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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저곳 역전세난 현실화…입주 폭탄 하반기 더 심해지나


입력 2017.04.07 08:39 수정 2017.04.07 09:12        권이상 기자

이달부터 연말까지 30만7000여가구 입주 대기

연초 입주물량 몰린 강동, 김포, 세종 등 일대 전셋값 최고 5000만원 하락

전문가들 하반기 본격 입주 시작되면 역전세난에 깡통전세 등장할 수도

2017년 전국 시도별 입주 예정 물량. ⓒ부동산인포


올해 전국적으로 대규모 아파트 입주가 예정되면서 역전세난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특히 서울 강동구, 경기도 김포 한강신도시, 세종시 등 입주물량이 몰린 곳은 올초부터 전세시장 상승세가 꺾이면서 역전세난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업계에서는 본격적으로 입주가 시작되는 하반기에 역전세난은 물론 전세 보증금을 받지 못하는 깡통전세까지 등장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기획재정부는 지난달 24일 '물가관계차관회의 겸 범정부 비상경제 대응 TF 회의'에서 입주물량이 단기에 집중된 지역은 국지적 역전세난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며 경계감을 드러낸 바 있다.

6일 부동산시장 분석업체 부동산인포에 따르면 올해 전국 총 입주물량은 38만8747가구(임대주택 포함, 오피스텔·도시형생활주택 제외)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지난 1월부터 지난달까지 총 8만1578가구가 입주해 이달부터 연말까지 30만7169가구가 집들이를 기다리고 있다. 특히 올 7월 이후 하반기까지 전체 물량의 60%인 23만1676가구가 집중적으로 입주할 예정이다.

시도별 올해 입주물량을 살펴보면 ▲경기도가 12만5731가구로 가장 많고 ▲경남 3만8613가구 ▲서울 2만8288가구 ▲충남 2만7532가구 ▲경북 2만4203가구 ▲대구 2만2893가구 ▲부산2만2372가구 등이 뒤를 이었다.

또 입주물량 1만가구가 넘는 곳은 ▲인천시 1만6990가구 ▲세종시 1만5432가구 ▲충북 1만4452가구 ▲광주 1만2073가구 ▲울산 1만339가구로 나타났다.

입주물량이 몰린 지역은 이미 역전세난 조짐이 보이기 시작했다. 올해 서울에서 입주물량이 가장 많은 강동구(5384가구)는 지난 1월 3658가구의 대단지가 입주하며 일대 전셋값이 흔들렸다.

KB부동산시세에 따르면 서울 강동구 아파트 평균 전셋값은 올해 들어서만 1.26% 하락했다. 이는 서울 25개 자치구 중 최고 하락률이다. 연초 이후 서울·수도권에서 아파트 전셋값이 1% 이상 내린 곳도 강동구가 유일하다.

특히 고덕시영아파트를 재건축한 ‘고덕 래미안 힐스테이트’가 입주에 들어간 1월은 전세 물량이 쏟아지며 일대 전셋값 시세가 크게 하락했다.

실제 지난 1월 고덕 래미안 힐스테이트 전셋값은 입주 당시 1주 사이 500만원에서 많게는 3000만원까지 떨어졌다. 현재 이 아파트 전용면적 59㎡는 올 1월 4억2500만원이던 게 2250만원 하락해 현재 4억250만원에 전세 시세가 형성돼 있다.

인근 강동구 성내동 삼성아파트는 59㎡형을 기준으로 올 들어 1000만~3000만원 하락했고, 명일동 고덕 주공9단지 83㎡형 전셋값도 4000만~5000만원 내렸다.

게다가 고덕동 단지별 전세 시세를 보면 고덕 래미안 힐스테이트가 1㎡당 470만원으로, 6년 전인 2011년 입주한 ‘고덕 아이파크’(493만원)보다 오히려 낮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강동구에서 역전세난 전조현상이 나타났다고 분석하고 있다.

고덕동 I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강동구 특성상 지역 수요가 제한적인데 3500가구가 넘는 대단지에서 전세물량이 쏟아져 일대 전셋값이 떨어졌다. 하지만 3개월이 지난 지금도 일대에서 세입자를 구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기존 아파트 전셋값보다 하락을 걱정하는 집주인도 있지만, 올 하반기 둔촌주공 등 재건축에서 이주민이 생기면 상황은 달라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과다 입주물량 여파에 따른 우려의 목소리는 최근 2~3년간 집중적으로 공급된 경기도 일대 신도시 부동산 시장의 변화로 감지됐다. 특히 더 이상 외부수요의 유입은 없고 신도시 내부수요만 움직이는 곳들의 전셋값이 하락했다.

김포한강신도시의 경우 지난 1월(3째주 기준) 3481가구 규모의 장기동 한강센트럴자이1차의 입주를 앞두고 매매가격과 전세가격(-0.10%)이 모두 하락세를 보였다. 김포시는 올해 전셋값 이 0.66% 하락했다.

장기동 한강센트럴자이1차 전용 85㎡의 전셋값은 2억4000만~2억7000만원 안팎이다. 이는 입주 시점보다 1000만원 가량 하락한 것이다. 수요가 제한적인 곳에서 대규모 물량이 나오자 인근 아파트 전세시장도 혼란을 겪고 있다. 운양동 S아파트 전용 85㎡ 전세값은 1년새 3억원에서 2억4000만원까지 하락했으며, 장기동 H아파트 같은 주택형 전세가격도 2억5000만원 수준으로 하향세다.

여기에 하반기까지 김포 운양동 '한신휴더테라스', 구래동 '푸르지오3차' 등 6990가구가 줄줄이 입주가 예고돼 있어 매매·전셋값 동반 약세는 불가피해 보인다. 이같은 수요와 공급의 불일치는 깡통전세와 하우스푸어 현상도 불러올 수 있다는 게 현장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추가적인 외부 수요 요소가 적은 세종시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세종시는 생활기반시설 구축이 진행 중인 대표적인 곳이다.

올해 세종시 아파트 전셋값은 0.94% 떨어졌다. 수도권과 광역시를 제외한 지방 중 하락률 1등이다. 세종시 전세시세는 1월 -0.12%, 2월 -0.46%, 3월 -0.36%를 기록하며 3개월 연속 내림세를 보였다.

세종시는 2~3월 두 달간 2889가구의 입주했고, 이달에는 새롬동 등에서 6809가구가 입주가 진행된다. 연초부터 단기간에 아파트 입주가 집중돼 전세물건이 급증하고 시세는 빠르게 하락하는 모습이다.

세종시 보람동 중흥에코시티 전용 84㎡형 전셋값은 올 들어서만 2000만~3000만원 하락했다. 같은 기간 고운동 고운뜰아파트 74㎡형은 3000만~5000만원가량 내렸다.

세종시 고운동 한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일부 아파트 단지는 시세보다 낮은 가격에 전세물건을 내놓아도 몇 달째 세입자를 맞이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며 “새 아파트 입주가 계속 이어지니 전세물량도 넘쳐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 밖에도 올해 입주물량이 상대적으로 많은 지역들의 가운데 올해 전셋값 누적 하락률은 ▲경북 -0.50% ▲충남 -0.44% ▲경남 -0.38% ▲광주 -0.31% ▲대구 -0.23% ▲충북 -0.07%을 기록했다.

시장 전문가들은 연초 전셋값 하락 시그널은 입주물량이 대거 쏠린 하반기에는 역전세난이나 깡통전세가 등장하는 곳들이 생길 수도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박상언 유앤알컨설팅 대표는 "한 지역에 단기간 입주물량이 쏟아지면 일대 부동산 시장에 전셋값 하락과 역전세난, 급매물 증가, 아파트 매맷값 하락 등을 불러온다"며 "올해부터 잔금(집단)대출에 대한 여신심사가이드라인 적용 등 각종 대출규제가 동시다발로 시행돼 부동산 시장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지역 상황에 따라 전셋값의 등락은 빈번한 것으로, 일시적인 현상일 가능성도 있다는 분석도 있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은 “세종시 등 단기간에 입주물량이 집중되면서 전세시세가 약세를 보이지만 수요가 꾸준해 전셋값 하락이 장기간 이어지진 않을 것”이라며 “회복세는 더디겠지만 생활인프라가 개선되면서 수요도 증가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올해 입주 물량 많은 곳의 전셋값 하락 변동률. ⓒKB국민은행 시계열 조사
권이상 기자 (kwonsgo@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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