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돌된 '아이돌 문화' 20년만에 뭐가 달라졌나
<김헌식의 문화 꼬기>지속가능한 고품격 컨텐츠 만들기 위한 혁신 절실
20년전 아이돌 문화는 비난과 폄하의 대상이었지만, 오늘날 그 인식과 시선이 많이 달라졌다. 아이돌 스타를 좋아하면, 몰지각하거나 의식없는 아이들이나 좋아하는 것으로 생각되었으나 대학교 축제에 어떤 아이돌이 섭외되는가에 따라 학교 명성이 좌우되는 시대가 되었다. 아이돌을 좋아하는 이들은 단지 학생만이 아니라 젊은 성인만이 아니라 중장년으로 확장되고 아저씨 팬들도 많아졌으며 그것을 대놓고 드러내도 된다.
팬클럽은 한층 조직적, 체계적이 되었고, 스타에 대해 한정된 것이 아니라 사회 공헌활동의 중심축이 되었다. 무엇보다 한류의 원동력이 되었다. 기본적으로 아이돌 그룹은 기획단계부터 국내만이 아니라 해외를 지향하며 만들어지고 있다. 한류현상은 기본적으로 아이돌을 문화를 배제하고는 생각할 수 없다. 한류가 팝 컬처이고 그것의 핵심에 아이돌 음악이 있기 때문이다. 이때문에 예전에는 아이돌그룹의 일원이 되겠다는 자녀가 있을 경우, 부모들이 절대적으로 반대했지만, 오히려 오늘날에는 적극 지원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또한 대학에서는 실용음악과가 높은 경쟁률을 기록하고 있다.
그렇다면, 왜 이렇게 바뀐 것일까. 아이돌 문화가 무시와 폄하의 대상에서 벗어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산업적인 차원에서 성공했기 때문이다. 그 중심에는 기획사들이 있었다. 한류 현상은 자연발생적이라기보다는 이들이 만들어 낸 것이고, 그것은 철저한 수익을 위한 음악 활동이었다. 서태지와 아이들 이후에 체계적인 기획형 아이돌이 탄생하게 되었고, SM, DSP, YG, JYP 등은 이를 견인한 대표적인 기획사로 꼽히고 있다.
문화 교류 이전에 이들은 수익을 낼 수 있는 대중적인 음악을 만드는데 집중해 왔다. 철저히 비즈니스를 지향하기 때문에 주식시장에도 상장을 했다. 주식 가격을 유지하거나 높이기 위해서는 그때그때 아이돌을 런칭 시키기거나 그들의 앨범, 콘서트, 프로모션, 팬미팅 등의 활동들을 벌여야 한다. 각 기획사나 그 소속의 아이돌들은 나름의 비즈니스 모델에 따라서 정체성을 갖게 된다.
이러한 속성 때문에 아이돌 음악은 다른 음악들과 색깔이 구분된다. 영상시대에 부합하는 것을 넘어 세계 시장에서는 문화 할인율을 줄이는 방안을 추구해야 했다. 그래서 일단 비주얼 중심의 군무 댄스가 기본이 되었다. 그것이 인터넷 SNS 환경에 맞기도 했다. 하지만, 중심은 댄스 뮤직이라고 해도 그 안에는 다변화를 꾀하기 시작했다. 음악 상품화의 성격도 바뀌었다. 단지 대중적인 통속 음악만을 상품화시키는 것이 아니라 인디 음악이나 사회적 가치를 지향하는 음악들도 적극적으로 포함되었다.
그렇기 때문에 모든 음악을 블랙혹처럼 빨아들이는 기획사 음악 아이돌의 외연은 넓어졌다. JYP는 인디음악을 하는 이들의 대부분은 기본이 안되어있다는 극단적인 발언을 하기도 했다. 모든 음악이 기획사 아이돌 음악으로 수렴하는 이른바 깔대기 현상도 이제는 별다를 게 없어 보이는 것이다.
아이돌 문화는 지대 추구 문화로 한국사회의 문화적 풍토를 바뀌었다. 전문적인 음악 장인들을 우선하기 보다는 대중적인 인지도를 높이는 것이 중요하고 그것을 통해서 수익을 다변화하는 셀럽 문화를 확산시켰다. 그 단적인 현상 가운데 하나가 아이돌 출신들이 노래만 부르는 것이 아니라 드라마와 영화, 예능 스타로 거듭나는 것이다. 심지어 화가나 공연계의 블루칩이 되기도 한다.
자신의 명성을 기반으로 비즈니스 리더가 되기도 한다. 이제 아이돌은 하나의 셀럽으로 사회의 영향력 있는 인사가 되는 것이다. 물론 그 과정에서 음악에 대한 열정과 관심이 식는 것은 별스럽지 않게 되었다. 아이돌 그룹은 언제든 해체되기 일쑤이고, 팬클럽 회원들은 이리저리 옮겨다니며 충성심 같은 것은 배제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음악은 획일적이 되었다. 철저하게 수익을 위한 음악에 복무해야 했기 때문이다. 음악적 다양성이 튼실하게 확보되어야 하지만 갈수록 얕아지고 있다. 특히, 방송사 오디션 프로까지 장악을 하면서 모든 음악적 기준이 기획사의 취향과 선택에 맞춰지고 있다. 역설적으로 한류 현상은 이를 더욱 심화시켰다.
한류 현상이 없었다면, 아이돌이 국내 음악이나 방송 등 콘텐츠 시작을 이렇게까지 좌우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이런 지배 현상 때문에 소외된 이들이 결집된 것이 복고 취향의 음악이라고 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개성적인 뮤지션과 음악이라고 할 수 있지만, 불행하게도 이러한 고밀집도의 네트워크 사회인 한국에서는 아이돌 코드가 강성일 경우 이와 반대로 움직이게 된다는 점이다.
모든 것은 화무십일홍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특정 몇몇이 좌지우지 하는 창작 환경은 오래갈 수가 없다. 그것이 아이돌이 20년을 지나 앞으로 20년을 바라볼 때 여전히 우려되는 점이다. 그동안 청춘들이 부당하더라도 자신들의 고통과 애환을 담보로 만들어 놓은 결과가 아이돌 음악 문화이다. 그러나 앞으로 그런 고통의 인내만으로 될 수 있을까. 일본의 음악이 무너진 이유이기도 하다.
그것은 아이돌 음악 문화만이 아니라 우리나라의 콘텐츠에 모두 해당이 된다. 기획사형 아이돌 문화는 단기 성장 모델이다. 처음에는 급속하게 성장을 하여 결과를 내지만, 그것은 쉽게 가용자원을 쓰고 소진할 수 있다. 이제는 고품격의 창조적 콘텐츠가 되려면 자생과 자율의 창작적 존재들을 많이 잉태할 수 있는 플랫폼 환경을 지향해야 한다. 이에 따라 아이돌 문화는 물론 우리 음악의 미래도 좌우될 것이다. 거꾸로 한류 현상이 소강상태가 되어야 우리나라 음악은 혁신을 꾀하게 될 수 있다.
글/김헌식 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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