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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지 몰린 북, 김정남 암살 배후설 부인…"남한의 음모책동"


입력 2017.02.23 09:59 수정 2017.02.23 09:59        하윤아 기자

사건 발생 열흘만에 첫 공식 반응…"남한이 대본 미리 짜놔"

김정남 이름 거론 않고 '공화국 공민 심장쇼크사'로 규정

17일 오전(현지시각) 주 말레이시아 북한 대사관 현관에 김정남 피살 사건의 용의자를 1면에 보도한 현지 신문이 배달돼 꽂혀 있는 모습. ⓒ연합뉴스

사건 발생 열흘만에 첫 공식 반응…"남한이 대본 미리 짜놔"
김정남 이름 거론 않고 '공화국 공민 심장쇼크사'로 규정


북한이 23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이복형 김정남 피살 사건 발생 열흘 만에 처음으로 공식적인 입장을 표명했다. 북한은 김정남의 이름을 언급하지 않은 채 이번 사건을 '공화국 공민의 심장쇼크에 의한 사망'이라고 규정하며 "남조선 당국의 음모책동"이라고 주장했다.

북한은 이날 관영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한 '조선법률가위원회 대변인 담화'에서 "지난 2월 13일 말레이시아에서 외교여권소지자인 우리 공화국 공민이 비행기 탑승을 앞두고 갑자기 쇼크상태에 빠져 병원으로 이송되던 도중 사망한 것은 뜻밖의 불상사가 아닐 수 없다"고 밝혔다.

북한은 담화를 통해 사건 초기 말레이시아 외무성과 병원 측이 말레이시아 주재 북한 대사관에 '심장쇼크에 의한 사망'임을 확인하고 시신 이관을 통보해왔으나, 한국 보수언론이 '독살'을 주장하자 말레이시아 경찰이 개입해 시신부검 문제를 제기하면서 문제가 복잡해지기 시작했다고 주장했다.

담화는 "우리 대사관에서는 부검을 할 필요가 없으며 더욱이 사망자가 외교여권소지자로서 빈 협약에 따라 치외법권 대상이므로 절대로 부검을 할 수 없다는 것을 명백히 밝히였다"며 "그러나 말레이시아 측은 우리의 정당한 요구와 국제법을 무시하고 우리와의 그 어떤 합의나 입회도 없이 시신부검을 강행하였을 뿐 아니라 부검결과도 발표하지 않고 2차 부검까지 진행하겠다고 떠들어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것은 우리 공화국의 자주권에 대한 노골적인 침해이고 인권에 대한 난폭한 유린이며 인륜도덕에도 어긋나는 반인륜적인 행위"라고 강하게 비난했다.

아울러 담화는 시신 이관 문제와 관련, 말레이시아 측이 사망자의 가족 DNA 견본을 제출하기 전까지 시신을 넘겨줄 수 없다는 입장을 밝힌 데 대해 "말레이시아 측이 국제법과 인륜도덕은 안중에도 없이 시신 이관 문제를 정치화하여 그 어떤 불순한 목적을 이루어보려 한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주장했다.

이어 "가장 엄중한 것은 말레이시아경찰이 이번 사건을 공화국 공민들의 배후 조종설에 의한 것으로 오도하고 있는 것"이라며 "말레이시아 경찰은 살인용의자로 체포한 외국인 여성들에 대한 취급 정형은 공개하지 않고 오히려 피해자 측인 우리 공민들을 범죄 혐의자로 몰아붙이고 지어 체포까지 하면서 우리에 대한 표적수사에만 열을 올리고 있다"고 강변했다.

특히 담화는 "더욱 엄중시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은 말레이시아 측의 부당한 행위들이 남조선당국이 벌려놓은 반공화국모략소동과 때를 같이하여 벌어지고 있는 것"이라며 사건 발생 이후 우리 정부가 국가안전보장회의(NSC)와 장관급회의를 여는 등 눈에 띄는 반응을 보인 점을 거론했다.

담화는 "이것은 명백히 남조선 당국이 이번 사건을 이미 전부터 예견하고 있었으며 그 대본까지 미리 짜놓고 있었다는 것을 보여준다"며 "이러한 음모책동의 목적이 우리 공화국의 영상에 먹칠을 하고 마지막 숨을 몰아쉬고 있는 박근혜 역도의 숨통을 열어주며 국제사회의 이목을 딴 데로 돌려보려는데 있다는 것은 불을 보듯 명백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담화는 "우리는 이미 이번 사건의 정확한 해명을 위한 공동수사를 제기하고 우리 법률가 대표단을 파견할 준비가 되여있다는 것을 밝힌 바 있다"며 사건에 대한 공동조사 필요성을 재차 거론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존엄 높은 자주의 강국, 핵강국의 영상을 훼손시키려는 그 어떤 시도도 절대로 용납하지 않을 것이며 이번 사건의 흑막을 마지막까지 파헤쳐볼 것"이라며 "말레이시아측의 앞으로의 태도를 지켜볼 것"이라고 덧붙였다.

말레이시아 측은 앞서 이번 사건의 용의자로 북한 국적 남성을 지목한 데 이어 북한 대사관 소속 외교관과 고려항공 직원 등 북한 국적자 2명도 이번 사건에 연루됐다고 추가로 밝힌 바 있다. 수사 결과에 따라 이번 사건의 배후에 북한 정권이 있다는 주장이 더욱 힘을 얻고 있는 가운데, 북한은 이 같은 의혹을 희석시키려는 의도에서 말레이시아 측에 공식적으로 문제를 제기한 것으로 풀이된다.

하윤아 기자 (yuna1112@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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