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초점] '해빙' 대체 어떻길래 '극과 극' 엇갈리나
'로건' 제치고 개봉 첫 날 흥행 1위 돌풍
영화 관람 관객 혹평 잇따르며 주춤 '1일천하'
영화 '해빙'의 돌풍은 결국 1일천하로 끝났다.
관객들의 절대적인 기대를 받으며 3.1절 흥행몰이에 성공했지만, 그 열기가 빠른 속도로 식어가는 모양새다.
'해빙'은 개봉 첫날인 1일 38만 6088명의 관객을 동원, 역대 3월 개봉작 중 최고 오프닝 기록을 가지고 있던 '캡틴 아메리카: 윈터솔저'(개봉 첫날 166,787명)를 2배 이상 넘어섰다.
조진웅과 신구, 김대명이라는 신선하고 호기심을 자극하는 캐스팅과 '4인용 식탁' 이수연 감독의 신작이라는 점에서 관객들의 기대가 높긴 했지만,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로건'을 넘어서는 흥행 스코어를 기록한 건 의외였다.
특히 '로건'은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누리꾼들이 찾는 양대 평점 사이트 IMDB와 로튼토마토에서 만점에 가까운 평점을 받은 데다, 휴 잭맨의 내한으로 기대감이 어느 때보다 높은 상태였기에 '해빙'의 선전은 고무적이었다.
하지만 이 같은 분위기는 오래가지 않았다. 막상 뚜껑을 열고 보니 기대와 달리 작품 자체에 대한 관객들의 반응이 극과 극으로 엇갈렸다. 조진웅을 비롯한 주연배우들의 호연에 아낌없는 찬사를 보내는 영화 팬들이 많았지만, 작품 자체의 완성도에 대해선 물음표를 던지는 이들이 많았다.
개봉 전만 해도 9점대의 높은 평점을 유지하던 각종 포털사이트 평점도 어느덧 5~6점대로 떨어졌다. 특히 1점과 10점, 관객들의 반응이 극단적으로 엇갈리고 있는 게 특징이다. 예매율도 떨어지면서 개봉 하루 만인 2일 1위 자리를 '로건'에 내줬고, 그 격차는 갈수록 확대되고 있다.
'해빙'은 기존의 한국 스릴러 영화와 달리 주인공 승훈(조진웅)의 시선과 내면의 심리와 시선을 따라가며 치밀한 서스펜스를 그려낸 작품이다. 관객들은 오랜 만에 나온 색다른 심리스릴러를 기대했다.
하지만 반응은 극과 극으로 엇갈리고 있다. "연기 잘하는 것은 알았지만, 조진웅이라는 배우가 다시 보였다. 배우들의 연기가 대단하다" 등 호평도 있었지만, "배우들의 연기력은 대박이지만, 스토리가 아쉽다" "이것저것 넣으려다 보니 너무 과했다" "마지막 반전은 없었어야 했다" 등 아쉬움의 목소리가 쏟아지고 있다. 특히 "지나치게 구구절절 설명하니 오히려 지루하다"는 반응도 나왔다.
대체로 조진웅의 연기력은 합격점, 스토리의 개연성은 낙제점이라는 얘기다. 관객들은 조진웅의 열연만으로 작품에 대한 아쉬움을 덮기엔 역부족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영화는 처음부터 끝까지 대부분의 시간을 승훈의 시선으로 사건을 바라본다. 그만큼 사건을 추리해가는 과정보다는 승훈이 겪는 감정의 혼란과 공포가 가장 중요한 요소다. 하지만 그런 승훈의 감정들은 지나치게 작위적이다.
공포감을 억지로 짜내려는 듯 자극적인 장면이 여럿 눈에 띄지만 '갑툭튀'로 여겨질 뿐, 그 효과는 미미하다. 비슷한 장면과 상황이 여러 차례 반복되면서 팽팽한 긴장감을 유지하지 못한 탓이다.
사건의 실체가 드러나는 후반부 역시 지나치게 설명적이어서 관객들은 흥미를 잡아 끌지 못한다. 반전은 마지막에 예상치 못한 한 방으로 관객들을 더 깊은 혼란 속으로 빠뜨리며 긴 여운을 남기는 것이 특징이다.
하지만 이 작품은 다르다. 관객들에게 해석의 여지를 주기보다 답을 정해놓고 그것을 납득시키고 설득하는데 많은 시간을 할애한다. 작품 속 승훈은 추리소설을 좋아하는 이유가 '답이 존재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이것이 감독이 하고 싶었던 말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지나친 친절함이 오히려 패착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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