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다빈 승부사 '김연아 후계자' 자격 갖췄다
세계선수권 10위 입상..평창올림픽 출전권 2장 따내
벼랑 끝 승부사 기질, 찾아온 기회 200% 살려내
최다빈(수리고)이 피겨 세계선수권대회 10위를 차지했다.
최다빈은 1일(한국시각) 핀란드 헬싱키 하르트발 아레나서 열린 ‘2017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세계피겨선수권’ 여자 싱글 프리스케이팅에서 기술점수(TES) 69.72점, 예술점수(PCS) 58.73점으로 128.45점을 기록, 프리스케이팅 출전 선수 24명 가운데 7위에 올랐다. 최다빈의 프리 스케이팅 점수는 자신의 '퍼스널 베스트'다.
최다빈이 기록한 191.11점이라는 점수는 올해 2월 강릉서 열린 4대륙대회서 세운 ISU 공인 개인 최고점(182.41점)을 8.70점 경신한 신기록이다. 김연아 은퇴 이후 한국 선수로서 ISU 공인대회에서 기록한 최고 점수다. 종전 기록은 작년 11월 박소연(단국대)의 185.19점.
쇼트 프로그램, 프리 스케이팅, 함계 점수에서 모두 개인 최고점을 갈아치운 최다빈은 종합 순위에서 쇼트 프로그램 순위(11위)보다 한 단계 높아진 10위에 올랐다. 여자 싱글 1위는 역시 러시아의 에브게니아 메드베데바. 메드베데바는 233.41점으로 자신이 보유한 세계기록(229.71점)을 경신했다. 2위는 케이틀린 오즈먼드(218.13점), 3위는 가브리엘 데일먼(213.52점,이상 캐나다)이 차지했다.
이번 세계선수권대회에는 2018 평창동계올림픽 출전권이 걸려 있었다.
올림픽에 걸린 30장의 싱글 출전권 가운데 이번 세계선수권대회에서 24장의 티켓 주인이 결정되고, 나머지 6장은 오는 9월 예정된 네벨혼 트로피를 통해 이번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출전권을 한 장도 얻지 못한 국가를 대상으로 1장씩 나눠주도록 되어 있다.
최다빈이 이번 대회에서 은메달 이상의 성적을 거두면 한국은 평창올림픽 여자 싱글에 3명의 선수를 내보낼 수 있고, 순위가 3-10위 범위 안에 들면 2장의 올림픽 티켓을 확보할 수 있다. 그 이하 순위면 1장을 얻게 된다.
이번 시즌 초반만 해도 평창 동계올림픽 무대에서 한국을 대표할 선수로 박소연에게 시선이 모아졌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박소연이 삿포로 동계아시안게임을 앞두고 연습 도중 부상을 당하면서 동계아시안게임에 최다빈이 출전하게 됐다. 그때부터 한국 피겨의 간판 자리는 물론 더 나아가 김연아 후계자로 불릴 수 있는 선수로서 최다빈이 부각되기 시작했다.
이에 앞서 평창 동계올림픽 테스트 이벤트를 겸해 국내에서 열린 피겨 4대륙 대회에서 개인 최고점을 기록했지만, 그때까지만 하더라도 최다빈을 김연아의 후계자 후보에 올려놓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또 삿포로 동계아시안게임 쇼트 프로그램에서 1위에 올랐을 때만 하더라도 언론과 전문가들은 홈 어드밴티지를 등에 업고 프리 스케이팅에 나서는 일본 선수에게 역전을 당할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최다빈은 쇼트 프로그램보다 더 멋진 프리 스케이팅 연기로 당당히 금메달을 따냈다. 최다빈 특유의 흔들림 없는 멘탈 관리와 승부사 기질이 가장 중요하고 절실했던 기회에서 빛을 발하며 최다빈을 시상대 가장 높은 곳으로 이끌었다.
그리고 세계선수권. 이번 세계선수권도 최다빈에게는 기회가 없었다. 동료 김나현이 출전권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이번에도 김나현이 부상 상태 악화로 출전권을 양보하면서 최다빈에게 기회가 왔다. 그리고 이번에도 최다빈은 그 기회를 200% 살려냈다.
자칫 평창 동계올림픽 무대를 남의 집 잔치로 만들어 주고 뒷전에서 구경꾼 노릇을 할 뻔했던 한국 피겨에 최다빈은 말 그대로 구세주가 됐다. 10위권에 진입하며 출전권을 2장 따냈기 때문이다. 최다빈이 이번 시즌 이뤄낸 업적을 놓고 보면 이젠 '김연아의 후계자'로 불려도 이상할 것이 없어 보인다.
‘피겨퀸’ 김연아 업적에 비하면 초라한 성적이지만 중요한 순간 흔들림 없는 자신만의 연기를 펼치면서 벼랑 끝 승부에서 승리하는 승부사 기질, 위기에 처해 있던 한국 피겨를 구해낸 업적의 가치를 떠올리면 평창올림픽에 서는 '김연아의 후계자'로 불릴 수 있는 자격을 갖췄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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