영화를 통해 이 법에 대해 알게 됐다는 이상윤은 "충격이었다"며 "아무런 문제가 없는 사람을 간단한 과정만 거쳐서 정신병원에 입원시킬 수 있다는 조항을 보고 놀랐다"고 꼬집었다.
상대 역 강예원과 붙어서 촬영하는 장면이 많지 않다. 오히려 영화 홍보 활동을 하면서 친해지는 중이라고. "예원 씨가 맡은 캐릭터가 고난도 감정 연기를 필요로 해서 편하게 대화하지 못했어요. 예원 씨가 극한의 감정을 표현하는 걸 보고 감탄했죠. 모든 장면이 힘들었을 텐데 반복해서 촬영하더라고요. 영화 분위기 탓에 감독님, 예원 씨랑 일 얘기만 했답니다(웃음)."
서울대 물리학과 출신인 이상윤은 시사 교양 프로그램 PD 캐릭터와 잘 어울렸다. 혹시 남수처럼 실제 PD가 된다면 어떤 문제를 짚어보고 싶은지 물었더니 똑똑한 답변이 나왔다.
"드라마 제작 환경을 다루고 싶어요. 출연료 미지급 문제가 계속 일어나고 있잖아요. 스태프들은 돈도 못 받고 추위에 떨면서 일하는데 제작사들은 나 몰라라 하면서 떵떵거리며 잘살고 있는 게 안타까워요."
'엄친아' 이미지인 그의 실제 모습은 평범한 동네 청년이란다. '서울대 출신'이라는 꼬리표 때문에 엘리트 캐릭터를 일부러 피하고 있느냐는 질문에는 "굳이 피하지는 않는다"며 "다른 느낌을 보여줄 수 있는 역할은 받아들인다"고 했다.
최근 영화 홍보차 한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한 얘기를 꺼냈더니 쑥스럽다는 듯 웃었다. "입담이 좋은 편이 아니라서 고민돼요. 예능에 나가서 뭔가를 해야 하는데 제가 할 수 있는 게 없어요. 흐흐. 선배님들, 스태프들에게 죄송할 뿐입니다. 예능 마치고 주변 사람들이 절 보고 초췌해졌다고 하더라고요(웃음)."
4월 극장가엔 현재 흥행 중인 할리우드 대작 '배트맨 대 슈퍼맨: 저스티스의 시작' 외에 '해어화', '시간이탈자',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 등 다양한 작품이 걸린다. 만만치 않은 경쟁이다.
"제가 영화를 잘 안 해서 그런지 저에 대한 기대치가 낮은 거 같더라고요. 그런 낮은 기대감으로 보시면 만족할 듯합니다. 하하. 그리고 반전을 기대하면 더 좋고요. 영화 속에 숨겨진 힌트들을 찬찬히 짚으면서 두 번 봐도 괜찮답니다."
'날 보러와요'는 이상윤에게 어떤 작품일까. "영화를 꾸준히 할 수 있는 시작점이 된 것 같아요. 함께 작업해보고 싶은 배우로 남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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