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술 혼밥 혼창 혼행 혼캠은 정말 낭만적인가
<김헌식의 문화 꼬기>만성화된 싱글의 삶을 낭만과 현실에서 분리하기
혼밥, 혼술, 혼창(혼자 노래부르기), 혼영(혼자 영화보기), 혼행(혼자 여행하기), 혼캠(혼자 캠핑), 혼놀(혼자놀기), 혼클(혼자 클럽 가기)등 ‘혼’족이 여러 문화현상을 만들어내는 것으로 매체가 연일 장식하고 있다. 혼자 고기를 구워먹을 수 있다는 식당은 눈길을 끌기에 충분했고 최근에는 공개적으로 혼자 술을 먹는 것을 금기시했던 음주문화와는 달리 혼술을 매우 긍정적으로 비추는 드라마 ‘혼술남녀’까지 선을 보이고 있다.
‘나혼자 산다’에 이어, ‘조용한 식사’, '8시에 만나' 등 1인 가구를 겨냥한 예능 프로그램은 여럿 생겨나고 있고 앞으로도 증가할 것으로 보여지고 있다. 이렇게 나홀로족의 스타일이 부각되는 이유는 한국 사회가 집단주의 문화가 강했기 때문에 개인들의 삶이 제대로 인정을 못 받았던 면이 반대로 반영된 현상으로 짐작되고 있다.
혼자 삶을 영위하는 이들은 정상이 아니거나 문제가 있는 사람으로 여겨졌던 것과는 다른 점이다. 초기에는 저항문화로 시작되었던 나홀로 라이프 스타일이 이제는 하나의 대세 트렌드로 취급받고 있다. 당연히 이렇게 되었을 때 새로운 상품과 서비스의 파생화가 일어나고 비즈니스 영역이 팽창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누가 더 주목하고 있는지 알 수가 있다.
물론 이는 1인 가족이 늘어나는 현상과 맞물려 있다. 지난해 1인 가구는 520만3천 가구로 2010년보다 3.3%증가했다. 2000년에 비하면 두배 늘었다. 앞으로도 더 증가할 것은 누구나 예측한다. 누가 인위적으로 부각하는 문제는 아닐 것이다. 다만, 치유의 식사이자 술이라는 이름을 넘어서 자신을 위해 혼밥이나 혼술은 낭만적이고 환상적이게 느껴지게도 만든다.
물론 현실은 그렇게 할 수밖에 없는 사회구조적인 측면이 있다. 혼자 밥을 먹을 수밖에 없고 혼자 술을 먹거나 영화, 영화를 볼 수밖에 없다. 주로 이런 낭만적인 면이 강조되는 대상은 젊은 세대라는 것을 볼 수 있다. 그것은 일단 취향의 관점에서 기성세대와 다른 면을 자신의 삶의 정체성으로 삼는 것이라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왜냐하면, 기성세대는 집단주의 조직적인 가치관이나 라이프 스타일을 우선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기성세대에 나홀로적이 없던 것이 아니며, 오히려 나홀로 스타일 때문에 긍정적이지만은 아닌 삶을 경험해야 한다. 기러기아빠, 돌싱, 독거노인이 여기에 해당한다.
그렇다면 혼밥, 혼술은 긍정적이지 않은 점이 있음도 지적해야 할 것이다. 물론 브라이언 원싱크 미국 코넬대 식품브랜드연구소 박사 연구팀이 혼밥이 건강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온전히 자신만의 식사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혼밥을 하는 이들은 대부분 매우 짧은 시간에 밥을 먹는다. 10명 중 7명이 15분 내에 먹는 것은 시간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간단히 먹는 식사를 선호하고 경제적인 여유가 없는 젊은층들은 주로 인스턴트식품을 섭취할 수밖에 없다. 식사시간이 빠르면 포만감을 늦게 느끼게 되므로 식사를 많이 하게 된다. 인스턴트에 짧은 식사시간은 비만을 불러일으키기 쉽다.
더구나 혼자 지내는 이들은 쉽게 바닥에 눕기 쉽다. 그럴수록 역류성 식도염에 걸린다. 무엇보다 밤 야식은 더욱 이를 부채질 한다. 2015년 가천대의 연구팀의 조사에 따르면 대학생들은 나 홀로 식사의 문제점으로 ‘식사를 대충 때운다’(36.1%), ‘인스턴트식품을 주로 먹는다’(19.1%), ‘빨리 먹는다’(13.3%), ‘식사시간이 즐겁지 않다’(12.9%), ‘많이 먹는다’(12.8%) 등을 꼽았다.
항상 혼자서 밥을 먹는 등 고립된 생활을 하는 젊은층은 염증이나 조직손상 여부를 나타내는 C-반응성 단백질(CRP) 수치가 높아진다는 미국 노스캐롤라이나대학 연구팀의 발표도 있었다. 다른 사람과 소통이나 사회적 유대가 없을 경우 고혈압, 당뇨병, 심장병 등 각종 질환을 앓을 위험이 높았는데 이유는 스트레스 호르몬에 긴 시간 노출되기 때문이었다. 또한 이 연구에서 눈길을 끄는 점은 사망을 더할 확률이 50%이상 증가한다는 것이었다.
이러한 나홀로 식사에 대비되는 사례는 워렌 버핏이다. 워렌 버핏의 식사는 40억 원이고 식사 시간은 3시간이며 7명까지 대동이 가능하다. 식사만이 아니라 투자 철학을 포함한 다양한 이야기를 나눌 수가 있다. 물론 이는 비즈니스 차원에서 접근하는 것이기는 하지만, 식사가 가지고 있는 사회적 효과는 물론 개인적인 측면의 지향점을 알 수 있다. 온전히 자기만을 위한 식사라고는 할 수 없다. 하지만 온전히 자기만을 위한 식사는 간혹이면 충분하며 이는 많은 이들에게 많이 이뤄지고 있다.
2016년 4월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우울 의심률 항목에서 1인 가구는 27.2%로 다인가구 8.8%보다 3배가 넘었다. 혼자 사는 중년(40-64세)의 만성질환감염률은 64.8%로 다인 가구 44.0% 보다 높았다. 청년들(20-39세)이 혼자 살 때 술과 담배가 더 많이 했다. 청년층 1인 가구의 흡연율은 32.9%로 다인 가구 19.3%)보다 크게 높았다.
음주율은 82.1%로 다인 가구 음주율 67.9%보다 빈번했다. 즉, 혼자 살수록 술이나 담배를 많이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남의 눈치를 볼 필요가 없는 측면을 원인으로 꼽을 수가 있을 것이다. 남의 눈치나 신경을 쓰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술과 담배를 많이 하게 되는데 이는 건강에 당연히 별로 좋지 않다. 청년 시기에 이런 술이나 담배에 많이 노출될수록 중년이후에 만성질환에 시달릴 가능성이 많아지는 것이다.
혼자 마시는 술은 알콜 중독으로 이어지기 쉽다. 가톨릭대 알코올의존치료센터에 따르면 5년 동안 알코올 의존 상담환자를 조사한 결과 75.4%가 ‘평소 혼자 술 마시는 것을 즐겨한다’고 응답했다. 혼자 술을 마시면 빨리 마시게 되고 빨리 취하게 된다. 제지하는 사람이 없으므로 많이 마시고 필름이 끊기는 일이 빨리 오게 된다. 한 알콜전문병원의 조사에 따르면 골드 미스들이 남자들보다 더 많이 혼자 술을 마시는 것으로 나타났다. 당연히 이렇게 빈번하게 혼자 술을 마시는 횟수가 늘어날수록 알콜중독에 노출되는 것을 의미한다.
혼자만의 라이프 스타일의 부정적인 점에 관한 연구는 항상 경고를 해왔다. ‘신경학/신경외과학·정신의학 저널’(Journal of Neurology, Neurosurgery and Psychiatry)의 연구에서는 싱글족은 치매에 걸릴 가능성이 70-80% 더 높았다. 고독을 느끼는 사람들은 인지적 문제의 유발 가능성이 2.5 배 더 높았다. ‘미국 국립 과학 아카데미’(National Academy of Sciences)의 연구에 따르면 '인지된 고립감‘이 조기사망의 위험을 14% 증가시켰다.
’소비자 조사 저널‘(Journal of Consumer Research)'의 연구에 따르면 혼자 외롭게 사는 이들은 새로운 물건에 집착적인 소비 행태를 보인다고 한다. 그렇다면 혼자 외롭게 사는 이들이 많아질수록 상품을 파는 이들은 좋을 수밖에 없는 셈이다. 2015년 7월,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보고서에 따르면 1인 가구의 미혼 거주자들은 사회적, 심리적, 재정적, 건강상 위험이 발생했을 때 마땅히 도움을 청할 때가 없었다.
그러하다면 이러한 지적에도 불구하고 싱글가구가 늘어나고 그들의 라이프 스타일에 대한 장밋빛 조명이 많은 것은 무엇일까. 한편으로는 그것이 갖는 상품성이나 비즈니스 맥락에서 강화되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어쩌면 어쩔 수 없이 1인가구로 살아갈 수밖에 없는 사람들에게 일종의 마취제로 작용하는 것은 아닐까. 혼자 즐기는 술과 밥 그리고 영화보기와 여행, 캠핑이 문화지체나 배제자가 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유행트렌드의 선도자라는 점으로 인식하지 않고서는 그 삶을 견디기 힘들기 때문에 합리화주고 있는 지도 모른다.
하지만, 뽕을 맞는다는 것은 일시적이며 그것은 분명 나중에 대가를 치르게 만든다. < 혼자 있는 시간의 힘 >의 저자 사이토 다카시는 혼자 있는 시간이 자신의 창조성은 물론 내적인 단단함을 준다고 했다. 하지만 언제나 혼자 있는 사람들의 삶이 그렇게 밝지만은 않다. 사람들 속에서 간간이 자신의 시간을 찾는 여유를 갖는 수준에 머무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관계속에서 쉼으로 존재하는 혼자만의 시간을 찾는 것과 만성화된 싱글의 삶을 낭만과 현실의 관점에서 분리하는 것이 모든 이들에게 정신적 물리적 건강에 더 좋을 것이다.
글/김헌식 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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