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주 숨통' 조선업계, '제2의 소난골 사태' 우려 여전
삼성중공업, 해양플랜트 비중 높아 인도 지연 가능성 잔존
조선업계가 수주가뭄 속에서 최근 단비 같은 수주 소식을 전하며 숨통을 트고 있다. 그러나 대우조선해양의 소난골 드릴십 2기 인도가 차일피일 미뤄지면서 조선업계 전반에 ‘제2의 소난골 사태’를 우려하는 시선이 늘고 있는 모습이다.
삼성중공업은 지난달 30일 4200억원 규모의 액화천연가스(LNG)선 수주 계약을 체결한 지 2주 만에 다시 선박 수주를 따냈다. 발주사는 노르웨이 비켄사이며 11만3000DWT(재화중량톤수)급 유조선 2척과 15만7000DWT급 유조선 2척 등 총 4척이다. 계약 규모는 약 2400억원이다.
삼성중공업은 다수의 대형 프로젝트에서 단독 협상 대상자로 참여하고 있다. 이탈리아 ENI사의 모잠비크 코랄 부유식 액화천연가스설비(FLNG) 프로젝트를 놓고 마무리 협상 중이며 인도 게일의 LNG운반선 입찰에도 삼성중공업이 단독협상을 진행 중이다. 또 BP가 발주하는 약 13억달러 규모의 ‘매드독2(Mad Dog 2)’ 부유식 생산설비(FPU) 입찰에도 참여하고 있다.
한진중공업도 12일 방위사업청으로부터 차기고속정(PKX-B) 2, 3, 4번함 등 3척을 1991억원에 수주했고, 대우조선해양 역시 11일 대한민국 해군의 2800톤급 신형 호위함(FFG-II) 2번함을 3400억원에 수주했다.
이같은 수주 호조 속에서도 업계에서는 여전히 업황을 낙관하기 이르며 대우조선의 소난골 드릴십 인도 지연에 따른 유동성 위기가 남 일이 아닐 수 있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각사에서 정상적 공정 진행은 물론 차질 없는 인도를 낙관하고 있지만 선주 측 사정에 따라 제2의 소난골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14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삼성중공업의 해양플랜트 프로젝트는 모두 계획대로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하나라도 인도가 지연될 경우 자구 계획에 차질이 생길 정도로 유동성에 여유가 없다. 특히 수주잔량 중 해양 플랜트 비중이 70%에 육박해 유가 등 외부 요인으로 프로젝트가 지연되거나 취소될 수 있는 리스크를 가지고 있다.
삼성중공업의 내년 상반기 미청구공사대금(2016년 6월말 기준)은 2조1762억원에 달한다. 이 중 2013년 스타토일(Statoil)로부터 수주한 잭업리그 2기의 미청구공사대금은 각각 4780억원, 4243억원이다. 영국 시추업체 시드릴(Seadrill) 사로부터 수주한 드릴쉽 2기는 7994억원에 달하며 애초 인도가 지난해 11월에서 내년 3월로 연기된 바 있다.
일본계 호주자원개발업체 인펙스로부터 수주한 27억달러 규모의 익시스(Ichyth) 해양가스생산설비(CPF)는 당초 오는 9월 인도 예정이었지만 건조 일정이 지연되면서 인도가 늦춰졌다. 스테나로부터 수주한 반잠수식 시추선은 올 2분기 1900억원의 충당금이 발생했다. 추가 부실 가능성은 적지만, 무사히 인도될 때까지 위험 요인이 남은 것으로 평가된다.
이에 삼성중공업 관계자는 “2조1762억원에 달하는 미청구공사대금은 청구시점이 도래하지 않아 발주처에 청구를 하지 않은 공사대금”이라며 “설비 인도 또는 예정된 청구 시점이 도래하면 정상적으로 입금될 금액”이라고 말했다.
이어 “해양플랜트 수주 잔고가 많아 추가 손실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지적이 있었지만 지난 7월 나온 삼정KPMG의 실사 결과를 통해 시장의 의구심을 해소했다”고 강조했다.
현대중공업은 부채비율이 2분기 말 기준 182.3%로 조선 빅3 가운데 가장 낮아 그나마 여유가 있는 편이다. 다만 1년 이내에 갚아야 할 단기차입금이 4조원에 달해 적기 인도가 필수적인 상황이다.
실제 현대중공업이 지난해 1조5401억원의 영업손실을 낸 가운데 1조1000억원 가량은 해양 부문에서 발생했다.
현대중공업에 따르면 현재 건조 중인 해양플랜트 16기(잔고 125억달러) 가운데 7기를 올해 인도 예정이며 내년에도 5기 인도가 예정돼있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현재 공정이 차질 없이 진행되고 있고 인도 지연의 우려가 없다”면서 “체인지오더를 반영한 ‘헤비테일’ 방식으로 인도가 정상적으로 이뤄질 경우 유동성 확보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우조선은 올해 2분기 1조2000억원 규모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하며 자본잠식 상태에 빠졌다. 최근 소난골 드릴십 인도 지연으로 1조원의 잔금을 제 때 받지 못하면서 유동성 위기는 더욱 심각해진 상태다. 대우조선 측은 지난 10일 소난골 드릴십 2기를 제외한 해양플랜트 3기가 올해 안에 정상 인도돼 향후 흑자전환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대우조선 관계자는 “소난골 드릴십 2기를 제외한 3기는 현재 정상적으로 공정이 진행되고 있어 계획대로 인도될 예정”이라며 “내년부터 2020년까지 인도될 8기 역시 현재 선주와의 계약에 따라 정상적으로 공정이 진행되고 있어 인도가 지연되고 있는 상황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대우조선이 겪고 있는 유동성 위기를 해소하려면 소난골 드릴십의 정상적 인도는 필수적이다. 소난골 드릴십 2기의 인도는 당초 9월 말까지 완료가 예상됐지만 현재 11월 말로 지연됐다. 이달 말 소난골과 드릴십 인도 협상을 재개할 방침이지만 소난골이 매력적인 담보를 제시하지 않는 이상 난항을 겪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같은 상태서 내년 만기가 끝나는 회사채 4000억원이 유동성 위기를 불러올 수 있다는 지적이다. 민병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내년 4월 회사채가 도래할 경우 현재 컨틴전시 플랜만으로 빠르게 대응하기 어렵다”며 “추가적인 공적자금이 예상되는 대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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