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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무성에서 문재인까지 잠룡들 앞다퉈 "거국내각" 왜?


입력 2016.10.29 06:24 수정 2016.10.29 06:53        문대현 기자

식물 대통령 우려에 불거지는 여야의 거국 내각 요구

검찰 수사를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전문가 의견도

박근혜 대통령이 24일 오전 국회 본회의장에서 2017년도 예산안 시정연설을 하고 있는 가운데 황교안 국무총리를 비롯한 국무위원들이 박수를 치고 있다. ⓒ데일리안 홍효식 기자

'비선실세'로 지목된 최순실 씨의 국정개입 의혹이 점점 커지고 있는 가운데 야권뿐 아니라 여권 일부에서까지 거국 중립내각론을 제기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을 향한 국민 여론이 악화일로에 있어 중립내각의 실현 가능성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거국중립내각은 특정한 정당이나 정파에 한정되지 않은 중립적인 정부 내각을 의미한다. 여당과 야당이 각각 추천한 인물들을 중심으로 꾸려지는 내각인 셈이다. 정치권에서는 박 대통령의 국정 장악력이 회복할 수 없을 정도로 무너졌다고 보고 여야가 국무총리를 비롯해 각 부 장관을 협의해 추천하면 대통령이 이를 받아들여 중립 내각을 짜자고 요구하고 있다.

김부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전날(27일) SNS에 "대통령이 민심을 계속 외면하면 무정부 상태로 가게 되고 그리 되면 분노한 국민이 직접 나서는 상황을 초래할 것"이라며 "대통령이 2선으로 물러나고 거국내각을 구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같은당 민병두 의원도 페이스북에서 "대통령 주도의 국정쇄신으로는 사태를 수습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최소 거국내각은 되어야 국민이 납득할 수 있다"고 말했으며 추미애 대표는 "새누리당은 특검을 수용하는 척하며 진실 발견을 방해해선 안 된다. 상설특검은 사이비특검, 하나마나 특검이다. 수사 기한·대상·범위를 특별법으로 정하는 '최순실 게이트 특검법'에 의한 특검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비박이 중심이 된 여권도 마찬가지다. 김용태 의원은 최근 한 라디오 방송에서 "새누리당이 집권당으로서 특검 수사 기간 동안은 내각하고 정확하게 국정 공백이 생기지 않도록 해야 한다"며 "그 때는 정말 중립 거국 내각이라도 만들어서 다가오는 대통령 선거를 중립적으로 관리하는 국정을 이끌어가야 할 것"이라고 했고 정병국 의원도 계속해서 거국 중립내각을 요구하고 있다.

이 외에도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와 문재인 전 더민주 대표,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 박원순 서울시장과 남경필 경기도지사, 손학규 전 더민주 상임고문 등 잠재적 대선주자까지 가세해 거국 내각을 부르짖고 있는 상황이다.

우리나라에선 거국 중립내각이 수립된 사례는 없었지만 여야의 합의로 내각 구성이 새로 이뤄진 경우는 존재한다. 1992년 9월 18일 노태우 대통령이 대한민국 제14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여당인 민주자유당에서 총재직을 내려놓음과 동시에 탈당을 하며, 거국적 중립 내각 수립을 선포했다. 이후 여야의 합의에 따라 현승종 당시 연세대 총장을 신임 국무총리로 추천하였으며 10월 9일 중립 내각이 출범한 바 있다.

그러나 이 경우 대선을 불과 2개월 앞둔 시점이라 일종의 '정권 마무리 내각' 차원이었다. 정치색이 옅은 인물들로 꾸려진 경우라서 여야가 모두 참여하는 형태의 거국 내각에는 해당 않는 것으로 평가된다. 집권하는 쪽에서는 국정 운영의 핵심 수단인 인사권을 여야에 내주는 게 쉽지 않다. 현재 청와대와 국무총리는 이를 거부하고 있다. 황교안 국무총리는 27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거국내각 논의는 자칫 말잔치로 끝날 수 있다"며 "나라를 시험에 맡길 수 없는 만큼 신중하게 생각해야 한다"며 부정적인 의사를 내비쳤다.

청와대 결단 없이 실현가능성 없다?

정치권에서는 벌써부터 김종인 전 더민주 대표, 김황식 전 총리 등이 거국내각을 이끌 인물로 거론되고 있다. 그러나 당장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거국내각 실현의 가장 큰 핵심은 여야의 합의 여부와 청와대의 결단이다. 근데 여당 내에서도 반대 여론이 많고 청와대와 내각이 총사퇴하려는 움직임은 현재까지 전혀 보이지 않고 있다.

친박계 정우택 의원은 한 라디오 방송에서 "정치권이 담합해서 권력을 나눠 갖자는 의미로 저는 해석이 된다"며 거국 내각에 반대 입장을 취했다. 비박계 홍문표 의원도 "정권을 중단시키고 새로운 정부를 여기다 또 만들자는 게 말이 되나. 잘못된 부분을 국민 앞에 당당하게 사죄하면서 새로운 출발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정치권에서 같이 가자고 해야한다"며 "국가와 국민을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당리당략에서 나온 것"이라고 반대하고 있다.

이처럼 거국내각을 둘러싼 정치권의 셈법이 모두 달라 실현 가능성은 아직 미지수라는 관측이 나온다. 익명의 한 정치권 관계자는 '데일리안'에 "지금 청와대를 둘러싼 여론이 악화된 것은 사실이지만 박 대통령이 거국내각 카드를 집을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본다"며 "우선 검찰 수사 결과를 지켜봐야 할 것이다. 아직 중립내각이 될 때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김용철 부산대 교수도 "전혀 실현 가능성이 없다고 본다. 우리나라는 대통령 중심으로 국정이 움직이는 것인데 이 상황에서 중립내각 구성은 불가능하다"며 "현재 비선실세 관련 문제를 발견하고 푸는 게 우선이지 권력구조를 바꿔야 하는 것은 아니다. 만약 검찰수사 이후 그 때 문제가 드러나면 그에 맞게 조치를 취하면 된다. 야당의 정치적 공세"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청와대의 리더십 위기를 타개할 뾰족한 대안이 없는 상황이라 이에 대한 논란은 계속될 전망이다. 더민주 내 정책의견·정치행동 그룹인 '더좋은미래' 및 더민주 내 재야 출신 전현직 의원들 모임인 민주평화국민연대(민평연)은 28일 성명서를 통해 중립내각 구성을 거부하는 정부를 맹비난하기도 했다. 이들은 청와대와 내각이 계속해서 버틴다면 지금보다 더 강한 수를 낼 것으로 보인다.

여론조사기관의 김미현 알앤써치 소장은 본보에 "현재로선 대통령의 영이 전혀 안 서는 상황"이라며 "지금 상황으로는 남은 임기를 정상적으로 수행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거국 내각을 구성하는 게 하나의 방법이 될 것"이라고 제안했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 역시 "지금 당정청이 제 기능을 완전히 못 하게 된 상황에서 거국내각의 주장은 의미 있다"고 평했다. 엄 소장은 그러면서도 "지금 당장 청와대에서 그것을 받아들이긴 힘들 것"이라며 "만약 지금보다 더 큰 의혹이 수사로 인해 밝혀진다면 여당의 지도부가 바뀔 것이고 그렇게 되면 여야가 함께 청와대를 압박해 거국내각을 이끌어 낼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문대현 기자 (eggod6112@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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