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경련, 무거운 시무식…총회 앞두고 쇄신안 마련 ‘분주’
한달 반 앞으로 다가온 정기총회
“의견수렴까지는 좀 더 시간이 걸릴 듯"
“내부 의견수렴 절차…쇄신안 가시적 윤곽, 아직”
‘해체위기’에 직면한 전국경제인연합회(이하 전경련)가 2일 다소 무거운 분위기 속에서 시무식을 진행했다.
특히 정기총회가 한달 반 남짓 앞으로 다가왔지만, 쇄신안의 가시적 윤곽은 여전히 드러나지 않아 전경련의 존폐 여부 역시 한치 앞을 가늠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전경련은 2일 오후 4시 서울 여의도 전경련 회관에서 시무식을 가졌다고 밝혔다. 이날 시무식은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전경련 전 임직원이 참석한 가운데 허창수 회장이 신년사를 발표하는 순서로 진행됐다.
전경련 관계자는 “허창수 회장은 지난달 29일 발표한 신년사와 동일한 내용을 이 자리에서 언급했다”며 “다소 무겁고 차분한 분위기에서 시무식을 마무리했다”고 전했다.
허 회장은 지난달 29일 신년사를 통해 “앞으로 전경련은 국민적인 여망을 반영한 여러 가지 개선방안을 조속히 마련하도록 할 것”이라며 “국가경제에 이바지하고 국민에게 사랑받는 단체로 거듭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전경련은 오는 2월 중순 정기총회를 앞두고 있다. 정기총회에서는 허 회장과 이승철 부회장의 사임과 함께 회원사들의 의견을 수렴한 쇄신안을 발표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총회가 한달 반 남짓 다가온 상황에서도 여전히 쇄신안 마련은 지지부진한 상태다.
전경련 관계자는 “쇄신안 마련을 위해 여전히 회원사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이라며 “가시적인 윤곽은 나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의견 수렴까지는 좀 더 시간이 걸릴 것”이라며 “총회 이전에 회원사 총수들끼리 따로 만남을 갖는 등의 방법으로 이 부분을 논의할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이런가운데 지난해 연말 출입은행·산업은행·기업은행 등 금융 공기업들에 이어 LG와 KT 등 대기업으로 회원사들의 탈퇴 러시가 확산될 조짐을 보이는 상황이다.
재계에서는 혁신방안의 하나로 미국의 '헤리티지 재단'과 같은 연구기관 모델을 거론하고 있다. 하지만 국내 여건 상 전경련이 벤치마킹하기에는 쉽지 않은데다 현재의 경제단체 지위를 포기하는 부분의 논의를 진전하는 것도 쉽지 않다는 지적이다.
반면 또다른 경제계 소통창구인 대한상공회의소는 이날 시무식에서 자신들의 역할이 중요해졌음을 강조했다.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은 이날 오전 서울 중구 상의회관에서 열린 시무식에서 “혼란하고 어려운 상황에서 기업들이 상의에 기대하는 바가 점점 커지고 있다”면서 “올해 기업인들이 의견을 구할 곳은 이제 대한상의밖에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전경련 문제는 옆에서 슬기롭게 해결하길 응원한다”라고 말했다
이 같은 박 회장의 발언은 향후 전경련의 역할을 대신하겠다는 뜻은 아니지만, 전경련이 해체 위기에 놓임에 따라 경제계에서 상의의 역할이 좀 더 막중해진 것을 강조한 것이다.
박 회장은 시무식 이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탄핵이 통과된다면 대선을 치러야 하고, 새로운 내각을 구성해야 하는데 (이 시기가)9월께가 될 것”이라며 “경제는 그만큼 기다릴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 걱정이 태산”이라고 말했다.
©(주) 데일리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