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원의 '반기문 디스' 의도는?...언제까지?
'반기문 때리기' vs '입당 제스처'
반기문, 지지율 하락에 태도변화 가능성도
"지금으로서는 불가능하다"
31일 BBS 라디오에 출연한 박지원 국민의당 대표는 '안철수 국민의당 전 상임공동대표와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 간의 융합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대한 답이다.
정치9단 박지원 국민의당 대표의 '반기문 디스'가 시작됐다. 정치권은 박 대표의 '반기문 때리기'가 단순히 경쟁 중인 상대 후보를 향한 '견제구'일지, 아니면 입당을 독촉하는 '손짓'일지를 놓고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박 대표는 이날 인터뷰에서 반 전 총장에 대해 '디스'에 가까운 발언을 쏟아냈다. '안 전 대표와 반 전 총장이 빅텐트의 주도권을 두고 경쟁하는 것처럼 비춰진다'는 질문에는 "정체성이 다르다"며 선을 그었고 "어떤 텐트는 박근혜 정권을 이어 가겠다는 텐트고, 우리는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이후 대한민국을 대개혁해서 이끌어가겠다는 텐트다"라며 반 전 총장과 국민의당이 말하는 '텐트'에 어감 차이가 있음을 분명히 했다.
특히 "안 전 대표와 반 전 총장이 빅텐트를 가지고 경쟁한다고 하는 것은 처음부터 잘못"이라면서 "안 전 대표는 정체성이 같은 분, 세력과 빅텐트를 쳐서 국민의당 안에서 강한 경선을 통해서 대통령 후보를 선출을 하자는 것이고, 반 전 총장은 그러한 이야기가 없었다가 진보와 보수가 함께 하는 통합의 텐트를 치자는 것이기 때문에 출발도 다르고 텐트의 종류도 다르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다만 박 대표는 전날 기자간담회에서 언급했듯이 '반 전 총장의 강한 태도변화'와 '그 변화를 받아들이는 국민들의 태도'에 따라 '입당을 받아줄 수도 있다'며 최소한의 통로는 열어놨다.
박 대표는 '연대불가 선언'을 넘어 '반기문 때리기'에 나서기까지 했다. 그는 "반 전 총장의 지난 20여일간 행보로 높은 지지율이 하락하고 있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라며 '반 전 총장 스스로가 지지율을 깎아먹고 있다'고 공개적으로 언급하기도 했다.
'반기문 때리기' vs '입당 제스쳐'
정치권에서는 이 같은 박지원 대표의 '반기문 디스'에 대해 국민의당과 반기문 전 총장이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넜다'는 분석을 했다. 과거 '셔터가 거의 닫혔다'며 '여지'를 남겨놨던 것과는 반응이 사뭇 다르다는 주장이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반 전 총장의 지지율 중 상당수는 안철수 전 대표의 지분"이라면서 "그 지분을 도로 찾아오려면 결국 반 전 총장과 차별화된 모습을 보여야한다"고 말했다. 반 전 총장이 함께할 수 없다면 결국 '적'이 되는 만큼 본격적으로 공격적인 모습을 통해 반 전 총장을 확실하게 제압해야 한다는 논리다.
반면 박 대표의 '디스'가 오히려 반 전 총장을 향한 '손짓'이라는 분석도 있다. 이번 대선에서 국민의당이 수권할 수 있는 방법은 결국 '흥행'에 성공하는 것인데, 그 흥행을 위해서는 문재인 전 대표를 뺀 나머지 대권주자의 결합이 있어야한다는 전제에 기인한 해석이다.
국민의당 관계자는 "지금 보이고 있는 안철수 전 대표의 야권 성향 지지층에 일부 보수층까지 흡수해야만 국민의당이 이번 대선에서 해볼만한 상황이 된다"면서 "이를 위해서 반기문 전 총장의 영입은 필수"라고 말했다. 그는 "반철수(반기문+안철수)가 돼야 유력 주자인 문재인을 꺾을 수 있다는 생각은 당내에 컨센서스가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박 대표가 반 전 총장을 '디스'하는 것에 대해서는 '힘빼기'이자 '빨리 들어오라는 제스처'라고 해석했다. 반 전 총장이 독자세력화할 정도로 세력을 키워 '신당'을 설립하거나 '다른 정당'으로 가는 것을 막고 국민의당으로 끌어들이려는 전략이라는 설명이다.
그러나 박 대표 측은 이 같은 이야기에 대해 "당 안에서 당을 중심으로 판을 키워야 한다"고만 답했다.
의견이 분분함에도 불구하고 한동안 박지원 대표의 '반기문 디스'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정치권은 박 대표의 디스가 '때리기'든 '입당 독촉'이든, 반 전 총장이 거취를 확실히 정할 때까지는 계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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