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대 또 30시간 법칙? "3자회동 아닌 의견교환"
회동성격 두고 논란 커지자 끝내 "의견교환일뿐" 보도자료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계파 갈등 해소를 위해 24일 김무성 전 대표, 최경환 의원과 함께 조찬 회동을 갖고 당 정상화에 합의한 사실이 알려진 가운데 김 전 대표 측에서 합의 사실을 부인하고 나섰다. 일부의 부정적인 반응에 부담을 느껴 한 발 물러선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23일 정 원내대표의 제안으로 마련된 '3자(김무성-최경환-정진석) 회동'에서는 '집단지도체제'에서 '단일성 집단지도체제'로 바꾸기로 의견이 모아지고, 전당대회 전까지 당을 이끌 임시 지도부로 혁신·비대위를 구성하는 것에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위원장은 외부 인사 중 친박계와 비박계가 모두 동의하는 인물을 선택하기로 했다.
소식이 알려진 직후 당장은 큰 잡음이 없었다. 차기 전당대회에서 친박계 인물이 당권을 잡을 가능성이 더 크게 관측되는 가운데 단일 지도체제로의 전환은 전대 이후 비박계가 힘을 쓰지 못 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 기존 비박계 위주로 구성된 위원 대신 새롭게 비대위를 구성하기로 했다는 점에서 친박계가 득을 보는 장사라는 평이 많았지만 비박계는 큰 반발을 보이지 않았고 당 일각에선 이대로 갈등이 수면 아래로 내려갈 것이라는 희망 섞인 전망이 나왔다.
그러나 긍정적인 시선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일부는 총선 참패의 책임을 뒤집어 쓰고 잠행을 이어가던 김 전 대표와 최 의원이 당의 위기를 자신들의 정치 재개 발판으로 활용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또 일부는 정 원내대표가 계파 갈등을 해소하겠다고 해놓고 계파 별 수장을 만나 이룬 합의는 '밀실합의'라고 지적했다.
하태경 의원은 자신의 SNS에 "계파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방식으로 최종 해법이 나오고 말았다. 계파를 해체하겠다면서 계파를 더 강화시켜 준 꼴"이라며 "김무성, 최경환 두 전 대표가 계파 해체를 선언한다고 하지만 당권, 대권을 포기하지 않은 채 계파 해체 선언은 눈가리고 아웅"이라고 비난했다.
정우택 의원은 'KBS 라디오'에서 "선거 후에 당 수뇌부는 어딘가 도망가 버리고 또 직접적 책임이 있다고 모든 분들이 느끼고 있는 사람들은 숨어있었는데 이렇게 떳떳하지 못하게 숨어 있던 사람들과 문제를 협의했다"며 "8~90년대 3김 시대에나 있을 행동을 하고 있어서 답답함을 느낀다"고 꼬집었다.
정계에선 더 깊은 추측이 나왔다. 표면적 합의 이면에는 최 의원을 필두로 한 친박계가 향후 당권을 거머쥐고 비박계의 김 대표는 차기 대권 도전을 위해 정치적 재기를 시작한다는 딜이 있었을 것이라는 분석이었다.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이같이 분석했고 여론은 부정적으로 형성돼 갔다.
여러 분석에 김 전 대표 측이 먼저 반응했다. 한 측근은 "(김 전 대표는) 합의를 한 것이 아니라 자문에 응했을 뿐"이라고 밝혔다. 25일 석간 보도에 의하면 그 측근은 "김 전 대표가 '전 대표로서 어드바이스를 해준 것이고 합의니, 결정권이니, 대표성이니에 대해 아무 해당 사항도 없다'고 했다"고 물러섰다. 이후 김 전 대표는 의원회관에서 기자들과 만났고 "당 걱정을 같이 했다. 아무 할 말 없다"며 측근의 말을 공식 부인하지 않았다. 다만 "(측근에게) 입장을 발표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정 원내대표도 입을 열었다. 그는 이날 오후 예정에 없던 기자들과 대화 시간을 갖고 "합의란 표현은 내가 쓴 게 아니다, 그런 의견을 나눈 것에 대해 합의란 표현이 나갔다"며 "최종 결정은 의원들, 그리고 비대위의 심도 있는 논의를 거치고 전국위에 상정해서 얻어야 한다"고 말했다. '밀실 합의'라는 비판을 반박한 것이었다.
김 전 대표 측이 불쾌감을 표했다는 취재진의 말에는 "나한테는 연락이 안 왔다. 잘 모르겠다"고 피해갔다. 그러나 "민주적인 정당의 세 사람이 만난 것에 반응하는 것은 조금 아니라는 생각"이라며 3자 회동이 아주 무의미한 것은 아님을 강조했다. 최 의원은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계속해서 '3자 회동'의 명확한 의미가 규정되지 않았고 현장에 있는 취재진조차 해석 방식을 두고 의견이 분분했다. 각종 추측만이 난무할 뿐이었다. 그러던 중 김 전 대표 측은 보도자료를 통해 "당이 어려운 상황에서 걱정하는 마음으로 의견 교환을 하였을 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님을 밝혀드린다"고 최종 입장을 전달하며 합의가 아닌 단순한 의견 교환에 그친 것이었다고 쐐기를 박았다.
김 전 대표의 최종 입장 발표는 정치 활동 재개를 노리고 움직였다가 예상 외로 큰 후폭풍을 맞닥뜨리자 한 발짝 뒤로 물러선 것으로 읽어지는 측면이 있다. 정치 고수로 통하는 김 전 대표가 아무런 본인의 목적 없이 단순히 자문을 위해 현 지도부인 정 원내대표와 차기 당권 주자로 꼽히는 최 의원을 만날 리는 만무하다.
대표 재임 시절 자신의 뜻을 내세우다가 30시간이 못 돼 무너진다는 이른바 '30시간의 법칙'이 이번에도 되풀이됐다는 분석도 뒤따르고 있다. 이 때문에 김 전 대표는 당 안팎의 거센 반발에 맞설 힘 없이 재기를 노리다 날개가 꺾여 명예회복에 실패했다는 오명을 쓰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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