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사립학교법 시행령 개정 세입·세출항목 신설 현실화 환영
대학을 운영해 보면 고민하고 해결해야 할 과제가 한 둘이 아니다. 또한 어려운 재정사정 때문에 필요한 돈은 부족하고 쓸 곳은 항상 예상을 넘는다. 필자가 지적하려는 ‘학교 교육에 직접 필요한 경비’도 같은 문제이다. 결론은 학교 자금을 합리적으로 운영하자는데 있다. 그 점에서 본인의 의견을 개진하여 본다.
현행 사립학교법 시행령 제13조는 ① 학교운영에 필요한 인건비 및 물건비, ② 학교 교육에 직접 필요한 시설·설비를 위한 경비, ③ 교원의 연구비, 학생의 장학금, ④ 교육지도비 및 보건체육비, ⑤차입금의 상환원리금 등 ‘학교 교육에 직접 필요한 경비’에 한하여 교비를 쓸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그런데, 여기서 ‘학교 교육에 직접 필요한 경비’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매우 불명확하다.
예를 들어 기숙사를 건립하는데 드는 비용을 생각해 보자
기숙사가 있으면 타 지역에서 유학하는 학생들이 보다 저렴하고 편리하게 학교를 다닐 수 있고, 실제로 많은 대학들이 기숙사를 운영하고 있기 때문에 교비로 기숙사를 지을 수 있다는 점에 대해서 의문을 가지는 사람들은 많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기숙사는 엄밀히 말하면 교육을 위한 직접 설비는 아니다. 기숙사가 없다고 해서 교육이 불가능해 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학생들의 복지후생에 기여하는 비용으로 간접비에 오히려 가깝다. 이런 측면에서 바라보면 기숙사 건립 비용은 교육에 ‘직접’ 필요한 비용이라고 보기 어렵다는 주장이 있을 수 있다.
이처럼 사람마다 ‘학교 교육에 직접 필요한 경비’가 무엇인지 다르게 해석될 여지가 있다는 것은 그 자체로 위 규정에 문제가 있다는 뜻이 된다. 명확성 원칙에 위배되는 법률이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이다. 법치국가란 법률에 의한 통치를 이념으로 채택한 나라라는 뜻이다.
여기서 법률은 모호한 것이어서는 안 된다. 만일 법률의 내용이 불명확하다면 사람들은 법률의 규정을 아무리 읽어 보아도 자신이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알 수 없게 될 것이고 결국 법을 해석하는 사람들에 의한 자의적이고 차별적인 법 집행이 일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형벌이라는 강력한 제재를 가하는 형사처벌 규정은 일반 법률보다 휠씬 더 쉽고 명확해야 하고 그렇지 않으면 헌법에 위반되어 무효가 된다.
그런데 ‘학교 교육에 직접 필요한 경비’에 한하여 교비를 쓸 수 있도록 한 사립학교법 시행령 제13조는 위반 시 처벌 규정을 두고 있다. 시행령에서 교비회계에서 지출 가능한 세출항목을 규정하고 이를 위반하면 모법인 사립학교법에 의거해서 처벌을 하는 구조이다. 이처럼 주요한 구성요건을 시행령에 규정한 것은 포괄위임금지의 원칙에도 위반되는 것으로 보인다.
법원이 판례를 통해 기준을 제시해 준다면 그 나마 다행일 것이다. 그러나 법원도 “지출과 관련된 제반 사정을 종합적으로 살펴볼 때 당해 학교의 교육에 직접 필요한 것인지에 따라 판단하여야 한다”고만 하고 있어 불명확하기는 마찬가지다.
이 규정은 시급히 개선되어야 한다. 불명확한 형사처벌 규정은 필연적으로 경찰, 검찰, 법원과 같은 사법기관의 주관적이고 자의적인 법집행으로 귀결되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이번에 교육부에서 사립학교법 시행령 개정을 통해 세입·세출항목을 신설하여 현실화한 것은 늦은 감이 있지만 환영할 일이다.
특히 법률비용의 지출 근거와 기준을 명확히 함으로써 이제 학교도 법률전문가의 조력을 받을 수 있게 된 것은 무척 고무적인 일이라고 생각한다. 이를 통해 법치주의의 원칙이 교육행정에도 더욱 더 굳건히 자리잡는 계기가 될 것을 기대해 본다.
글/김문환 전 국민대 총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