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격 나선 LG, 선발 안정이 불러올 긍정효과
주말 SK와의 시리즈서 류제국-코프랜드 호투
선발 안정되면 불펜 운용에도 크게 숨통 트여
오랜만의 2연승이다.
LG 트윈스가 지난 주말 잠실 구장에서 펼쳐진 SK 와이번스와의 홈경기서 위닝시리즈를 거두며 휘파람을 불었다. 특히 주말 3연전 첫 경기서 주장 류제국이 6.2이닝 1자책으로 호투한데 이어 스캇 코프랜드 역시 이튿날 5이닝 2자책으로 화답하며 상승기류를 타는데 성공했다.
LG는 그동안 부진했던 두 선발투수가 제 몫을 다하면서 득점에 대한 타선의 부담을 덜어주었다. 이로 인해 필요한 점수만 지원 받고도 경기 초반 분위기를 내주지 않으며 승리를 확정지었다. LG는 15일 토종 에이스 우규민이 선발로 등판했지만, 비로 취소되며 아쉬움을 삼켰다.
사실 4월까지 승률 5할을 기록하며 4위에 위치했던 LG였지만 실상을 파악해보면 순위에 어울리지 않는 경기 내용이 대부분이었다. 결국 5월 들어 4연패를 당하며 팀 순위가 8위까지 내려앉았다.
투타 양면에서의 부진이 심각했던 LG다. 개막전 이후 4월 한 달 동안 팀 타율은 0.258로 10개 구단 중 최하위를 기록했고, 같은 기간 팀 평균자책점 또한 5.03으로 8위에 불과했다. 투타의 활약이 계속 어긋나면서 여유로운 점수차로 이기는 경기가 적었고, 비교적 큰 점수 차로 패하는 경우가 많았다. 약팀의 전형적인 모습이었다.
투타 엇박자는 추락하는 팀 성적으로 고스란히 드러났다. 승률도 5할 밑으로 내려가면서 앞날에 먹구름이 끼는 듯 했다. 무엇보다 선발진이 단체로 부진에 빠져 일시적인 부진으로 보기에 간단히 넘어갈 문제가 아니었다.
야구는 투수의 손끝에서 공이 떠나야 시작되는 스포츠다. 그만큼 좋은 투수가 필요하며 무엇보다 긴 이닝을 책임지며 승리를 지키는 선발투수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LG의 선발투수들을 이와 정반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들이 4월 합작한 소화한 이닝은 113.2이닝으로 한화 이글스(81.2이닝)에 이은 리그 9위였다.
늦게 합류한 코프랜드는 3경기 연속 부진한 투구를 보여주며 팀에 보탬이 못했다. 헨리 소사도 개막전부터 불안한 투구를 이어오며 고전했고, 류제국은 제구 난조로 애를 먹다 급성 알레르기 증상으로 10여 일간 1군 무대에서 모습을 감춰야 했다.
스프링캠프에서 기대 이상의 호투로 5인 로테이션에 합류한 이준형은 경험부족으로 1경기에서도 몇 번씩 제구가 널을 뛴다. 믿을만한 투수는 4월 26일 94구 완봉승을 기록한 토종 에이스 우규민이 유일하지만 완봉승 이후 2경기 연속 패전투수가 되면서 아쉬움을 남겼다.
긴 이닝을 책임져야 하는 선발투수들이 단체로 부진하면서, LG를 향한 우려의 시선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선발투수들의 잦은 조기강판은 구원투수들에게 부담을 주었고, 리그 정상급 중간계투진을 보유했다고 자부하던 LG는 이번 시즌 구원투수 평균자책점 5.51(9위)을 기록하면서 체면을 구기고 있다.
하지만 반등의 여지는 아직 충분하다. 부진했던 선발진이 회복의 조짐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소사는 지난 11일 삼성을 상대로 8이닝 2자책으로 호투하면서 팀의 2-16 대승에 기여했고, 다음날 등판한 이준형은 5.1이닝 2자책을 기록, 승패없이 물러났지만 자신의 몫을 다했다.
류제국과 코프랜드도 뒤이어 진행된 SK와의 3연전 중 앞선 두 차례의 경기에서 각각 호투하여 반등의 조짐을 보여줬다. 승률도 0.485로 회복되어 한 경기만 승리한다면 5할 승률 복귀도 노려볼 수 있다.
선발로테이션이 온전한 모습으로 가동 된다면 불펜 운용에도 여유가 생긴다. 임정우가 젊은 마무리투수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고, 신승현이 평균자책점 3.21로 좋은 활약을 이어가고 있다.
사타구니 부상으로 2군으로 내려간 이동현이 복귀한다면 훌륭한 필승조를 구축할 수 있다. 배짱 있게 볼을 뿌리는 유망주 이승현도 좋은 재목이다. 올 시즌 평균자책점은 4.91로 높은 편이지만 수비 무관 추정 평균자책점을 나타내는 지표인 FIP는 3.98로 앞으로 기대를 걸어 볼만한 투수다.
타선에는 박용택, 이병규(7), 히메네스를 중심으로 쏠쏠한 활약을 이어가고 있다. 시즌 팀타율은 하위권을 맴돌고 있지만 이들의 방망이는 뜨겁기만 하다. 히메네스는 138타석을 소화하면서 타율 0.309 OPS 1.006을 기록하고 있고, 홈런도 11개를 치면서 이 부문 단독 선두에 올라 있다.
박용택도 133타석에서 타율 0.347 OPS 0.902를 기록하며 꾸준한 모습을 이어가고 있다. 얼마 전 어린이날에 있었던 두산 베어스와의 홈경기에서 1900안타를 달성하며 의미 있는 시간을 보냈다. 이병규(7) 또한 111타석에서 타율 0.305 OPS 0.891을 기록하며 분전하고 있다.
부상에서 복귀한 임훈이 테이블세터 자리에서 제 역할을 해주고 오지환, 서상우, 이천웅, 채은성, 이형종, 양석환 등의 젊은 선수들이 각자의 위치에서 쏠쏠한 활약을 해준다면 LG도 충분히 경쟁력을 갖춘 팀으로 올라설 수 있다.
예상치 못한 투수진의 부진으로 우려의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터져 나온 LG였다. 그러나 일주일 동안 우규민을 제외한 4명의 선발투수가 연속적으로 제 역할을 해주면서 상승세의 발판을 마련하고 있다.
이들의 호투가 일회성 이벤트로 끝날 가능성도 있다. 때문에 한 경기의 결과에 일희일비 하지 않고 지켜볼 필요가 있다. 하지만 LG는 롯데 자이언츠 다음으로 오랫동안 한국시리즈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리지 못한 팀이다. 겨우 정상작동을 하게 된 선발로테이션이 어떤 활약을 보여줄지 기대해본다.
글 김호연 /기록 및 자료제공: 프로야구기록실 KBReport.com(케이비리포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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