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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지주사 전환 철회 배경은?


입력 2017.04.27 14:30 수정 2017.04.28 16:38        이홍석 기자

부품-완제품 '균형'으로 사업 효율성 제고 효과 크지 않다고 판단

최순실게이트 이후 악화된 대내외 환경도 영향 미쳐

삼성전자가 그동안 이재용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와 연관돼 온 지주회사 전환 계획을 스스로 폐기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사진은 서울 서초동 삼성서초사옥 건물.ⓒ연합뉴스
부품-완제품 '균형'으로 사업 효율성 제고 효과 크지 않다고 판단
최순실게이트 이후 악화된 대내외 환경도 영향 미쳐

삼성전자가 약 40조원에 달하는 사상초유의 자사주 대량소각을 감행하면서까지 지주회사 전환계획을 스스로 철회한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주사 전환검토는 그동안 이재용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와 연관돼 왔던 만큼 비상한 관심을 끌었었다.

삼성 안팍에서는 이같은 방침에 대해 현재 사업구조와 방향을 봤을 때 효율성 측면에서 지주사 전환이 필요하지 않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이는 최근 총수 구속 등 대내외 환경이 악화된 것도 작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전자는 27일 이사회를 개최하고 지난 6개월간 검토해 온 지주회사 전환을 백지화하기로 결정했다. 이는 지난해 11월 29일 이사회를 통해 지주회사 전환을 검토하겠다고 발표한 지 5개월여만이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11월 주주인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매니지먼트로부터 지주회사와 사업회사로 분할하는 지주사 전환을 주주제안으로 요청받았다. 이에 그동안 외부 전문가들과 전략·법률·재무 등 다각적인 측면으로 검토해왔다.

하지만 검토 결과, 지주회사 전환이 어려운 제반 여건에도 불구하고 현재의 구조 대비 뚜렷한 개선 요인이 없어 주주가치와 회사 성장에 모두 도움이 되지 않는 것으로 최종 결론을 내렸다는 것이 회사 측의 설명이다.

특히 삼성전자는 향후 법제도가 개선된다고 해도 지주사 전환 추진 계획이 없다고 못 박으면서 지주사는 이제 뒤안길로 사라지게 됐다. 이명진 삼성전자 IR전무는 이 날 열린 1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지주사 전환 관련 질문에 "향후에도 지주사 전환 추진 계획은 없다"고 분명히 했다.

균형잡힌 사업 포트폴리오로 개선 효과 적어...자사주 매직 큰 메리트 없어
삼성전자가 지주사 전환 계획을 스스로 철회한 가장 큰 이유는 사업적 측면에서 효율성 제고 등 메리트가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삼성전자가 스마트폰과 TV 등 완제품과 반도체·디스플레이 등 부품이 적절히 조화된 균형잡힌 사업 포트폴리오를 가지고 있어 지주사 전환이 이뤄진다고 해도 추가로 경쟁력 제고에 기여하는 바는 거의 없어 이를 추진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는 것이다.

이는 삼성이 현행 법 제도에서는 가능하지 않지만 삼성생명의 중간금융지주회사 추진을 검토하고 있는 것과도 동일한 기조다.

아직 중간금융지주회사법이 마련되지도 않았고 법 제도를 통해 허용된다고 해도 금융지주회사 추진은 현실적으로 어려운 상황이다. 비금융계열사를 자회사로 둘 수 없다는 규정 때문에 삼성전자 등 비금융 계열사 지분 약 5조9000억원어치를 매각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러한 장애물에도 불구하고 생명·화재·카드 등 금융계열사간 사업 효율화를 위해 금융지주사 추진을 검토하고 있는 것이다.

또 지주회사 전환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자사주 매직 효과도 실제로는 큰 메리트가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지주회사 전환 과정에서 회사를 인적 분할하면 원래 의결권이 없는 자사주에도 의결권이 생겨 이를 토대로 오너 등의 지배력이 강화되는 효과가 있어 그동안 기업들이 이를 관행적으로 많이 활용해 왔다.

현재 이 부회장의 삼성전자 보유 지분은 0.6%로 이건희 삼성 회장(3.5%) 등 오너 일가와 계열사들이 가진 주식 모두를 합쳐도 18.2%에 불과하다. 현재 외국인 주주 지분율이 50%가 넘는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 부회장 등 오너 일가의 지배력이 취약하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이 부회장이 지금도 실질적인 경영권을 행사하고 있고 실적도 계속 좋아지고 있다. 여기에 이에따른 주주환원 정책도 만족스러운 상황에서 외국인 주주들이 굳이 현 체제에 불만을 가질 이유가 없다는 분석이다.

총수 부재·그룹 해체·법안 등 대내외 환경 악화도 부정적 영향 끼쳐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삼성전자를 둘러싼 대내외 환경 악화가 지주회사 전환에 부정적 영향을 끼친 것은 분명해 보인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최순실게이트 사태로 삼성의 콘트롤타워 역할을 해 온 그룹 미래전략실이 해체됐고, 총수인 이 부회장이 구속된 상황에서 지주사 전환을 적극 추진할 동력이 부족했다는 지적이다. 특히 이 부회장의 재판이 장기화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지주사 전환과 같은 핵심 경영사안을 추진하기는 어렵다는 분석이다.

또 국회에 계류 중인 상법 개정안과 보험업법 개정안 등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법안들과 함께 대통령 탄핵으로 인한 조기 대선으로 5월 새로운 정부가 출범하는 상황적 측면도 지주사 전환에 리스크가 될 것이라는 우려가 작용했다.

특히 지난 2월 임시국회에서 추진되다 처리가 좌절된 상법 개정안의 경우, 삼성의 지주사 전환을 사실상 가로막는 '인적분할시 자사주에 대해 신주 배정을 금지'하는 조항이 포함돼 있다.

지주회사 전환시 자회사 지분의 20% 이상을 확보해야 하는데 지금까지는 신주배정을 통해 과도한 자금투입 없이 이를 충족시킬 수 있었지만 개정안이 통과되면 이를 위해 막대한 자금을 투입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명진 전무도 이 날 진행된 컨퍼런스콜에서 상벙 개정안과 관련 "지주사 전환은 이사회 결의 후 완료까지 5개월에서 길게는 1년 이상이 소요된다"면서 "그 기간 중 법 개정은 언제든지 시행 가능한 리스크가 있다"고 밝혀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쳤음을 시사했다.

이번 지주사 전환 철회 결정에는 이 부회장의 의중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 부회장도 사내이사 중 한명이어서 이사회 안건으로 보고받았지만 특별히 이견을 내지는 않았다는 것이 회사측의 설명이다.

한편, 삼성전자는 이 날 총 49조3000억원 규모의 자사주를 소각하기로 결정했다. 우연일수도 있지만 지주사 전환 철회 결정과 묘하게 맞물리면서 앞으로 지주사 전환을 다시 추진하지 않겠다는 결연한 다짐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

이홍석 기자 (redston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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