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 비대위, 껍데기는 ‘혁신’ 알맹이는 ‘관리’?
비대위 기한 전대 전으로 한정…‘혁신’ 유야무야 지적
당권 장악 위한 친박 뜻대로 흘러간다는 비난 나올 듯
새누리당의 내분이 봉합 수순에 돌입한 모양새다. 정진석 원내대표와 ‘친박 좌장’ 최경환 의원, ‘비박 좌장’ 김무성 전 대표가 ‘혁신형 비상대책위원회’라는 원트랙 방침에 합의했다. 친박-비박의 좌장이 당 정상화를 위해 나섰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결과가 도출됐다는 시각도 있지만, 결국 전당대회를 위한 ‘관리형 비대위’로 전락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된다. 친박계의 구상대로 흘러가고 있다는 비난도 피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정 원내대표와 김 전 대표, 최 의원은 24일 오전 긴급 회동을 하고 혁신위와 비대위 통합에 합의했다. 혁신비대위원장은 외부에서 영입하되, 주류와 비주류가 합의한 인사를 최종 선정해 정 원내대표에게 제안하기로 했다. 비대위원장 후보는 이번주 내로 결정될 전망이다. 이후 정 원내대표가 혁신비대위원장 후보에 동의하면 후보자를 전국위원회에 추천·선출한다. 또한 세 사람은 최고위원 9명이 당을 운영하는 집단지도체제를 당 대표 1명을 중심으로 한 단일지도체제로 변경하는 데 공감대를 형성했다. 새로 선출될 당 대표의 권한을 강화한다는 취지다.
‘혁신’에 방점이 찍혀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관리’ 성격이 크다는 지적이다. ‘비대위’의 통상 활동 시한은 전당대회 전까지다. 새누리당의 전당대회는 약 두 달 뒤인 7월 말 혹은 8월 초다. 정 원내대표도 지난 21일 기자들과 만나 “비대위는 전당대회를 위한 한시적 기관”이라고 말한 바 있다.
친박계는 지난 17일 전국위 무산 이후 비대위와 혁신위 ‘투트랙’ 방침을 폐기하라고 요구해 왔다. 친박계가 다수인 중진연석회의에서도 같은 의견이 나왔으며, 비대위원장과 원내대표를 분리할 것을 제안한 바 있다. 이를 두고 당 안팎에서는 당권 장악을 위한 친박계의 사전 정지작업이라는 말이 나왔다.
정 원내대표가 당초 내정한 비대위원은 10명 중 7명이 비박계로 분류된다. 이 때문에 비대위원장을 새로 인선해 비대위를 새로 꾸려야 하며, 정 원내대표가 차후 비대위 인선 과정에서 손을 뗄 것을 요구한 것으로 풀이됐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25일 YTN 라디오에서 “비대위원장을 외부에서 영입하는 것은 비대위 인선을 다시 하라는 이야기밖에 안 된다”며 “기존에 내정됐던 비대위원 중 비박이라고 지칭되는 인물들의 반말은 불 보듯 뻔하다”고 했다.
특히 혁신위가 따로 구성돼 강력한 쇄신안을 만든다면 총선 참패 책임론에서 자유롭지 못한 친박계가 직격탄을 맞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 바 있어, 친박계가 혁신 색을 점점 옅게 해야 한다는 구상의 일환으로 혁신위와 비대위의 일원화를 요구한 것으로 분석된다. 당초 혁신위는 전당대회 이전 혁신안을 마련할 때까지로 활동 기한을 정했지만, 정치개혁 등 미진한 점이 있을 경우 기한을 연장키로 했다. 결국 총선 패배 원인을 따지는 작업은 유야무야되고 전당대회 모드로 넘어갈 것이라는 관측이다.
비박계가 지적하는 부분도 이와 무관치 않다. 김성태 의원은 23일 BBS 라디오에서 “새누리당이 아무리 혁신을 얘기해도 계파 싸움 때문에 시늉만 하다 그친다면 국정운영의 책임 있는 여권의 표류는 결국 국민에게 그 피해가 돌아갈 수밖에 없다”며 “당의 주류층(친박)에서는 당권마저 장악하려는 미련을 걷어 들여야 한다”고 비판했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도 24일 본보에 “전당대회가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비대위와 혁신위를 통합하면 혁신·쇄신 작업도 진전이 더딜 수밖에 없다”며 “혁신형 비대위는 결국 관리형 비대위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 껍데기만 ‘혁신’”이라고 지적했다.
이 같은 비판을 의식한 듯 ‘친박계’ 김도읍 원내수석부대표는 “단일이라는 단어에 방점이 있는 것”이라며 “당선자 총회 당시에도 여러 의원들이 단일 지도체제로 가자는 주장을 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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