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영화제, 성장통 딛고 재도약할까
개최 여부 불투명하다 6일 개최
행사 축소 등 '분위기 다운'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제21회 부산국제영화제(BIFF)가 성장통을 딛고 오는 6일 개막한다. 부산국제영화제는 영화 '다이빙벨' 상영을 놓고 부산시와 영화제 측의 갈등으로 지난 2년간 몸살을 앓았다. 올해 행사 진행 여부조차 불투명했으나 영화제 측이 영화 선정 독립성·자율성 보장 정관개정안을 의결하고, 민간 이사회 체제로 새롭게 출범하면서 개막 준비에 돌입했다.
우여곡절 끝에 영화제는 열리지만 영화제 여정은 순탄치만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영화감독조합, 한국영화프로듀서조합, 한국영화촬영감독조합, 전국영화산업노동조합 등이 보이콧 방침을 고수하고 있기 때문. 이들 단체는 "영화제 보이콧 방침은 그대로 유지하지만 개인 자격의 비공식 참석은 선택에 맡긴다"는 입장이다.
부산영화제 측은 논란을 딛고 재도약하자는 뜻을 공식 트레일러에 담았다. 트레일러의 콘셉트인 소나무는 자율성과 독립성 보장을 위해 영화제를 지지해준 세계 영화인과 관객들의 마음을 모아 시간이 지나도 굳건히 자리를 지키겠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어둠 속에서도 밝게 빛나는 소나무의 푸름은 지난 성장통에 대처하는 영화제의 꿋꿋한 자세를 보여준다고 영화제 측은 설명했다. 또 어떤 상황에서도 늘 푸른 모습을 간직하는 선비의 절개에 비유되는 소나무에 영화제를 성공적으로 개최하겠다는 의지를 담았다.
여러 우려가 있지만 어찌 됐든 영화제는 예정대로 관객들을 만난다. 올해 초청작은 69개국에서 온 299편으로 예년 수준이다. 이 중 세계 최초(월드프리미어) 및 자국 외 최초(인터내셔널프리미어) 상영은 122편에 달한다. 개막작은 장률 감독의 '춘몽', 폐막작은 후세인 하산 감독의 '검은 바람'이다.
주목할 만한 작품
개막작인 '춘몽'은 작은 술집을 운영하면서 전신마비 아버지를 둔 젊은 여자(한예리)와 주변의 세 남자 이야기를 그렸다. 양익준·박정범·윤종빈 등 감독이 남자 주인공 3인방으로 등장한다. 개막작으로 한국 작품이 선정된 건 2011년 '오직 그대만' 이후 5년 만이다.
인터내셔널 프리미어로 공개되는 이라크의 '검은 바람'은 폐막을 장식한다. 지고지순한 사랑과 전통적 가치관, 종교관 사이의 갈등과 충돌을 그린 작품이다.
부산영화제는 세계 3대 영화제 수상 작품을 개봉 전 미리 만날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기도 하다. 올해 칸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영국 켄 로치 감독의 '나, 다니엘 블레이크', 심사위원상을 받은 자비에 돌란의 '단지 세상의 끝', 감독상을 받은 올리비에 아사야스의 '퍼스널 쇼퍼' 등이 극장에 걸린다.
베를린 영화제 심사위원 대상 수상작인 보스니아 다니스 타노비치 감독의 '사라예보의 죽음'도 놓칠 수 없다. 베니스영화제 작품으로는 남·녀주연상을 수상한 아르헨티나 마리아노 콘·가스통 듀프랫 감독의 '우등시민'과 미국 데미언 차젤레 감독의 '라라랜드'가 포진돼 있다.
국내에서도 인기가 높은 일본 배우 오다기리 조 주연의 '오버 더 펜스'도 공개된다.
부산국제영화제는 올해 '표현의 자유'라는 가치를 높이기 위해 두 편의 영화를 특별상영한다. 이란에서 종교 문제로 오랫동안 상영이 금지됐던 '자얀데루드의 밤'과 '순례길에서 생긴 일'이다.
부산을 찾는 스타들
스크린 속 스타와의 만남은 매년 부산영화제를 즐기는 또 하나의 재미가 된다. 올해도 스타들이 부산을 찾을 예정이지만 예년 수준에는 미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영화 '감시자들'(2013)에서 호흡을 맞춘 설경구과 한효주가 개막식 사회를, 김민종과 최여진이 폐막식 사회를 각각 맡는다. 조민수와 김의성은 '올해의 배우상' 심사위원으로 나선다.
최근 개봉한 '아수라'의 정우성·황정민·주지훈·곽도원·정만식 등은 8일 야외무대에서 관객들과 만난다. 한국영화기자협회와 함께하는 '오픈토크'에는 손예진, 윤여정, 이병헌이 출연한다.
해외 스타들도 눈에 띈다. 음악영화 '위플래쉬'에서 신들린 연기력을 뽐낸 마일스 텔러와 '다크 나이트'에서 하비 덴트 역을 맡은 에런 에크하트가 처음으로 방한한다. 이들은 갈라 프레젠테이션 부문 초청작인 '블리드 포 디스' GV에 참석할 예정이다. 다르덴 형제의 '더 차일드'에 출연한 벨기에 출신 데보라 프랑수아도 영화 '독살천사'로 한국을 처음 방문한다.
가까운 일본에서는 국내에서 친숙한 오다기리 조가 '오버 더 펜스'로 3년 만에 부산 땅을 밟는다. 2014년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식 사회자로 참여한 바 있는 배우 와타나베 켄은 '분노'를 들고 한국 관객 앞에 선다. 올 상반기 화제작 '곡성'에서 외지인으로 분해 강렬한 인상을 준 쿠니무라 준도 부산을 찾는다.
유명 감독들도 부산을 찾아 영화제를 빛낸다. 일본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 대만 허우샤오셴, 한국 이창동 감독이 특별대담에 참석해 아시아 영화의 연대를 논한다.
행사 축소·논란 지속
올해 부산영화제에서는 CJ E&M, 쇼박스, 롯데엔터테인먼트, NEW 등 국내 대표 투자배급사들이 진행해왔던 파티를 볼 수 없을 전망이다. 김영란법(부정 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시행과 영화제를 둘러싼 각종 논란 탓에 배급사들이 '배급사의 밤' 행사를 열지 않을 예정인 것.
이들 배급사는 영화제 기간 동안 영화인 및 관계자, 미디어를 대상으로 '배급사의 밤'을 열어 신작 라인업을 발표해왔다. 이 자리에서 많은 영화인이 참석해 상호 교류를 하곤 했는데 이런 자리가 없어지면서 '축제' 분위기가 다운될 것으로 보인다.
'다이빙벨'로 촉발된 논란도 여전히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오는 9일 열릴 '갑론을박'에서는 BIFF 사태와 관련해 국내외 영화인들이 본격적인 설전을 벌일 예정이며, 관객들이 직접 토론에 참여할 수 있는 시간도 마련된다.
12일 열리는 '위기의 문화'에서는 BIFF 사태를 통해 한국문화사회가 처한 상황을 진단하고, 이에 문화담론이 어떻게 개입할 수 있는지 그 방향을 모색하는 학술 세미나로 꾸며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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