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만 닦아주겠다던 '더컸 유세단'의 과한 하소연
유세 현장에서 "도대체 왜 떨어졌을까" 청중들
"위트일 뿐, 실망한 지지자들을 다시 묶는데 도움"
"낙천했지만 눈물만 흘릴 순 없다. '더컸 유세단'은 저희보다 억울한 분들의 눈물을 닦아주고 고통을 나누겠다"
20대 총선에서 공천 배제된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달 28일 7명으로 구성된 '더컸 유세단'을 출범했다. 이를 두고 '선당후사(先黨後私)'라는 긍정적인 평가도 많았지만, 유세 지원 현장에서 '하소연이 과하다'는 평가도 동반됐다.
'더 컸으면 좋겠다'는 뜻을 담은 '더컸 유세단'에는 정 의원과 같은 처지인 김광진, 장하나 의원과 스스로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김대중 전 대통령의 3남인 김홍걸 더민주 국민통합위원장, 그리고 청년 비례 대표에 지원했다 면접에서 탈락한 김빈 빈컴퍼니 대표가 포함됐다. 이들은 당 공식 유세조직으로 수도권 호남, 부산·경남(PK), 대구·경북(TK), 강원, 충청, 제주 등 전국을 돌며 당 후보들의 총선 승리를 위한 지원 유세를 다녔다.
'총선승리의 마중물'이 되겠다던 정 의원 및 유세단원들은 유세 자리에서 '우리가 왜 떨어졌을까' 반문하며 시선을 끌었다. 특히 정 의원은 지난달 26일 이개호 선거사무소 개소식에 등장해 자신을 "이 시대의 참 제물인 정청래"라고 소개했으며 "공천이 박탈된 날 늦잠을 자고 있었다. 총선 승리를 위해서 당이 나를 희생양으로 삼았다면 기꺼히 내 피를 내주겠다고 생각했고 지원유세를 다니게 됐다"며 "자신을 버리고 당을 위해서 죽어라 뛰는 그런 불쌍한 유세단을 앞으로 보게 될 것"이라고 소개했다.
이달 1일 한병도 후보(전북 익산을) 선거사무소 개소식에서는 김종인 더민주 비상대책위원회 대표 앞에서 "웃고 있지 마라~ 눈물이 난다. 옛날의 더민주~"라며 노래를 불렀다. 이어 "저는 컷오프된 영문을 몰랐고 믿어지지 않았다"며 "당 지도부는 저를 버렸지만 저는 당을 살리겠다고 나섰다"고 주장했다. 정 의원 앞에서 유세를 듣던 김 대표는 옷매무새를 다듬다 팔짱을 꼈고, 초점 없는 눈으로 벽에 걸린 플래카드를 응시하다 이내 다리를 꼬았다. 지지자들이 그에게 박수를 보냈지만 김 대표는 손만 비볐다.
지난 7일 종로구 혜화동 한 유세 현장에선 김광진 의원과 김빈 디자이너의 발언이 끝나자 "말 잘하지, 똑똑하지, 도대체 왜 떨어 진거야? 저렇게 잘하는데 왜 컷오프 된거야"라고 반문했다.
이와 같은 행보에 대해 안모 씨(27)는 "당을 위해서 노력하는 모습은 좋지만, 가는 곳마다 억울하다고 하소연하는 모습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공천 배제는 그들에겐 안타깝지만 유세 현장에서 언급하기엔 부적절한 것 같다"고 평가했다. 또 김모 씨(30)는 "결국 본인들의 정치적 인지도와 생명연장을 위한 속내가 가득한 행보 아니냐"며 "훗날 자신들에게 이로울 수 있는 방향으로 발언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이동학 전 혁신위원은 본보와의 통화에서 "정 의원의 공천 배제 관련 발언은 위트라고 보면 될 것 같다"며 "어떻게 보면 '떨어진 사람들 마케팅'을 한 것이다"며 "우리들을 왜 떨어뜨렸냐고 지도부에 항의하고 그런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이어 '더컸 유세단' 활동에 대해 그는 "많은 지지자들이 있었는데 그 지지자들이 공천 과정에서 많이 실망했다. 그 실망한 지지자들을 다시 묶는 역할을 했다고 스스로 평가하고 있다"며 "그런 역할을 충실하게 하려고 했던 것 같고, 표의 확장에는 도움이 안 됐더라도 기존 지지자들을 묶는 데 많이 도움을 주지 않았나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총선이 끝난 뒤 '더컸 유세단'의 향후 행보에 대해선 "(활동을 하면서) 서로 추억도 많이 쌓였다"며 "정 의원께서 대학생들을 중심으로 당을 살리고 건강한 당을 만들기 위해서 뭔가를 해야 하지 않냐는 말을 한 적은 있다. 그런 것을 논의하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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