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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렉시트를 왜 선택했는지 그들은 모른다


입력 2016.08.13 06:32 수정 2016.09.03 05:54        데스크 (desk@dailian.co.kr)

<자유경제스쿨>영국의 브렉시트 결정은 자신도 망치고 유럽도 망친 어리석은 결정

지난 24일(현지시각) 브렉시트가 확정된 가운데, 반대파들이 다우닝 스트리트에서 브렉시트를 주도한 보리스 존슨 런던시장에 대한 반대 시위를 벌이고 있다. ⓒ게티이미지코리아

자유주의자들 중에는 영국의 브렉시트 결정에 찬성하는 사람들이 많은 듯하다. 나도 스스로 자유주의자라고 생각하지만 브렉시트에 대해서는 다수의 자유주의자와 생각이 다르다. 현명한 선택이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런 점에서 전용덕 교수의 지난번 글 중 영국인들의 이민통제 욕구를 비판한 것에 동감한다.(필자주1)

유럽인들이 EU를 만들어낸 가장 큰 동인은 강대국이 되고 싶다는 꿈이라고 한다. ‘우리 유럽인들’끼리 힘을 합쳐 미국과 중국에 맞설 수 있는 강대국을 만들어내자는 것이다. 어리석지만 이해할만한 꿈이다. 어쩌면 상품과 사람과 자본의 이동에 장벽이 없는 단일 시장은 단일 국가를 형성하려다 보니 생겨난 부산물일 가능성이 크다. 특히 EU의 회원국들 중에는 사람, 특히 노동력의 이동에 대해서 불만인 곳이 많기 때문이다. 그런데 단일 국가의 탄생으로 인해 생겨난 부산물은 단일시장뿐만이 아니었다. 규제와 세금과 보조금이 매우 빠른 속도로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브렉시트에 찬성한 영국인은 크게 두 부류이다. 첫째는 저임금 노동자, 둘째는 노인들이다. 이들의 선택을 어떻게 봐야 할까? 저임금 노동자들이 원하는 것은 외국인 노동자들의 유입을 막는 것이다. 개인적 자유라는 입장에서 보면 지극히 단견이고 그 외국인 노동자를 고용하는 다른 영국인의 자유를 억압하는 선택이다. 또 영국으로 생산적 노동자가 유입되는 것을 막아서 이 나라의 경제에도 악영향을 줄 것이다. 전용덕 교수의 말대로 노동력 유입을 막기 위해 브렉시트를 택했다면 부당하고 어리석다.

한편 노인들이 브렉시트 지지를 통해 표출한 것은 대영제국에 대한 향수 같은 것이다. 그들은 독일인들이 주도하는 EU의 간섭을 받고 싶지 않은 것이다. 간섭을 받고 싶지 않아서 탈퇴하는 것은 적극 지지한다. 한편 대영제국의 영광을 되찾고 싶다는 소망에 대해 제3자가 판단할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나는 ‘대영제국,’ ‘강력한 유럽,’, 이런 것들이 어리석고 위험한 환상이라고 생각하지만 그렇다고 제3자가 막을 일은 아니다. 자유인에게는 어리석은 선택을 할 자유도 있으니까.

결론적으로 브렉시트를 선택한 영국인들의 의도 중에 EU 집행부의 간섭을 받고 싶지 않다는 것은 지지한다. 대영제국의 향수를 추구하는 것은 어리석지만 그들의 자유다. 그러나 외국 노동자의 이민을 막으려는 것은 어리석고 파괴적이다.

의도는 그렇다 하고 결과는 어떻게 될까? 이 답은 EU의 나머지 회원국들이 앞으로 영국을 어떻게 대하는가에 달렸다. 만약 EU가 영국을 스위스처럼 대한다면 나빠질 것은 없다. 스위스는 EU의 회원국이 아니어서 EU 집행부의 규제를 받지 않고 분담금도 내지 않는다. 그러나 교역은 자유롭게 한다. 만약 EU가 영국을 스위스처럼 대한다면 영국은 이전처럼 EU와 교역량을 유지하면서 동시에 중국 및 미국과도 자유무역을 할 수 있다. (EU는 아직도 미국 및 중국과 FTA를 체결하지 않고 있다.)

따라서 브렉시트로 인해 유럽 나라들끼리의 교역량은 줄어들지 않을 테지만 영국의 중국 및 미국과의 교역량은 증가시킬 것이다. 노동력 이동의 제약으로 유럽 경제에 어느 정도 타격이 있겠지만 그 효과보다는 영국-중국, 영국-미국 간 무역의 증가로 긍정적 효과가 더 클 가능성이 높다. 이렇게 된다면 브렉시트는 영국을 위해서도 세계 경제를 위해서도 잘한 결정으로 평가받을 것이다.

EU는 과연 영국을 스위스처럼 대하게 될까? 독일, 프랑스 등 나머지 회원국들이 이성적이라면 그러지 않을 이유가 없다. 영국은 독일과 프랑스에게 최대 교역국이다. 영국과의 무역이 줄어드는 것은 자신들에게도 타격이기 때문에 영국과의 자유무역을 유지하는 것이 자신들에게도 이익이다. 하지만 정치라는 것이 늘 합리적인 것은 아니어서 ‘너 죽고 나 죽자’ 식의 보복에 나설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그렇게 되면 영국도 EU도 모두 상처를 입는다. 어느 쪽이 실현될까? 세상 사람들, 특히 투자자들은 비관적인 쪽을 예상하고 있는 것 같다. 그렇기 때문에 유로의 가치, 주식가치가 크게 떨어졌을 것이다. 그 예상이 현실이 된다면 영국의 브렉시트 결정은 자신도 망치고 유럽도 망친 어리석은 결정으로 평가받게 될 것이다.

나도 다수의 투자자들처럼 후자의 가능성이 더 크다고 생각한다. 인간은 어리석은 감정의 동물이기 때문이다. 특히 정치의 영역에서는 더욱 어리석어 진다. 나는 이번 사태를 보면서 중국의 진나라가 생각났다. 진은 분열의 춘추전국 시대에 종지부를 찍고 천하를 통일했다. 통일 후 진의 황제가 폈던 정책은 개인적 자유의 억압 그 자체였다. 철저한 중앙집권 체제로 사람들을 옭아매서 통제의 대상으로 삼았다. 춘추전국시대의 특색이던 다양성은 여지없이 말살돼 버렸다. 분서갱유로 책을 태워 전 시대에 넘쳐나던 사상과 지식마저 묻어버렸다.

그러나 긍정적 측면도 있었다. 무엇보다 그는 전쟁을 끝냈다. 전쟁의 폭력만큼 자유를 억압하는 것도 없다. 진은 최소한 나라 간의 전쟁을 끝내서 자유의 폭을 넓혔다. 또 작은 나라들 사이의 국경을 없앰으로써 춘추전국시대에 서로 상대방을 향해 쌓아두었던 교역의 장벽들도 날려버렸다.

중국인들의 자유라는 관점에서 봤을 때 진시황의 통일은 진전이었다고 본다. 가혹한 폭정에도 불구하고 그렇다. 전쟁과 지역 장벽을 없앴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신라가 고구려 백제를 정복해서 통일한 것도 자유의 확대에 기여했다고 생각한다. 통일 후의 신라는 분명 그 이전에 비해서 관료제와 규제와 강해졌겠지만. EU에 대해서도 그렇게 봐야 하는 것 아닐까?

두 가지의 질문으로 글을 마치려한다. 영국이 EU에 머무르면서 이 체제의 자유화를 위해 노력했다면 어떤 세상을 만들 수 있었을까? 그쪽이 브렉시트보다 낫지 않았을까? 브렉시트를 선택함으로써 영국과 EU 양쪽 모두 서로를 향한 폐쇄적 쇄국의 장벽을 쌓기 시작한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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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전용덕, 브렉시트와 이민 통제 정책은 상호 모순적이다. 하이에크소사이어티 2016 칼럼/에세이, 2016년 7월 22일. https://www.hayek.or.kr:10443/essay_1.html?doc_num=200&fc=4

글/김정호 연세대 특임교수

데스크 기자 (des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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