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수당 수혜자가 적어 낸 '황당' 목표?…'힐링 여행'

서울시 “시범사업이라서…문제점 보완해 선정기준에 참고하겠다”

서울시 청년활동지원사업(청년수당) 대상자 중 ‘힐링여행’, ‘좋은 사람 만나기’와 같이 취업과 관계없는 활동 목표를 제출한 사례가 있는 것으로 밝혀져 논란이다.(자료사진)ⓒ데일리안 홍효식 기자

서울시 “시범사업이라서…문제점 보완해 선정기준에 참고하겠다”

서울시 청년활동지원사업(청년수당) 대상자 중 연봉 2억원 이상 고소득 가정 출신이 있는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된 가운데 '힐링여행' 등 부적절한 활동 목표를 제출한 일부 청년에게도 수당을 제공한 것으로 드러났다.

8일 서울시의회 이숙자(새누리 서초2) 의원실로부터 입수한 ‘청년활동지원사업 대상자 현황’에 따르면 활동목표로 힐링 여행, 좋은 사람 만나기와 같은 부적절한 목표부터 2016년 내 취업과 같은 모호한 목표를 제출하고도 수혜자로 선정된 사람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관악구에 거주하는 A 씨(24)의 활동 목표는 ‘자동차 2종 면허취득과 외국어 배우기 그리고 힐링 여행 떠나보기’다. 전적으로 취업을 위한 계획이라고 하기 어려운 목표임에도 청년수당 수혜자로 선정됐다.

서대문구에 거주하는 B 씨(28)의 활동 목표는 ‘좋은 사람 만나고 떳떳한 일 하고 살자’이다. 지자체의 세금을 지원 받아 취업 준비를 하는 계획으로 취업과 관련 없는 목표나 '떳떳한 일'과 같은 모호한 표현을 사용했으나 역시 대상자로 채택됐다.

이외에도 ‘올해 꼭 취업하기’, ‘무엇이든 하고 싶다’ 와 같이 구체적인 실행 계획이 없는 목표를 내세운 사례도 수혜자로 선정됐다.

부적절한 활동 목표에도 수혜자로 채택된 사례뿐만 아니라 보험료로 추정할 수 있는 소득이 상당함에도 청년수당 대상자로 선정된 사례도 있었다. 청년수당 수혜자의 부양자가 내는 월평균 건강보험료(지역·직장가입자)가 18만원이 넘는 인원이 114명에 달했다.

성북구에 거주하는 A 씨(26)는 지역가입자인 부양자의 건강보험료가 170만 원이다. A 씨의 미취업 기간은 48개월이며, 활동목표는 이번 계기로 자신을 돌아보고 자기 이해를 통해 취업하는 것이다.

송파구에 거주하는 B 씨(27)는 지역가입자인 부양자의 건강보험료는 116만690원, 중랑구에 거주하는 C 씨(28)는 108만2940원이다. 미취업 기간은 각각 47개월, 67개월이다. 이들 부양자의 부동산 등 자산과 소득은 최상위 수준으로 추정된다.

부양자가 직장가입자인 사례로는 동작구에 거주하는 D 씨(27)의 부양자가 내는 건강보험료는 53만9160원이고, 강북구에 거주하는 E 씨(25) 부양자의 건강보험료는 53만2440원이다. 이들 월평균 건강보험료를 역산했을 때 연소득은 2억원이 넘는 수준으로 추정된다.

이에 대해 서울시 측은 “청년수당은 가구소득 50%, 미취업기간 50%, 부양가족 12%(가산점) 등을 기준으로 선정했다”며 “소득 상위 1000명의 평균 미취업기간은 54개월(4.5년)으로 장기미취업자인 경우에는 미취업기간에서 고득점을 받아 선정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청년수당 선정자의 평균 건강보험료 납부액은 지역가입자 5만1469원, 직장가입자 5만2422원이며, 이는 각각 월소득 210만원(지역), 170만원(직장)으로 환산된다”며 “대부분이 중·상류층이라는 보도내용은 사실이 아니다”고 해명했다.

덧붙여 “이번 청년수당이 시범사업이었기에 제기된 문제점을 보완해 선정기준을 바로잡는 계기로 삼고자 한다”며 “일부 사례로 대다수 어려운 처지에 있는 청년들의 사정이나 청년수당의 당초 취지가 퇴색되지 않을 수 있도록 문제를 보완하고 해결해나가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