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광구 우리은행장, 서둘러 일본행 티켓 끊은 사연
당초 7월에서 6월로 일본IR 앞당겨 진행
빠르면 다음달 금융위 매각 공고 예상돼
이광구 우리은행장이 올해 유럽, 미국에 이어 세번째로 일본서 해외 기업설명회(IR)에 나선다. 당초 다음달에 일본출장 계획을 잡았으나 한 달 정도 앞당겼다.
9일 업계에 따르면 이광구 행장은 오는 15일부터 1박2일간 일본 동경에서 연기금, 대형 자산운용사 등 기관투자자 6곳과 1:1 미팅 방식으로 만난다.
이 행장은 지난 2월 싱가폴과 유럽에 위치한 31곳의 투자자를 만난 것을 시작으로, 5월에는 미주 지역의 10여곳 투자자들과 미팅을 했으며, 이번 일본 방문까지 포함하면 지구 한바퀴를 도는 적극적인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이번 일본 방문은 일본측의 러브콜로 이뤄지는 것으로, 해외서 우리은행 매각에 대한 관심이 높다는 것을 방증한다.
이 행장의 앞선 두차례의 해외 IR 행보로 외국인 지분율이 20%에서 25%로 상승했고, 글로벌 투자자들의 매각 공고 문의가 쇄도하는 등 관심이 높아지면서 우리은행 민영화 분위기도 무르익고 있다.
특히 그동안 지지부진했던 금융위원회의 우리은행 재매각도 본격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금융위는 이달 중 공적자금관리위원회에 우리은행 매각 방안을 보고할 계획이며, 다음달에는 우리은행 매각과 관련 공청회와 함께 최종 수요확인에 나서 매각 작업을 본격화 할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위는 우리은행 매각에 대해 글로벌 투자자 등 수요가 많다고 판단되면 30% 이상을 한번에 팔고, 그렇지 않으면 20%씩 2차례에 걸쳐 매각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빠르면 다음달 중 우리은행 매각 공고가 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금융위 관계자는 "아직 우리은행 매각과 관련 구체적인 방안이 확정되지 않았다"며 "공자위 논의를 거쳐 확정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행장, 매각 공고 임박에 일본출장 한 달 앞당겨
이 행장이 일본 출장을 한 달 앞당긴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금융위가 빠르면 다음달 매각 공고를 낼 것으로 예상되면서 해외 IR 일정을 서두르게 됐다는 후문이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규정에 따르면 상장사가 매각 공고를 한 이후에는 IR을 위한 개별 투자자와의 미팅을 금지하고 있다. 따라서 이 행장은 다음달 금융위의 매각 공고 가능성을 염두해 일본 출장을 한 달 앞당길 수밖에 없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당초 일본 IR은 다음달 2분기 실적 발표 후로 계획을 했으나 매각 공고 가능성 때문에 서두르게 됐다"며 "일본 투자자들도 미국을 포함한 글로벌 자금을 운용하기 때문에 SEC의 규정을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이 행장의 적극적인 글로벌 행보가 해외 투자자들의 관심을 높이고, 실적 호조에 따른 주가 상승 등이 매각 작업에 촉매제가 되고 있다는 평가다.
한편 우리은행 민영화는 정부가 보유한 51% 지분 중 약 30%를 4~10%씩 쪼개 파는 방식으로 진행되며, 약 20%의 잔여 정부지분도 추후 주가 상승시 매각하기 위해 보유하지만 경영에는 일절 개입하지 않는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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