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눈] 신격호 총괄회장 돌발 퇴원, 그 속내는?
성년후견인 지정되더라도 항소 이유 마련 위한 것...6월 일본롯데 주총까지 연기 의도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이 성년후견인 지정 여부를 앞두고 정신 감정을 위해 입원했던 서울대병원에서 지난 19일 사흘 만에 돌연 퇴원했다. 이를 두고 신 총괄회장의 거부의사에 따라 퇴원했다는 설과 SDJ코퍼레이션 측에서 입원 때부터 퇴원을 염두에 뒀다는 계획설 등 의견이 분분하다.
당초 2주정도 시간을 두고 정밀한 정신감정을 실시하려 했던 법원과 병원 입장에서는 당황스러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SDJ 측은 "신 총괄회장의 강력한 거부의사에 따라 어쩔 수 없이 퇴원을 결정하게 됐다"며 "당사자의 자유의사를 도외시할 수 없어 내린 결정이지만 법원과의 협의 하에 병원 감정을 재개할 수 있는 대안을 모색하도록 하겠다"며 마치 법원과의 긴밀한 협의를 통해 퇴원을 결정한 것처럼 발표했다.
하지만 법원 측 발표에 따르면 '신 총괄회장은 법원의 허가나 사전 협의 없이 무단으로 퇴원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병원 측도 ‘무단퇴원’이라고 밝혔다.
신 총괄회장의 입원 정신감정은 성년후견인 지정의 가장 중요한 객관적 증거다. 성년후견인 지정에 있어 반드시 필요한 과정이라는 뜻이다. 반대로 성년후견인 지정이 이뤄지지 않게 하려면 막아야할 가장 큰 이벤트이기도 하다.
이번 신 총괄회장의 입원은 당초 법원에서 예정했던 것 보다 한 달 반 이상 연기됐다. 이번 돌발 퇴원으로 성년후견인 지정은 더욱 늦어질 전망이다. 신동주 전 일본롯데홀딩스 부회장(SDJ코퍼레이션 회장) 측의 의도가 뻔히 보인다는 뒷얘기가 무성한 것도 이런 배경 때문이다.
재계 관계자들은 이번 신 총괄회장의 무단 퇴원을 두고 "만약 성년후견인이 지정되면 신 전 부회장 입장에서는 법원 결정에 대한 불복의 명분이 필요할 것"이라며 "분명 충분한 시간을 두고 정밀한 정신 감정이 이뤄지지 못해 인정할 수 없다는 이유를 들어 항소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법원에 의해 성년후견인 지정이 이뤄지더라도 신 전 부회장이 불복하고 항소하면 최종 결정이 미뤄진 채 또 다른 재판이 시작될 것이다.
신 전 부회장이 한일 양국에서 개인과 임원, 회사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은 십여 건이 넘는다. 대부분 성년후견인 심리를 통해 신 총괄회장의 정신 상태를 정확히 확인하면 해결될 문제들이다. 모든 문제를 풀 수 있는 열쇠가 또 다른 소송의 발을 묶는 셈이다.
신 전 부회장는 6월 열릴 일본 롯데홀딩스 주주총회에 또 다시 승부를 걸 것으로 보인다. 일본 측 관계자들은 신 전 부회장이 여전히 종업원 지주회의 설득으로 판세를 뒤집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다고 전하고 있다. 또 신 전 부회장 측 입장에서 승산이 없더라도 싸움을 계속 이어 나가기 위해서는 성년후견인 지정을 막는 것이 가장 급선무인 것이다.
©(주) 데일리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