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봉주의 요직 진출…북한 경제 살리기 '신호탄'?
2002년 북한 경제개혁 실무책임자를 상무위원에 올려 경제분야 주력 예고
전문가 "경제강국 향한 정책적 필요와 의지 존재, 그러나 실제 성과는..."
2000년대 북한에서 과감한 경제개혁 조치를 주도했던 박봉주 내각총리가 36년 만에 개최된 7차 노동당 대회에서 정치국 상무위원 명단에 포함됐다. 이로써 '경제통' 박봉주가 향후 북한 경제를 살리기 위한 당의 전략에 추진력을 발휘할지 이목이 쏠리고 있다.
10일 북한 노동당기관지 '노동신문'에 따르면 이번 당대회를 계기로 정치국 상무위원에 오른 인물은 박봉주를 비롯해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황병서 군 총정치국장, 최룡해 당 비서 등 5인이다. 정치국 상무위원 명단은 북한 내 엘리트 집단 중에서도 실세 중의 실세를 확인할 수 있는 척도로, 박봉주가 북한 내 권력자 중에서도 핵심 인물로 부상했다는 점을 시사한다.
박봉주는 용천식료공장 지배인, 남흥청년화학연합기업소 당 책임비서로 일하며 능력을 인정받아 1993년 당 경공업부 부부장으로 발탁됐다. 이후 당 경제정책검열부 부부장, 내각 화학공업상을 역임하며 당과 내각에서 입지를 다졌으며, 화학공업상으로 일하던 2002년에는 북한 경제시찰단의 일원으로 장성택 등과 함께 방한해 각종 산업현장을 둘러보기도 했다.
2000년대 초반 중국의 경제발전상과 북한식 계획경제체제의 한계를 실감한 김정일은 2001년 7월 경제관리제도 개선지침을 내려 보냈고, 이에 박봉주는 실무책임자로서 △물가 및 급여 인상 △배급제 변화 △공장기업소 경영자율권 확대 등 개혁적인 내용을 담은 '7·1 경제관리 개선조치'와 후속조치를 주도했다.
이후 김정일의 두터운 신임을 얻게 된 박봉주는 2003년 9월 내각총리에 올랐고, 2005년에는 중국 상해와 포동의 경제개발지구 현장을 찾는 등 북한 경제개혁에 앞장서는 행보를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7·1 경제조치를 이행하는 과정에서 당 및 군부의 보수 세력으로부터 견제를 받아 결국 2007년 내각총리에서 해임, 순천비날론연합기업소 지배인으로 좌천됐다.
그러다 박봉주는 2010년 김정일의 후계자로 지목된 김정은의 공식 등장을 앞두고 당 중앙위원회 경공업부 제1부부장으로 전격 복귀했다. 2013년에는 당 정치국 위원으로 선임된 데 이어 내각총리로 재임명, 현재까지 직위를 유지하고 있다.
그는 이후 치러진 정치국 회의(2014년 4월)와 정치국 확대회의(2015년 2월)에서도 정치국 위원 명단에 줄곧 이름을 올리며 건재함을 드러냈고, 이번 개최된 당대회에서는 위원에서 상무위원으로 한 단계 승격된 것이 확인됐다. 특히 김정은이 이번 당대회에서 '국가경제발전 5개년 전략'이라는 경제 분야 중장기 계획을 제시한 만큼, 경제관료 출신의 박봉주가 향후 북한의 경제 정책을 주도할 것으로 관측된다.
조봉현 IBK경제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11일 '데일리안'에 "박봉주를 정치국 상무위원까지 올린 것은 이번 당대회에서 김정은이 제시한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을 염두에 뒀기 때문"이라며 "2002년 북한 경제개혁 조치의 실무책임자가 박봉주라는 점을 감안하면 앞으로 경제 분야에 힘을 실어주고자 그를 상무위원에 올렸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이번에 발표된 계획의 내용은 사실 이전에 제시했던 내부 사업들을 다시 정리해서 내놓은 수준에 지나지 않기 때문에 북한의 경제부분에서 당장 큰 변화를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본다"며 "경제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개혁개방의 길로 나아갈 수밖에 없는데, 김정은이 경제에서 실질적 성과를 내기 위해 과감한 정책을 취할 것인지는 좀 더 두고 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김근식 경남대 교수 역시 "국가경제발전 5개년 전략을 발표한 점은 경제 강국을 향한 정책적 필요와 의지가 여전히 존재하고 있음을 보여준다"면서도 "그러나 실제 5년 동안 북한이 그리는 경제발전의 내용이 채워질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전력과 에너지 산업을 강조하고 무역과 경제개발구를 통한 대외개방을 역설한 것은 긍정적으로 볼 수 있지만, 실제 실현가능한 개혁개방 조치는 구체적으로 제시하지 못했다는 평가다.
한편, 일각에서는 박봉주를 상무위원에 진입시킨 의도에 대해 '경제 실패의 희생양으로 삼으려는 포석'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조 수석연구위원은 "북한이 과거 화폐개혁에 실패했을 때 박남기 당 계획재정부장에게 책임을 물어 처형했듯이 이번 내놓은 경제개발 5개년 계획에 성과가 나오지 않았을 경우 박봉주가 그 책임을 지게 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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