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석의 ‘낀박' 신세 한탄? "생애 가장 힘든 한달"
취임 한달 기자회견서 수평적 당청관계 확립·계파 청산 노력 강조
“솔직히 고백하면 지난 한 달이 제가 살아오면서 가장 힘든 한 달이 아니었나 생각한다.”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3일 기자들을 향해 힘겨움을 토로했다. 수평적 당청 관계 확립, 계파 갈등 해소라는 두 가지 약속을 지키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던 한 달이 꼭 일 년 같았다고 했다. 지난달 ‘원내 제2당’인 새누리당의 원내사령탑으로 선출된 그는 취임한 지 꼭 한 달 만인 이날 국회 원내대표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진심을 호소했다.
정 원내대표는 “저에게 한 달이 꼭 일 년처럼 느껴졌다. 제 의도대로 안 된 일도 있다”고 털어놨다. 정 원내대표의 취임 한 달간은 그의 말처럼 다사다난했다. 새누리당 역사상 최초의 원외당선자 신분의 원내대표로서 야심차게 출발한 그는 취임 초반 김도읍 원내수석부대표와 민경욱 원내대변인 등 친박계를 중심으로 원내대표단을 꾸리면서 친박계의 입김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비판을 들었다.
총선 참패의 원인으로 꼽혀온 계파를 청산하기 위해 ‘김용태 혁신위원회’와 다수의 비박계 인사로 이뤄진 1차 비대위원 인선안을 내놨지만, 친박계가 지난달 17일 열린 상임전국위를 무산시키면서 백지화됐다. 정 원내대표는 다음 날 칩거에 돌입했고, 원내대표 상견례 및 원구성 협상 때문에 하루 만에 국회에 복귀했다. ‘친박’과 ‘비박’ 사이에 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는 ‘낀박’이라는 씁쓸한 별명을 얻었다.
이후 정 원내대표는 비대위원장 겸직을 포기하고 외부인사에게 당의 혁신과 전당대회 준비를 위한 비대위 업무까지 전권을 맡기기로 했다. 친박 좌장인 최경환 의원과 비박 좌장인 김무성 전 대표와의 ‘3자 회동’을 열어 ‘밀실 회동’이라는 비난을 들었지만, 내홍을 수습하는 계기를 만들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김희옥 전 공직자윤리위원장을 혁신비대위원장에 앉히며 당을 한 달 만에 가까스로 정상 궤도에 올려놓았다.
정 원내대표는 “원내대표 경선 때 약속한대로 지난 한 달동안 수평적 당청관계 확립, 계파 갈등 해소라는 두 가지 약속을 지키기 위해 나름대로 애를 써왔다고 저는 자부한다”며 “언젠가 ‘정치에서 중도의 길을 가는 것은 고속도로 중앙선에 서 있는 것 만큼 위험하다’고 했는데 그 길을 계속 가려고 한다”고 말했다.
그는 “여소야대 상황에서 여당 원내대표가 일방적으로 ‘나를 따르라’ 하기가 어렵다”며 “여소야대에서 여당의 원내대표는 많이 힘든 자리다. 야당은 물론이고 당 내에서도 이 사람 저 사람 눈치를 안 볼 수가 없다. 사실 인정한다”고 털어놨다.
이어 “청와대와의 조율, 정부와의 조율 등으로 ‘낀박’이라는 별명이 생겼는데 기분 나쁘지 않다. 어쨌든 중도 중심의 역할을 상징해서 그런 별칭을 붙여주신 것 아니냐는 아전인수식으로 긍정적으로 해석하고 있다”며 “내년에 우리 당의 대통령 후보가 가시화된다면 그야마로 계파 구분, 계파 분열적 갈등 이런 것은 소멸되고 정리가 될 것이다. ‘낀박’ 세를 늘려서 완벽한 계파주의 혁파를 이루고 싶다”고 했다.
그는 “‘김희옥 체제’가 출범하면서 제 짐은 한결 가벼워졌다. 원구성 협상, 민생 돌보기, 정치 개혁 이러한 본연의 임무를 위해 선택과 집중할 수 있게 됐다”면서 “진정성을 가지고 용기를 가지고 등 돌린 민심을 다시 되찾기 위해 우리가 뼈를 깎는 각오를 토대로 새로운 변신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거듭 다짐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또한 “수평적 당청관계를 확립하겠다고 한 약속을 지키기 위해 노력했지만 그 과정에서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며 “우리 당도 체질을 바꾸기 위해 몸부림치듯이 저도 지난 한 달 동안 청와대의 체질도 분명히 바뀐 측면이 있다고 스스로 진단한다”고 했다. 이어 “원내대표로서 주어진 권한과 책임은 재량권을 가지고 하겠다. 과거와 같이 일방통행식의 청와대 오더를 그대로 이행하는 그러한 당 운영은 하지 않겠다”며 “염려하는 것처럼 (청와대와 자신과의) 큰 불협화음이 있는 것은 결코 아니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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