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걸 "국민께 심려끼쳐 죄송...환골탈태 계기 삼을 것"
이동걸 회장, 23일 기자간담회서 방만경영 등 최근 사태에 대해 사과
'자문단' 신설 등 6대 혁신과제 발표..."구조조정 기본은 혈세 아끼는 것"
"40년 금융 인생에서 요즘 가장 힘든 나날을 보내고 있다. 최근 일련의 사태에 대해 송구스럽게 생각한다. 국민 여러분께 드린 심려를 생각하면 몸 둘 바를 모르겠다."
산업은행 '방만경영' 사태 이후 공식석상에 나선 이동걸 회장은 취임 4개월 만에 국민 앞에서 머리를 숙였다. 최근 검찰 압수수색과 전 부은행장의 비위행위 정황 포착 등 그간의 산은 내부에서 발생한 '부실·방만경영'의 책임을 지고 나선 만큼 표정 역시 무거워 보였다.
이 행장은 23일 여의도 산은 본점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돌이켜보면 산업전반에 대한 거시적인 안목과 좀 더 세심하게 살펴보는 부족함이 매우 컸다"며 "이번 일을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아 다시는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새롭게 태어나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날 간담회에서는 산은 정책금융 수행 역량과 효율성 제고를 위한 'KDB 혁신 추진 방향'이 발표됐다. 구조조정 역량과 여신심사 및 자산 포트폴리오 개선 등 '6대 혁신과제'를 통해 국민 신뢰를 받는 정책금융기관으로 거듭나겠다는 구상이다.
이를 위해 산업과 학계, 재계 등 외부 전문가 4~50명으로 구성된 '구조조정 지원 특별자문단' 신설과 공직자윤리법에 준하는 재취업 심사제도 도입, 특정산업과 기업에 편중되지 않는 여신관리 개선 등의 내용이 담겼다.
이 회장은 그동안 이른바 '산피아'를 조장해 온 산은 임직원들의 출자회사 재취업과 관련한 금지 예외 심사를 담당하는 '출자회사 관리위원회'의 불투명한 구성에 대해 "현 위원장은 최익종 위원장으로 사회적으로 굉장히 많은 신뢰를 받고 있는 분이고, 이 부분에 있어서는 굳이 감출 이유가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출자회사 매각과 관련해서는 오는 2018년까지 132개 비금융 자회사의 매각을 추진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이 과정을 정부 등 관계당국의 압력에 의한 것으로 보는 시각에 대해 "매각을 포함한 은행 일련의 일들은 산은 자체의 판단과 일정이 우선한다"며 "올해 안에 132개 비금융 자회사들을 최대한 팔도록 노력하겠지만 설사 올해 안에 전부 팔지 못하더라도 내년에 팔 수 있는 저변을 확대한다는 의미로 해석하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현재 산은이 구조조정 중인 조선·해운 대기업에 대한 지원에 대한 입장도 언급했다. 이 회장은 "현대상선은 현재 98% 정도까지 와 있는 느낌을 받는다"라며 "지금 협상을 시작한 2M은 시장점유율 28%로 세계 1, 2위 업체여서 현대상선이 채권단이나 정부 지원 없이 독자적으로 정상화될 수 있는 하나의 단초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한진해운에 대한 단 하나의 원칙은 자금 지원이 어렵다는 것이고 앞으로도 그 원칙이 무너지면 안 된다"며 "앞으로도 구조조정 회사들이 몇 곳 남아 있는데, 이 원칙이 무너지면 국민 혈세의 노출을 감당할 수 없게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한진해운은 현재 1조원의 부족자금 가운데 4000억원 가량의 대안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대우조선해양에 대해서도 "이미 지난해 4조3000억원을 지원했던 상황에서 지금은 추가 자금지원에 대해 언급될 시기가 아니다”라며 "구조조정에 대한 가장 기본적인 원칙은 국민 혈세를 아껴야 한다는 것이고, 이에 대해서는 매우 신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한국은행과 정부에서 추진 중인 자본확충펀드에 대한 부분 역시 말을 아꼈다. 이 회장은 "자본확충펀드는 현재 논의 중인 사안이기 때문에 필요자금에 대한 언급은 자칫 부담으로 들릴 가능성이 있다"며 다만 "참고로 지난 4월 말 산업은행의 BIS(국제결제은행 기준 자기자본)비율은 14.34%"라고 강조했다.
한편 이 회장은 "앞으로 대외소통을 강화해 무너진 대국민 신뢰 회복을 강화해 나갈 생각"이라며 "이와함께 임직원 윤리의식 확립과 사회적 책임문화 정착을 통한 사회공헌 활동을 통해 최선의 노력을 다해 나갈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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