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히 참혹 북 인권…90년대는 '생명권' 2000년대는?
NKDB 향후 10년 비전 선포 "감시기구 설립·기록 유네스코 등재 추진"
1990년대와 비교해 2000년대 북한에서 북한 주민들을 대상으로 한 불법체포 및 구금 등 자유권 침해 사례와 강제 이주·소환 등 주거권 침해 사건이 급격히 증가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이 같은 북한 주민의 인권 침해 사례를 향후 정례적으로 감시하고 문제 해결을 유도할 기구 설립의 필요성이 제기됐다.
북한인권정보센터(NKDB)는 10일 오후 서울 중구 한국 프레스센터에서 북한인권백서 발간 10주년 기념행사 '지난 10년과 앞으로의 10년'이라는 제하의 세미나를 개최했다. NKDB는 이날 세미나에서 지난 10년간의 북한 인권 침해 사례와 관련한 탈북자 증언, 문헌, 사진 및 영상물 등 증거자료를 분석한 결과를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1990년대와 2000년대 북한에서 발생한 인권 침해 사건 유형은 특징적인 차이를 보이고 있다. 1990년대에는 북한 주민의 생명권과 생존권, 건강권, 교육권에 대한 권리 침해 수준이 많이 발생한 반면, 2000년대 들어서는 개인의 자유권과 이주 및 주거권, 피의자와 구금자의 권리 침해 발생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났다.
특히 2000년대에는 피의자와 구금자의 권리 침해 사례가 1990년대에 5.6배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이주 및 주거권은 4.6배, 개인의 존엄성 및 자유권은 4배 증가했다.
1990년대 '고난의 행군' 시기에 북한 주민의 생존권과, 교육권, 건강권 침해 사건이 집중된 데 비해 2000년대 이 같은 권리가 개선되고 있는 것은 북한이 경제적 어려움에서 벗어나 시장을 통한 식량과 필수 생활용품 구입이 용이해졌음을 보여준다고 NKDB 측은 분석했다.
그러나 ‘고난의 행군’을 마친 2000년대 들어서는 불법체포와 불법구금, 고문 및 폭행 등의 자유권 침해 사례가 강화된 것으로 조사됐다. 아울러 1990년대 후반 중국으로 건너간 대규모의 탈북자가 강제송환 되면서 이주 및 주거권 침해 규모가 급격히 증가했다. 중국의 탈북자 강제송환 정책이 2000년대 강력하게 추진된 데다 북한 당국 역시 탈북자의 잔여가족을 처벌할 목적으로 강제추방(강제이주) 정책을 실시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이 같은 상황을 반영하듯 실제 1990년대와 2000년대 사건 발생원인(죄명)은 각기 다른 형태를 띤 것으로 파악됐다. 1990년대는 경제난과 식량부족 상황을 반영해 형사범이 가장 큰 비율을 차지했으나, 2000년대는 탈북자의 대규모 발생과 강제송환으로 국경관리범죄가 1순위를 차지했다.
임순희 NKDB 실장은 "국경관리범죄는 90년대 고난의 행군 당시 식량난 때문에 탈북하게 되면서 중국에서 강제송환을 당해 생겨난 문제"라며 "NKDB 데이터베이스에 등록된 전체 사건의 발생원인 중 국경관리범죄의 비율이 38.4%로 가장 높은데, 이는 북한 당국이 탈북에 강력하게 대응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현재 민간단체에서 진행하고 있는 대북 라디오 방송과 USB를 통한 외부정보 유입 활동이 지속돼야 하는 이유"라고 덧붙였다.
한편, NKDB는 이날 세미나에서 향후 10년간의 전략과제를 선포하며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청중들에게 제시하기도 했다.
NKDB 부설기관인 북한인권기록보존소의 윤여상 소장은 "북한은 당국이 인권문제를 일으키는 가해자라는 구조적 문제를 가지고 있으므로 이를 해결하기 위해 외부의 지원이나 압박 등이 반드시 필요하다"며 북한 감시 기구 설립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북한 인권 문제와 관련한 다양한 사안 중 심각성과 긴급성, 피해규모, 해결 가능성을 고려해 △사형제도 △마약류 문제 △화학무기 생산·관리 과정에서 발생하는 인권문제 △해외주민 인권문제 △유엔 권고이행 등 5개 항목을 선정, 이를 정례적으로 모니터링하고 실질적인 문제 해결을 유도하는 정책제언자로서의 역할을 수행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이에 따라 NKDB는 향후 북한 내 인권 침해 사례를 총체적으로 관찰·분석할 감시기구와 유엔 권고사항 이행을 감시하는 기구 등을 설립하고, 그동안의 북한인권기록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하기 위한 준비에 나설 예정이다.
이재춘 NKDB 이사장은 "2400만 북한 동포는 오늘날 지구상에서 유래를 찾을 수 없는, 참담하기 이를 데 없는 노예와 같은 삶을 강요당하고 있다"며 "자유와 인권을 만끽하고 살아가는 우리 국민들이 실상을 알리는 활동에 적극적으로 동참할 때 북한을 변화시키고 통일을 앞당길 수 있다. 이를 위해 전문 NGO로서의 소임을 다할 것이며 더욱 열심히 일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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