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마트, 가습기살균제 보상안 내놓은 배경은?
18일 갑작스러운 사과문 및 보상안 발표 기자회견
피해자 모임 측 "연락 전혀 못받았다…검찰 수사에 보여주기식 사과"
롯데마트가 '가습기 살균제' 피해 사태가 발생한 지 5년이 넘도록 침묵을 지키다 갑작스럽게 피해 보상안을 내놓으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피해자 모임 측에서는 검찰 조사가 압박해오자 급하게 보여주기식 사과를 한 것이라는 입장이지만 롯데마트는 준비기간이 필요했던 것뿐이라고 일축하고 있어 논란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18일 롯데마트는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가습기 살균제 피해에 대한 사과문과 보상안을 발표했다.
업계에서는 이번 기자회견이 조용히 추진되다가 회견 전날에서야 알려지자 갑자기 피해 보상안을 내놓게 된 배경에 주목하고 있다.
이에 대해 피해자 단체인 환경보건시민센터 측은 검찰 소환 일자가 다가오자 압박감에 어쩔 수 없이 한 것 뿐이라는 입장을 내놨다.
임흥규 환경보건시민센터 팀장은 "검찰 소환 하루 전에 연락도 없이 기자회견을 한 것"이라며 "롯데마트가 말하는 바와 같이 진짜 피해자에 대한 사과와 보상안을 내놓으려고 한 것이라면 이렇게 단 한마디 없었을 수 있느냐"고 말했다.
임 팀장은 이어 "사건을 처음 고발했던 2012년 부터 단 한 차례도, 단 한 업체에서도 연락이 오지 않았다"며 "검찰 수사한다고 하니까 급하게 사과한 것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센터는 지난 2012년에 1차, 2014년에 2차, 그리고 지난해에 3차로 고발을 진행했지만 이동안 한 업체에서도 대화를 시도하지 않았다는 주장이다.
이에 대해 롯데마트 측은 "내부적인 협의가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 대화를 하는 것은 무책임한 일이라고 생각했다"고 답했다.
센터가 1차로 업체를 고소했을 당시 검찰은 인과관계가 확인되지 않는다며 '시한부 기소중지' 결정을 내리며 수사가 이뤄지지 않았다.
이어 정부가 2014년 폐 손상 의심 사례 공식 조사 결과를 발표했지만 수사는 재개되지 않았다.
이에 피해자들이 수사 재개를 촉구한 지 1년 반 만에 수사는 재개됐고 서울중앙지검은 특별수사팀을 꾸려 3개월간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형사부 배당 사건으로는 이례적인 일이다.
이에 대해 롯데마트 측은 "갑작스럽게 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내부적으로는 계속 하자는 얘기가 나왔었고 어제 저녁에 대표님(김종인 대표이사)이 외국에서 돌아오시면서 준비하자고 해서 밤 새면서 준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정확히 보상안 준비를 하던 시점에 대해서는 "다른 부서에서 논의가 되고 있었던 것인지는 모르겠고 실무진 입장에서는 지난달께부터 준비해왔다"고 설명했다.
또한 피해자 모임 측에서 검찰 소환을 하루 앞두고 단행한 기자회견이라는 주장에 대해서는 "검찰 소환 일자는 전혀 모른다"며 "지난주부터 이야기만 계속 나올 뿐 정확한 소환 날짜는 알 수가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이날 김종인 롯데마트 대표이사는 기자회견에서 "사태 발생 이후, 최선의 해결방안이 무엇인지를 지속 고민해 왔지만, 이 또한 저희로서는 전혀 예상할 수 없는 사태를 접하다보니 제대로된 대안을 찾지 못하고 너무 많은 시간이 지났다"며 "이제는 더 이상 시간을 늦추면 안 된다는 마음으로 이 자리에 섰다"고 밝혔다.
사건 발생 5년을 넘겨서야 급작스러운 사과와 보상안 발표에 대해 '더 이상 늦추면 안 되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이 엄중한 수사를 진행하게 되자 압박을 느껴 급하게 사과문과 보상안을 내놓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이 기자회견 직후 홈플러스 측에서도 "저희도 검찰 수사 종결 시 인과관계가 확인된 피해자들에 대한 보상 협의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히면서 검찰 수사가 해당 업체들을 확실히 압박하고 있는 모양새다.
업계 관계자는 "롯데마트 측은 피해자와 앞으로 협의해 나가겠다고 하지만 피해자 모임 측과 단 한번도 접촉을 하지 않은 상태로 갑작스럽게 사과문 발표를 하게 돼 진정성 논란이 불거진 것으로 보인다"며 "기자회견에서 약속한 피해자와의 협의 등이 제대로 이뤄질지 지켜봐야 할 일"이라고 말했다.
한편 롯데마트는 앞서 2006년 11월부터 2011년 8월까지 폴리헥사메틸렌구아디닌(PHMG)를 원료로 한 PB 제품 '와이즐렉 가습기 살균제'를 시판한 바 있다.
지난 2011년 원인 미상의 폐질환으로 수백명이 사망하자 진행된 보건복지부와 질병관리본부의 조사 결과 집단 폐 손상의 원인으로 지목된 물질과 같은 원료다.
이에 롯데마트는 이 제품을 전량 회수하고 폐기했지만 약 5년 간 아무런 대책을 내놓지 않았다.
이에 대해 지난 2월 환경보건시민센터는 이 사건과 관련, 판매업체인 롯데쇼핑(롯데마트)의 전·현직 임원 43명을 처벌해 달라며 서울중앙지검에 고발장을 접수했다.
이 고발 대상에는 신격호 총괄회장과 신동빈 회장도 포함됐다. 센터는 피해가 신고된 14가지 가습기 살균제 중 롯데마트 판매상품으로 인한 피해자는 총 130명이고, 이 가운데 32명이 사망했다고 주장했다.
롯데마트는 전문 기관 등을 통해 구체적인 피해보상안 선정에 도움을 받은 후 검찰 조사 결과에 따라 구체적인 피해보상안을 내놓을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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