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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계 먹으면 살빠진다? 고지방 식사법 열광과 오해


입력 2016.10.23 07:29 수정 2016.10.23 07:31        김헌식 문화평론가

<김헌식의 문화 꼬기>몸의 순환 체계에 대한 이해가 필수

MBC스페셜 밥상, 상식을 뒤집다 "지방의 누명" 예고편 화면 캡처.

근래에 고지방 식사법이 지상파 방송사의 다큐가 방영되면서 폭발적인 신드롬을 일으켰다. 실제로 고지방 식사법으로 효과를 본 이들이 나왔고, 직접 제작진의 실험으로서 증명이 되었다. 이런 고지방 식사법으로 효과를 본 이들은 일반인 만이 아니라 의사들이 다수 있었고 실제로 다큐안에서 스스럼 없이 자신이 시도했던 그러한 식사법과 결과를 공개했다.

이러한 신드롬에 대해서 반발도 만만치 않았다. 기존의 의학계에서는 비판적인 관점을 드러냈으며, 완강하게 반대하기도 했다. 그렇다면 누구 말이 맞는 것일까. 여기에는 원래의 원리와 다른 방식으로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어느 쪽을 일방적으로 옹호할 수가 없었다. 그런데 이런 다큐가 제작될 수 있었던 것은 한 권의 책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탐사 저널리스트 니나 타이숄스는 60년 동안 절대적인 지배를 받아온 식단과 다이어트 방법에 대한 도전적인 책을 썼다. 니나 타이숄스가 그 책을 쓰기 위해 소요한 시간은 9년이었다. 이 책이 바로 ' The Big Fat Surprise : Why Butter, Meat and Cheese Belong in a Healthy Diet' 이다.

이 책은 우리나라에서도 2016년 봄, '지방의 역설'이라는 이름을 달고 번역 출간된 바가 있다. 여기에서 지방은 지역이 아니라 비계에 해당하는 지방 덩어리를 말한다. 이를 흔히 포화 지방이라고 일컫는다. 60년간 지배해온 다이어트 방법은 저지방 식단이다. 지방을 적게 먹으면 다이어트에도 도움이 되고 건강에도 좋다는 생각은 거의 진리와도 같이 받아들여져 왔다. 이는 의학 전문가들만이 아니라 일반인에게도 광범위하게 퍼져서 흔들리지 않아왔다.

저지방 식단은 미국 미네소타대의 생리학자(physiologist)인 안셀 키스 박사(Ancel Keys)의 연구 결과에서 비롯했다. 그는 심장질환으로 일어나는 사망은 지방 때문이라는 가설을 세웠다. 실제로 심장질환으로 목숨을 읽은 사람들의 심혈관에서 지방이 발견되었기 때문이다. 안셀 키스의 가설은 그에게 20만 달러를 지원한 7개국(이탈리아·그리스·당시 유고슬라비아·핀란드·네덜란드·일본·미국)의 중년 남성 1만2700명을 대상으로 연구하면서 본격화 되었다.

그는 연구에서 여러 나라의 심장 질환 발병률과 그들이 먹는 육류를 비롯한 유제품, 채소 등을 비교했다. 그가 주장하려고 했던 포화 지방이 심장질환을 일으킨다는 것이었다.

이런 주장을 담은 미국심장협회의 1961년 보고서는 심장 질환 예방을 위해 포화지방 섭취를 줄이도록 권장한 첫 공식 선언이자 성명서였다. 미국 심장협회의 그의 연구 페이퍼가 학술 논문으로 뽑혔고, 하버드대에서 출판됐는데 이런 권위를 등에 업고, 2004년까지 안셀 키스의 논문 약 100만 편 분량이 퍼졌다. 미국심장협회와 국립보건원이 식단-심장 가설을 입증하고자 수백만 달러씩 더 투자했다. 이와 다른 관점을 가진 연구자들은 배제되었다.

예컨대, 저지방 식단의 위험성을 경고하는 연구들이 해당되었다. 미국심장협회는 1961년부터 심장 질환을 막을 수 있다며 저지방 식단을 처방했고, 물론 비난과 당뇨도 막을 수 있다고 여겨져 미국농무부는 1980년부터 남녀노소에게 저지방 식단을 권장해왔다. 하지만 이런 모욕에도 비만과 당뇨의 유병률이 폭증했다. 미국은 가장 비만인구가 많은 나라가 되었다. 열심히 식단을 조절하고 운동을 하는데도 말이다. 나중에 밝혀진 사실이지만 키스의 연구에서도 심장질환은 설탕을 많이 먹는 문화와 관련이 있었다. 지방이 아니라 당을 없애는 노력에 더 경주했어야 한다는 말이다.

어쨌든 미국은 여전히 심장 질환을 극복하지 못했다. 이를 두고 개인들이 권장하는 식사법을 잘 지키지 않아서 그렇다는 개인 원인론이 단골로 제기되어 왔다. 그런데 최근의 연구들은 저지방 식단은 비만, 심장 질환, 당뇨, 암을 예방하거나 극복할 수 없다는 연구가 다시금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는 것일까.

심장질환의 원인으로 지방을 지목한 안셀 키스의 연구부터 오류가 있었다. 일단 표본 선택이 잘 못이었다. 지방이 심장 질환을 일으킬 것 같은 지역을 조사 대상으로 했다. 심지어 원하는 연구 결과가 나오지 않는 곳은 제외 시켰다. 방법도 문제였다. 연구 내용도 오류였다. 1만2700명의 대상자 중 약 4%인 499명의 식단만 살폈다, 심지어 미국에서의 조사는 하루 만에 끝냈다.

포화 지방이 심장질환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보였지만 사망률과 관계가 없었다. 이후 다른 연구자들의 논문에서는 달걀, 치즈, 우유, 스테이크, 크림치즈 등을 인위적으로 배척할 때 오히려 비만, 당뇨, 심장 질환이 발병할 확률이 높아졌다. 심장질환 자들에게 오히려 지방을 먹게 했더니 질병 치유에 호전된 결과가 나왔다.

그렇다면 이런 결과가 가능한 원리가 무엇일 지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원리는 간단하다. 탄수화물·단백질·지방은 각각 1g 4Kcal·4Kcal·9Kcal의 에너지를 낸다. 지방이 열효율이 단연 높다. 가벼운 것은 물론 체온을 잘 유지하고 잘 뭉쳐서 쉽게 소모되지 않으며 지방은 독성이 적고 포도당 과잉이 당뇨이다. 세포막의 50%가 포화지방이므로 아이들은 성장하려면 지방이 필요하다. 포화지방은 체온을 유지하고 외부의 충격에서 몸을 보호한다. 이 때문에도 지방의 섭취가 필요한 것이다.

지방을 섭취하지 않으면, 이를 대체할 수 있는 탄수화물과 당이 더 많이 요구된다. 고기를 먹지 않는다면 더욱 열량을 위해서 탄수화물과 당분을 찾게 될 것이다. 이러한 점을 반영하는 것이 작은 사치다. 작은 사치는 강력한 단맛을 그 핵심인자로 삼고 있다. 탄수화물과 당에는 지방이 없다고 생각되니 이를 찾는 것을 더 촉진시킨다. 스트레스를 많이 받을 때, 이런 탄수화물과 당은 기분을 전환 시켜주기도 한다. 하지만 지방이 아니라고 생각이 드니 지방보다 덜 위험할 것이라도 여긴다.

그런데 탄수화물과 당이 몸이 많아지면 당연히 인슐린이 많이 분비된다. 이 호르몬이 많아지면, 지방이 소모되지 않는 신호로 작동한다. 따라서 당과 탄수화물이 몸에 많이 들어올수록 지방은 축적된다. 몸에 지방이 없기 때문에 우리 몸은 자동 반응으로 지방을 축적하는 것이다. 이로써 저지방 식단으로 다이어트를 열심히 하는데 살이 더 찌게 되는 것이다. 이는 몸의 영양학적 균형의 본능과 시스템을 간과했기 때문에요 벌어지는 일이다. 이러한 원리가 있기 때문이다 포화 지방이 들어 있는 음식의 섭취가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지방이 부족하면 여성들이 골다공증에 걸린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이유는 지방이 부족하면 여성의 호르몬 에스트로겐이 잘 분비되지 않는다. 이렇게 되면 뼈를 만드는 조골 세포보다 뼈를 파괴하는 파골 세포가 늘어난다. 당연히 뼈가 푸석푸석해진다. 체지방의 부족은 남성들이 정자를 만드는데 영향을 주기 때문에 불임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많다. 체중 미흡으로 일어나는 불임이 전체의 12%에 이른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BMI(Body Mass Index; 체질량 지수)가 22.6~27.5일 때 사망할 확률이 가장 낮았다. 서울대학교 유근영, 강대희, 박수경 연구팀은 한국과 일본, 중국 등 7개국에 걸쳐 2005년부터 평균 9.2년 동안 114만 명을 조사했는데 추적 관찰한 결과 동아시아인의 사망위험도가 가장 낮은 구간은 BMI가 25.1~27.5이었다. 반대로 BMI가 15 이하로 매우 낮은 사람은 BMI 22.6~25.0인 사람보다 사망 위험이 2.8배 컸다.

고지방 다이어트를 일컬어 사용하는 황제 다이어트라고 하는 말은 적합하지 않다. 포화 지방이 들어 있는 음식은 고색 찬란한 스테이크에만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우유나 치즈, 달걀, 돼지비계가 귀족이나 황제들만 즐기는 음식은 아닐 것이다. 고기만 먹어서도 곤란하다. 고지방 음식만 먹는 것은 문제가 있었다. 탄수화물도 필요한 것이 인간의 몸 영양 대사이기 때문이다. 특히 뇌에는 당이 필요하기 때문에 인지적 활동에 문제를 일으킬 수 있었다.

애초에 에스키모인들이 고기를 많이 먹음에도 건강하다는 연구결과가 있는데 사실 그들에 고기만 먹는 것은 아니었다. 그들도 탄수화물 등을 20~30% 취하고 있었다. 100% 고지방 식단을 고집하는 이들은 없으며 오히려 위험할 수 있는 것이다. 버트 앳트킨(Robert Atkins) 박사가 1963년 최초로 시도한 저탄수화물 다이어트가 황제 다이어트로 대변되는 데 장기적인 결과를 항상 예의주시할 필요성이 있다.

분명, 고지방이 필요한 사람들이 있다. 특정 시기에 고지방이 필요하다. 영유아기 어린이나, 임신 중이거나 수유 중인 여성들이 여기에 해당한다. 모유의 3분의 1은 포화지방이다. 만약 사람에게 포화지방이 필요로 하지 않는다면 이렇게 모유에 많은 포화지방이 있을 리 없다. 그만큼 사람 특히 아이들에게 필요로 하며 그 아이에게 모유를 수유하는 엄마들에게도 지방이 필요한 것이다. 또한 탄수화물을 너무 많이 먹거나 몸에 지방이 많은 이들은 역설적으로 지방을 섭취할 필요가 있다.

그런데 몸에 지방이 적거나 다이어트가 필요 없는데 무리한 다이어트를 위해 고지방을 섭취하는 행위도 문제가 있다. 우리나라 사람들의 대부분은 비만이 아닌데도 비만이라고 여긴다. 비만의 기준이 불분명한 상황에서 고지방 다이어트의 효과는 불확실하게 된다. 고지방만 섭취한다면, 지방만 몸에 많을 때 생기는 질병이 발생할 수 있다. 일반인들은 고지방만 먹어서는 오랜 동안 입맛이 버틸 수도 없다.

고지방 다이어트는 말 그대로 영양의 균형 원리에 따를 때 의미와 가치가 있다. 저지방 식단이 영양의 균형을 파괴하듯이, 고지방도 마찬가지다. 지방이 없으면 몸은 지방을 축적한다. 이곳이 고지방 다이어트의 원리이다. 저지방 음식만 취하는 행위는 서양의 기계론적 사고의 전형적인 폐해 사례이다. 비만의 주요 인자가 지방이니 무조건 지방만 먹지 않는다면 문제가 해결 될 것이라고 봤기 때문이다.

동양적인 순환적인 인과관계가 사고에서는 있을 수 없다. 여전히 고지방 식단만을 고집하는 것도 이러한 기계론적인 서양식 사고법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이다. 고지방만 먹으면 언제든지 탄수화물에 대한 폭발적인 식욕을 자극할 수 있다. 특히 몸근육은 지방의 열량을 원하는지 모르지만 뇌는 포도당을 필요로 한다. 특히 정신적인 업무를 보는 이들이 당이 떨어진다는 말을 하는 것은 괜한 짓이 아니다.

BMI 25 이상의 뚱뚱한 남성 역시 정자 수는 21.6%, 정자밀도는 23.9% 낮았다. 어쨌든 지방이 너무 많아도 문제인 것은 확실하다. 식물성 불포화 지방이 꼭 좋은 건 아니라는 점이다. 올리브유와 같이 다불포화지방이 너무 많은 식단은 암 사망률을 높이고, 다불포화 식물성 기름을 사용할 때 맹독성 산화 부산물이 있다는 연구도 있다. 전히 마가린 등 트랜스 지방은 경고의 대상이다. 어느 영양소가 우선이 아니라 몸의 순환 체계에 대한 이해가 필수인 셈이다.

글/김헌식 문화평론가

김헌식 기자 (codesss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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