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지하철 '여성배려칸' 공식 운영…성차별 논란 불거지나?
성차별 등 논란 소지 여전…서울·대전·대구·광주 도입 여부에 "계획 없다"
부산교통공사 "성범죄예방은 부수적…강제 아닌 권고사항"
성차별 등 논란 소지 여전…서울·대전·대구·광주 도입 여부에 "계획 없다"
부산교통공사 "성범죄예방은 부수적…강제 아닌 권고사항"
부산지하철에서 ‘여성배려칸’이 정식으로 운영된다. 과거 서울과 대구 등 일부 지역 지하철에서 여성칸을 도입하려는 움직임이 있었지만, 본격적으로 사업이 시행되는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다.
그러나 여전히 성차별 등을 이유로 ‘여성배려칸’ 도입을 반대하는 여론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 부산을 제외한 타 지역 지하철공사 측은 해당 사업이 논란의 소지가 있을 뿐만 아니라 지하철 이용환경도 달라 이를 적용하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앞서 20일 부산교통공사는 오는 22일부터 부산도시철도 1호선에서 ‘여성배려칸’을 본격 운영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6월 22일부터 3개월간 여성배려칸을 시범 운영해온 공사는 지하철 이용 고객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 결과, 여성배려칸 도입에 찬성하는 비율이 높게 나타나 정식 운영을 결정하게 됐다는 입장이다.
공사가 부산지역의 한 여론조사 전문기관에 의뢰해 8월 22일부터 9월 5일까지 15일간 이용객 2000명에 대해 대면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에 따르면 여성배려칸에 찬성하는 응답자는 총 1171명(58.5%)으로, 반대 의사를 내비친 829명(41.4%)에 비해 많았다.
그러나 성별 간 여성배려칸 운영에 대한 입장차가 드러나 여전히 논란의 여지는 남아있는 상황이다. 실제 이번 조사에서 여성 이용객의 70.6%가 찬성한다는 입장이었지만, 남성 이용객의 경우에는 46.5%만이 찬성한다고 밝혀 여성배려칸 운영에 부정적인 의견이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21일 부산교통공사 홈페이지 ‘고객의 소리’ 게시판에는 여성배려칸 운영에 반대하는 글이 여럿 올라와있다.
김모 씨는 “성차별적 요소가 담겨있는 여성배려칸 운영을 반대한다”며 일반여성을 포함해 어린이·청소년·임산부·장애인·노약자·영유아동반 고객 등을 위한 ‘교통약자배려칸’ 으로 변경해줄 것을 요구했고, 유모 씨는 “여성배려칸이 진정 여성들을 배려하기보다 오히려 남녀간의 성갈등을 조장하기 위한 수단으로까지 보여진다”며 반발했다.
이에 공사 측은 21일 ‘데일리안’에 “실제 현장에 나가보면 취지에 공감하는 분들이 상당히 많아 시행하게 됐다”며 “다만 불만에 대해서는 지속적으로 설득과 홍보를 통해 반대여론을 극복할 수 있도록 노력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공사 관계자는 “여성배려칸의 주목적은 출퇴근시간 영유아 동반여성이나 임산부가 편리하게 도시철도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고, 성범죄예방은 부수적인 목적”이라며 “이는 강제가 아닌 권고사항으로, 여성이 아닌 분들을 쫓아낸다는 것이 아니라 이용자제 등 적극적인 협조를 부탁드리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부산을 제외한 서울·대전·대구·광주 지역의 지하철 공사는 현재 여성배려칸 도입에 미온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논란의 소지가 많은데다 부산과 비교해 지하철 이용 환경이 달라 별도 운영 계획은 갖고 있지 않다는 설명이다.
서울지역의 지하철 운영기관인 서울메트로와 서울도시철도는 이날 본보에 “(여성칸 도입에 대한)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양 기관은 각각 2007년과 2011년에 여성칸 도입을 시도한 바 있지만 당시 성차별에 대한 지적 등 반대 여론이 거세 구체적 실행에 옮기지는 못했다.
대구도시철도공사 역시 지난 2012년에 여성칸을 운영하려는 시도를 보였다. 그러나 당시 대구도시철도공사가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80%이상이 ‘반대’ 의사를 표해 도입하지 않는 방향으로 선회했다. 다만 대구도시철도공사 측은 향후 필요성에 대한 지역 여론을 파악해 도입 여부를 검토할 가능성이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밖에 대전과 광주 지역 도시철도공사는 지하철 혼잡도가 부산 등 타 지역에 비해 높지 않은데다 열차 칸(량) 수도 적어 여성칸 운영 필요성이 상대적으로 크지 않다고 설명했다.
광주도시철도공사 관계자는 “종전에 여성칸 도입을 내부적으로 논의한 바 있지만, 다른 지역에 비해 지하철 혼잡도가 높지 않고 열차도 4량밖에 되지 않는 점 등 광주 지역의 특성과 내외환경을 검토해 아직은 도입할만하지 않다는 판단을 내렸다”며 “현재 도입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대전도시철도공사 관계자 역시 “부산처럼 열차 량이 많으면 한 량을 배려칸으로 지정하는 것도 고려할 수 있겠지만, 대전의 경우에는 열차가 4량 밖에 안 돼 여성배려칸을 만들면 오히려 다른 쪽으로 혼잡도가 쏠린다”며 “아직 검토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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