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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박 고의로 전국위 무산, 파국으로 가는 새누리당


입력 2016.05.17 17:24 수정 2016.05.17 17:28        문대현 기자

<현장>의결정족수 미달로 상임전국위, 전국위 줄줄이 무산

친박 집단 보이콧 추정되는 가운데 김용태는 혁신위 사퇴

새누리당이 비상대책위원회 추인 등을 위해 17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개최하려던 상임전국위원회와 전국위원회가 찬박계의 조직적 불참 등으로 정족수 미달 사태로 무산되자 홍문표 사무총장 직무대행과 김광림 정책위의장이 전국위원들에게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새누리당이 비상대책위원회 추인 등을 위해 17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개최하려던 전국위원회가 찬박계의 조직적 불참 등으로 정족수 미달 사태로 무산된 가운데 개회를 기다리던 전국위원들이 굳은 표정을 하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계파갈등 해소를 부르짖던 새누리당이 최악의 계파갈등을 빚으며 17일 예정됐던 상임전국위원회와 전국회원회가 무산됐고 이에 따라 비상대책위원회와 혁신위원회 출범 또한 무기한 연기됐다.

이날 오후 상임전국위와 전국위가 열리기로 했던 국회 의원회관 2층은 전국 각지에서 모인 전국위원들과 취재진 등으로 매우 혼잡한 광경이 연출됐다. 그러나 그 혼잡함은 좋은 결실을 맺지 못 했다. 많은 인파로 형성된 혼잡함은 새누리당의 복잡한 상황을 그대로 보여주는 듯 했다.

1시 20분부터 예정돼 있던 상임전국위는 2시가 넘도록 열리지 못 했다. 50명의 위원 중 절반 이상이 참석해야 하나 21~22명의 의원만 참석해 의결정족수 미달이 된 것이다. 이에 앞서서는 취재진들 사이에서 친박계 의원들이 위원들에게 불참을 종용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나돌았다. 이는 혁신위와 비대위가 비박계 위주로 꾸려진 것에 대한 반발감 때문으로 추정됐다. 이 때문에 현장에서는 친박계의 보이콧으로 회의가 무산될 수 있다는 긴장감이 나돌았다.

시간이 지나도 회의는 열릴 기미를 보이지 않았고 결국 참석자들이 하나 둘 바깥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정두언 의원은 회의장을 나서며 "이것은 정당이 아니고 패거리 집단이다. 동네 양아치들도 이런 식으로는 안할 것"이라며 불쾌한 감정을 여과없이 드러냈다. 이어 "정당 역사상 이렇게 명분 없이 말도 안 되는 행태를 보이는 것은 처음 본다"며 "내가 당에 남아 있어야 하나 심각하게 고민해야겠다"고 내뱉었다.

김정훈 의원도 "안 온 분들에게 전화를 돌렸더니 전화를 안 받거나 오신다고 했던 분들도 안 오신다"라며 "정진석 원내대표가 지금 굉장히 난감하다. 아이고 참 암울하다. 암울해"라고 말했다. 상황은 점점 부정적으로 흘러갔고 끝내 정 원내대표는 굳은 표정으로 회의장을 나섰다.

2시부터 예정돼 있던 전국위는 상임전국위가 열리기 전에는 열릴 수 없었고 전국에서 모인 위원들은 마냥 기다릴 수 밖에 없는 상황에 회의장에서 무의미한 시간을 보내야만 했다. 2시 40분경 홍문표 사무총장 권한대행, 김광림 정책위의장, 김도읍 원내수석부대표, 김명연 원내대변인 등이 상임전국위장으로 나와 전국위장으로 향했다. 홍 대행이 단상에 서 마이크를 잡았다. 회의 무산이 공식적으로 발표된 순간이었다.

홍 대행은 "성원이 되지 않아 회의를 이루지 못 한 이 참담한 현실을 어떤 말로도 형용할 수 없음에 대해 당원 여러분에게 사죄드린다"며 "드릴 말씀이 없다. 미안하다"고 밝혔다. 그러자 일부 전국위원들은 "이러니까 선거에서 패하지!", "청와대만 공격하면 혁신이 됩니까!" 등 소리치며 지도부를 비판했다. 한 위원은 "아이고, 이제 또 언론에 얼마나 웃음거리가 될까"라며 혀를 끌끌 찼다.

새누리당이 비상대책위원회 추인 등을 위해 17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개최하려던 상임전국위원회와 전국위원회가 찬박계의 조직적 불참 등으로 정족수 미달 사태로 무산되자 회의를 기다리던 전국위원들이 퇴장하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새누리당 혁신위원장으로 내정됐던 김용태 의원이 17일 비상대책위원회 출범 추인을 위한 전국위원회가 무산된 직후 국회 정론관에서 혁신위원장직 사퇴를 밝힌 뒤 퇴장하고 있다. 김 의원은 “국민 앞에 무릎을 꿇은 지언정 그들에게 무릎 꿇을수 없다”고 밝혔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혁신위원장 선임됐던 김용태 "민주주의 위해 싸울 것" 사퇴

이렇게 되면서 정 원내대표의 비대위원장 및 비대위원진 선임이 좌절됐고 비대위원장이 선임해야 하는 '김용태 혁신위'도 출범이 불가능하게 됐다. 또한 혁신위에 전권을 주는 내용의 당헌당규 개정도 미뤄지게 됐다. 당의 상황이 최악으로 치달은 것이다.

모였다 뿔뿔히 흩어지던 의원들은 저마다 탄식의 목소리를 냈다. 이혜훈 당선자는 "너무 답답하다. 당이 이렇게 된 것에 대해 국민들이 어떻게 볼 지 정말 걱정"이라고 했고 김영우 의원은 "무산될 것 까지는 예상을 못 했는데 아마 국민들이 볼 때 도저히 일어날 수 없는 일이 일어났다고 생각한다"며 "오늘 일로 인해 당이 더 큰 어려움을 겪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성태 의원도 "국민들에게 보여줘서는 안 될 볼썽사나운 모습을 계속 보여주고 있다"며 "정말 이렇게 가다가는 국민들로부터 완전히 외면 당하는 정당이 될 것이다. 정말 안타깝고 침통한 마음 밖에 들지 않는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이어 "특정계파와 특정지역은 아예 참석 자체를 안 하면서 전국위를 조직적으로 보이콧 한 부분에 대해 국민들로부터 준엄한 심판을 받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정운천 당선자 역시 "빨리 수습하고 국민들에게 뭔가 새로운 것을 보여줘야 하는데 그러지 못 해 너무 안타깝고 답답하다"고 밝혔다.

다만 하태경 의원은 "당 지도부가 너무 안이하게 오늘 회의를 대처한 것 같다는게 가장 큰 문제이며 반성해야 할 점"이라며 "회의 성립 여부는 지도부의 준비에 따라 달렸다. 상황 발생에 대한 대비가 부족하다. 당 지도부 준비 부족"이라고 비판했다.

혁신위원장으로 내정됐던 김용태 의원은 이후 즉시 기자회견장을 찾아 "국민과 당원에게 은혜를 갚고 죄를 씻고 민주주의를 위해 싸우겠다"며 혁신위원장 사퇴를 선언했다.

4.13 총선 참패 이후 계파 갈등을 봉합하고 한 마음으로 난국을 헤쳐나가자는 당내 목소리를 결국 허황이었음이 확인됐다. 향후 당내 주류인 친박계와 그에 반하는 비박계는 전과 변함 없이 여전히 끝이 보이지 않는 '총성 없는 전쟁'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

문대현 기자 (eggod6112@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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