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영화 성공하면 차기 은행장 구도도 달라지나
"과점주주들이 행장 선임"…매각까지 행장 '대행체제'될 듯
"민영화된 우리은행의 핵심은 지배구조다. 차기 행장 선임도 매각 이후 새롭게 선임되는 사외이사들을 중심으로 이루어질 예정이다."
우리은행 민영화가 가시화 되면서 차기 행장 선임 과정에도 변화의 바람이 예고됐다.
공적자금관리위원회는 22일 '우리은행 과점주주 매각방안'을 발표하며 과점주주들을 중심으로 이사회를 구성해 차기 행장을 선임할 것이라고 밝혔다.
즉, 지분 4% 이상을 매입한 투자자가 사외이사 추천권을 갖게 된다. 공자위는 지분매입에 따른 인센티브를 주기 위해 이 같은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과점주주들이 이사회 및 임원후보추천위원회를 통해 행장 선임 등에 참여할 수 있는 구조다.
현재 우리은행은 사내이사 4명(은행장, 부행장 2명, 감사 1명), 사외이사 6명, 비상무이사 1명 등 총 11명으로 구성됐다. 사외이사의 경우 4명은 내년 3월 임기만 되고, 2명은 2018년 3월까지다.
특히 이광구 우리은행장의 임기가 올해 12월까지지만 지분매각 일정을 고려하면 내년 이후 '대행체제'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매각 진행 속도에 따라 차기 행장 구도도 달라지는 셈이다.
윤창현 공자위 민간위원장은 "우리은행 매각 종료가 올 연말인 점을 감안하면 늦어도 내년 3월 새로운 행장이 결정 나게 된다"며 "매각이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경우 이광구 행장의 임기는 자동으로 연장된다"고 말했다.
윤 위원장은 이어 "(이 행장 임기 전에) 매각이 종료되면 새로 추천되는 임추위를 구성해 차기 행장을 뽑는데 영향력을 행사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손에 쥔 인사권 내려놓을까…또 다른 '주인없는 은행' 우려도
그동안 우리은행은 공기업인 예금보험공사가 지분 51%를 보유한 정부 소유의 은행으로 CEO 선임 과정에서 정부의 '입김'이 크게 작용해왔다. 현직인 이광구 행장도 취임 당시 '청와대 내정설'로 한 차례 홍역을 치렀다.
정부가 15년 넘게 은행 인사권을 쥐락펴락하면서 거듭되는 낙하산 인사 등으로 비효율이 쌓여 은행 경쟁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이는 투자자들의 구매의욕을 떨어뜨리는 핵심 요인이기도 했다. 공자위가 이번 매각 방안을 발표하며 "민영화 핵심은 지배구조"라고 강조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지난 2014년 우리은행 경영권 예비입찰에서 유효경쟁이 성사되지 못한 배경에도 '관치'가 끼어있었다. 당시 유력한 후보로 거론되던 교보생명이 입찰에 참여를 포기하고, 중국의 안방보험만 제안서를 제출하며 유효경쟁이 무산됐다. 시장에선 금융당국이 개인 대주주가 있는 금융사나 외국 자본이 인수할 경우 '통제가 어렵다'는 이유로 손사래를 쳤다는 얘기가 나돌았다.
정부입장에선 손 쥔 우리은행 인사권을 스스로 내려놓기가 아쉬울 수밖에 없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낙하산 공습을 해온 '달콤한 독약'이었다. 더욱이 현재 진행 중인 과점주주 매각 방식이 또 다른 '주인 없는 은행'을 만들어 정부의 입김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라는 우려도 여전하다.
이와 관련 윤 위원장은 "이번엔 임추위의 권한이 행장을 포함해 사외이사까지 선임하도록 하는 등 상당히 강하다"며 "이는 정부가 상당 부분 권한은 이양하겠다는 의지다. 믿고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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