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보 단일화 사인후 합의 무산 도대체 무슨일이?
강서병 한정애 더민주-김성호 국민의당 진실공방
김 "최종합의 아니었다" 한 "책임지겠다고 말했다"
4.13 총선이 12일 앞으로 다가오면서, '후보 단일화' 문제를 둘러싼 야권 내 파열음도 거세지고 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투표 용지 인쇄를 시작하는 4일을 사흘 남기고서다. 투표용지 이후엔 단일화를 하더라도 '사퇴' 표시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사표가 급증할 수 밖에 없지만, 후보들 간 여론조사 경선은커녕 합의문조차 뒤집어야 할 상황이다.
가장 먼저 문제가 터진 곳은 신설 지역인 서울 강서병이다. 이 지역은 현재 더불어민주당 현역 의원인 한정애 후보와 국민의당 소속 김성호 후보가 '야권 단일 후보'를 내기로 합의한 상태다. 두 사람은 그간 여론조사 설문항에 정당명 표기 여부를 두고 이견을 거듭해왔다. 한 후보가 "소속 정당을 오해한 유권자가 오판을 할 수 있다"며 정당 표기를 주장한 반면, 김 후보는 "정당과 무관하게 경쟁력으로 평가받아야한다"며 정당명 무표기를 요구했다.
세 차례에 걸친 회동과 논의 결과, 양 측은 지난달 31일 저녁 송병춘 다시민주주의포럼 경선관리위원장의 동석 및 중재를 요청해 '후보 단일화 합의문'이라는 제목의 서면에 3명 모두 자필로 사인했다. 해당 합의문에는 △설문 문항에 정당을 표기하여 후보적합도를 묻는다 △단일화 합의에 따른 경선과 결과 발표, 감독은 다시민주주의포럼에 모두 위임한다는 등의 내용이 담겨있다. 또한 이를 중앙당에 전달한 뒤, 다음날인 1일 포럼 측이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은 내용을 공개키로 했다.
문제는 서명 이후 국민의당이 설문 문항에서 정당 명칭을 빼라는 지침을 내리면서다. 김 의원은 "사인한 것은 최종이 아닌 잠정적 합의였을 뿐"이라며 "공개 전에 각 중앙당의 추인을 받기로 했던 만큼, 다시 협상해야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한 의원은 "정당명 표기 문제는 이미 수차례 논의를 거쳐 표기하기로 최종합의를 마치고 사인까지 한 것"이라며 "당의 추인이 아니라 단순 보고를 하기로 한 거다. 상대가 합의를 일방적으로 파기했다"고 반박했다. 결국 김 후보는 당초 예정됐던 기자회견에 불참했으며, 한 후보만 회견장에 모습을 드러내고 '후보 단일화 합의문'을 배포했다.
이 자리에서 한 후보는 "포럼 측도 김 후보가 비정상적인 방식을 요구하는 데 대해 곤혹스러워하는 것 같다"며 "중앙당에서 OK를 받은 뒤 서명하기로 했다면 김 후보 말이 맞지만, 이미 정당명 표기 문제로 여러번 논의하다가 결국 표기하기로 최종 합의하고 구체적인 문서도 만들고 서명을 한 것"이라고 말했다. 당대당 연대가 아닌 후보단일화인 만큼, 개인 후보 간 합의를 마치고 문서까지 작성해 사인을 했으면, 협상 완료라는 뜻이다. 한 의원은 특히 "어제 밤늦게까지 논의하고 합의문을 작성하면서, 김 후보가 '중앙당에서 문제를 삼으면 내가 책임지겠다'는 말을 했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김 후보는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책임"을 언급한 사실은 인정했다. 다만 그는 "단일화 협상 자체는 내가 당과 상의없이 하지만, 당과 사전 상의 없이 협상한 것에 대해 당이 어떤 조치를 취한다면 내가 감수할 수밖에 없다는 말을 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어 "내가 당에 소속된 사람이기 때문에 당명과 다르게 제멋대로 하면 제명이나 출당 조치를 받는다. 어제 협상에서 당연히 추인을 받은 뒤 발표하는 걸로 얘기가 됐다"면서 "당 추인이 필요없다면 어제 협상하고 바로 발표하지, 뭣하러 당에 보고하고 오후에 기자회견을 하기로 했겠느냐"고도 했다.
그러나 국민의당 관계자는 "구체적인 내용은 정확히 모르지만, 일단 후보단일화는 당이 아니라 개인 대 개인이 하는 거다. 물론 당이 권고하는 것을 충분히 참고해야한다"면서도 "단 후보단일화에서 중앙당의 추인여부와 관련해 법적으로 정해져있지는 않기 때문에 무조건 절대적인 것이라고 할 수는 없다. 그것은 결국 후보 본인이 판다할 문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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