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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물 얼룩 에루페 특별귀화 ‘되도 걱정, 안 되도 걱정’


입력 2016.04.06 13:29 수정 2016.04.06 13:33        데일리안 스포츠 = 임재훈 객원칼럼니스트

대한체육회, 6일 특별귀화 추천 재심의

금지약물 복용에 대한 충분한 해명이 관건

에루페 측은 이미 에루페의 주장을 증명할 수 있는 국내 전문의의 소견이 담긴 문서를 대한육상경기연맹에 추가 자료로 제출한 상태다. ⓒ 연합뉴스

마라톤 대한민국 국가대표 유니폼을 입고 ‘2016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 출전을 희망하고 있는 케냐 출신 마라토너 윌슨 로야나에 에루페(28·청양군청)에 대해 대한체육회가 6일 특별귀화 추천에 대해 심의한다.

대한체육회는 지난 1월 열린 법제상벌위원회에서 대한육상경기연맹에서 신청한 에루페의 특별 귀화 신청안을 심의했지만, 당시 위원회는 2시간 넘게 진행된 회의 끝에 에루페의 특별귀화를 법무부에 추천하는 것에 대해 ‘보류’ 결정을 내렸다.

지난 2012년 말 에루페가 금지약물 복용(도핑) 검사에서 양성반응이 나와 2년간 출전정지를 당한 이력 때문이다. 당시 에루페는 추천 심의에 참가해 "당시 말라리아 치료 목적으로 쓴 약물 때문에 양성 반응이 나왔으나 케냐육상연맹에서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2년 징계를 내렸다"고 해명했지만 체육회는 충분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대한체육회는 에루페 측에 주장을 뒷받침할 만한 추가 자료 제출을 하라고 요구했다. 에루페 측이 제출하는 추가 자료와 국제육상경기연맹(IAAF)의 자료까지 추가 검토한 뒤 귀화 여부를 재심의한다는 것이 체육회의 최종 판단이었다. 당시 강래혁 대한체육회 법무팀장은 “치료 목적으로 사용한 게 맞는지 IAAF 등에 추가 자료를 요청해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렇게 에루페의 특별귀화에 대한 판단은 미뤄졌고, 이번 두 번째 심의를 기다리는 와중에 에루페는 국내에서 열린 국제마라톤대회에 출전해 우승을 차지하며 자신의 존재감을 확실하게 각인시켰다. 에루페는 지난달 20일 열린 서울국제마라톤에 소속팀인 청양군청의 유니폼을 입고 출전, 서울 광화문을 출발해 잠실종합운동장으로 들어오는 42.195㎞ 풀코스를 2시간5분13초에 완주한 끝에 우승을 차지했다.

에루페의 기록은 한국에서 열린 마라톤대회에서 나온 역대 최고 기록이며 올 시즌 세계 4위에 해당한다. 에루페에 앞선 1∼3위 기록은 1월 22일 두바이 마라톤대회에서 나온 기록인데 두바이 대회가 선수들의 기록 작성에 유리하게 디자인된 코스라는 점을 감안했을 때, 에루페 기록에 더 큰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

에루페 측은 특별귀화 승인에서 ‘도핑 문제 소명’과 ‘국제경쟁력 입증’ 등 두 가지 조건이 충족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그리고 그 중 하나의 조건은 서울국제마라톤을 통해 확실하게 충족된 셈이다. 따라서 에루페의 특별귀화 문제는 6일 열리는 두 번째 심의에서 에루페의 도핑 관련 해명의 진실성 검증에 그 성패가 달려 있다고 할 수 있다.

에루페 측은 이미 에루페의 주장을 증명할 수 있는 국내 전문의의 소견이 담긴 문서를 대한육상경기연맹에 추가 자료로 제출한 상태다. 이날 심의에서 대한체육회가 에루페의 손을 들어주면 에루페의 귀화는 사실상 성공한다. 지금까지 체육회 추천을 받은 선수가 법무부 국적심의를 통과하지 못한 경우는 없다. 반면, 체육회가 에루페의 추천을 거부하면 에루페의 리우올림픽 출전은 사실상 무산된다.

일각에서는 이와 같은 상황에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스포츠 분야 전문 변호사인 장달영 변호사는 사진의 SNS 계정에 “에루페의 특별귀화 찬반논란이 자칫 국제적 논란으로 번질 수 있는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며칠 안으로 케냐 육상계의 도핑 문제에 대해 WADA(세계반도핑기구)와 IAAF가 케냐 육상 선수의 올림픽 포함 국제대회 출전 금지 여부를 결정한다. 에루페 귀화허가가 나오고 WADA와 IAAF의 케냐 선수 국제대회 출전 금지 결정이 나오면 에루페 귀화에 대해 국제육상계에서 타당성 논란이 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장 변호사는 “개인적으로는 WADA와 IAAF의 결정을 본 다음에 대한체육회 스포츠공정위원회가 심의를 통해 귀화 추천 여부 결정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고 자신의 견해를 전했다.

실제로 IAAF와 WADA는 최근 케냐육상경기연맹과 반도핑기구에 6일까지 지속적인 금지약물 복용에 대한 해결책을 내놓지 않으면 강력한 제재를 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케냐가 WADA가 요구한 '반도핑 계획'에 대한 답을 내놓지 못하면 국제대회출전 금지 처분을 받을 수 있다. 리우올림픽 출전도 불투명하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따라서 케냐 출신인 에루페가 한국 선수로 귀화한다고 하더라도 최근까지 케냐에서 활동해 온 선수였다는 점을 감안했을 때, 국적에 상관없이 에루페 역시 IAAF와 WADA의 제재 선수 범위에 포함될 위험성을 안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물론 이와 같은 문제 말고도 국내에서 소위 ‘민족 스포츠’로 통하기도 하는 마라톤 종목에 에루페가 국가대표가 되는 것에 대한 거부감이 여전히 만만치 않다는 점도 육상연맹 입장에서는 걱정거리다. 하지만 에루페가 태극마크를 달지 못한다면 한국 마라톤은 리우올림픽에서 들러리 역할에 만족해야 한다. 냉정하지만 엄연한 현실이다. 현재로서는 에루페의 특별귀화가 이뤄져도 걱정이고, 안 되도 걱정인 상황이다.

임재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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